이동익 민주노총 인천본부 조직국장

이동익 민주노총인천본부 조직국장
이동익 민주노총인천본부 조직국장

인천투데이|올여름 서울 강남을 비롯해 경북 포항을 쑥대밭으로 만든 태풍과 폭우는 일국 차원의 재난을 넘어 이미 지구적 문제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기후위기 심화에 따른 탄소 배출의 대폭적인 감축 등을 논의, 실천하고 있지만 기후재난은 지구 곳곳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지구적 기후재난에 따른 피해와 영향은 노동자들도 예외일 수 없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2021년 9월 1일부터 29일까지 조합원을 대상으로 ‘기후위기와 노동’에 대한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기후위기 심각성에 대한 ‘추상적 체감도’는 대체로 높게 나타났지만 기후위기를 직장과 일상 삶의 문제와 연관해 인식하는 ‘구체적 체감도’는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또한 산업전환 과정에서 고용안정과 일자리 등 불안정‧취약노동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포괄하지 못한 한계를 지적하며 ‘정의로운 전환’을 현실에서 구현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이 무엇이 돼야 하는지를 제시했다.

그리고 조합원들은 기후위기에 대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정부의 ‘노동자 배제’를 지적했다. 기후위기 앞에 놓인 당사자의 목소리는 더 커져야 한다.

이미 시작된 그리고 되돌리기 힘든 기후재난에 가장 큰 피해를 경험하고 있으며 경험하게 될 이들, 그리고 기후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와 기업의 정책으로 가장 큰 부담을 떠안게 될 처지에 있는 이들, 즉 기후위기의 최일선 당사자들이 기후위기 해결과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논의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

폭염에 생명을 위협받는 쪽방촌 주민에서부터, 현재와 미래의 꿈과 전망을 잃어가는 청소년들, 석탄발전소‧핵발전소‧신공항‧송전탑 등 퇴행적인 사업으로 고통받는 지역 주민들, 기후재난으로 농작물을 잃고 일방적인 대규모 재생에너지로 농토를 빼앗기는 농민, 대책 없이 일자리를 잃게 될 위험에 빠진 석탄발전소 노동자를 비롯하여 노동배제적 전환으로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이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이다.

또한, 기후위기로부터 더욱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여성‧성소수자‧장애인, 그리고 무참히 희생되고 착취되고 있는 동물과 생태계, 이들을 포함한 사회 불평등과 부정의에 노출된 모든 이들도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이다. 이들에게 목소리는 요구가 아니라 절규이다.

지난 8월 폭우로 인해 굴포천역 인근 부평구청역 7번 출구 앞 부평경찰서 인근 도로가 일부 침수됐다.(사진 독자제공)
지난 8월 폭우로 인해 굴포천역 인근 부평구청역 7번 출구 앞 부평경찰서 인근 도로가 일부 침수됐다.(사진 독자제공)

원인제공자들에게 독점된 마이크를 내려놓게 해야 한다. 지금껏 기후위기를 만들고 확대해온 기업과 (특히, 금융)자본,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기후 정책과 사회적 논의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그들은 기후 정책과 사회적 논의의 주인공이 아니라 배제되고 소외된 목소리가 없는지 살피고 지원하는 조력자여야 한다. 또한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기후위기의 진실을 왜곡하며 기업과 자본의 이익을 위한 나팔수였던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기후위기의 해결과 대안을 찾는 길잡이여야 한다.

기후위기의 해결과 대안은 바로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겪으며 지금 여기서 다른 길을 만들기 위해서 분투하는 당사자의 목소리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배제된 이들의 민주주의’와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강화해야 한다.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민주적 절차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키며 성장의 열매를 독과점한 원인제공자들에게 독점된 마이크를 내려놓게 해야 한다. 그것이 기후정의의 출발점이다.

기후정의를 위한 노동자들의 발걸음이 시작됐다. 민주노총은 2021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특별결의’에 이어 2022년 ‘기후위기대응특별위원회’라는 조직 체계를 갖추고 본격 대응을 시작했다.

또한 2022년 9월 20일부터 24일까지 ‘기후정의를 위한 노동의 지구적 연대와 체제 전환 국제노조포럼’을 열어 세계 많은 노동조합과 사회운동진영이 한목소리로 기후위기의 책임을 묻고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노동자들의 주도적인 역할로 국제적 연대와 실천을 모색한다.

아울러 체제 전환의 문제로 기후위기 대응 문제를 조합원과 함께 하는 논의를 확산시키고,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 실현을 위한 민주노조운동과 기후정의운동, 사회운동의 연대를 강화할 계획이다.

9월 24일 ‘9.24 기후정의행진’에 노동자들이 함께 한다. 2019년 9월 21일 서울을 비롯해 국내 곳곳에서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함께 했던 민주노총이 심화되는 기후위기에 각성하고 기후정의 실현을 요구하기 위해, 앞서 나선 이들과 함께 어깨를 걸고 ‘9.24 기후정의행진’에 함께 한다.

노동자들은 삶과 일터에서 기후위기를 온 몸으로 맞닥뜨리고 있다. 늦었지만 노동자들도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훨씬 큰 목소리로 현 체제와 싸워야 한다.

기후위기는 지구적인 문제이다. 어느 누구도 그 앞에서 목소리가 배제되거나 또는 독점되서도 안된다. 목소리 높여 외칠 것이다. 그 목소리는 현 체제를 지배하는 정부와 기업을 향할 것이고,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할 것이다.

동시에 이것은 사회 전체에 대한 제안이자 다짐이며, 세계 노동자들에게 향한 연대의 외침이 될 것이고 지구적 동료 시민들에 대한 제안이자 다짐이다. 왜냐하면 위기의 시대 가장 위험한 것은 침묵이며 그 결과는 자멸이기 때문이다.

※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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