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 선생의 담벼락 글쓰기⑭

1학년 아이들과 수업하는 시간은 은근히 나를 설레게 한다. 예측하기 어려운 온갖 재미있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1학년 아이들과 요리수업을 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한 호흡으로 자세히 글을 쓰게 하고 싶을 때는 요리수업을 권하고 싶다. 요리 자체가 ‘마주이야기’라서 대화글을 쓰는 데도 효과적이다.

하나. 준비물 살피기


아이들과 요리를 할 때는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뿐 아니라 만드는 조리기구까지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이 좋다. 길벗출판사에서 나온 <고사리 손 요리책>을 하나하나 살피며 감자전을 만들기로 했다.

“재료를 확인해볼까?”
“감자,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베이킹파우더를 언제 쓰는지 아는 사람?”
“빵 만들 때 써요”
“맞았어. 빵을 만들 때 빵이 부풀어 오르잖아. 부풀게 하는 게 바로 베이킹파우더야”
“감자전도 부풀어 올라요?”
“너무 많이 넣으면 그렇지 않을까?”
“그럼 조금만 넣어요. 감자전이 빵 같으면 맛없어요”

“계란하고 우유하고 들어가네. 간을 맞추려면 소금도 넣어야겠다”
“누구 계란 깨뜨려 본 사람?”
“저요. 옛날에 유치원에서 해 봤어요. 나 되게 잘해요”
“그럼 다음 주에 확인해 봐야겠는데…”

“이제 조리기구들을 살펴볼까?”
“감자를 깎으려면 뭐가 필요할까?”
“칼이요”
“그런데 그냥 칼로는 조금 힘드니까 감자깎기 칼로 하는 게 좋겠다”
“감자깎기 칼이 뭐에요?”
“과일 깎을 때 쓰는 칼 말고 삼각형 모양으로 생긴 칼이 있어”
“누가 만들었어요?”
“잘 모르겠는데…. 감자 깎는 게 귀찮았던 사람이 발명하지 않았을까?”

“또 필요한 게 뭐가 있을까? 감자를 가는 강판이 필요하겠지?”
“강판은 뭐하는 거예요?”
“감자를 가는 거야. 그래야 감자전이 맛있거든”
“엄마 하는 것 봤어요. 그런데 엄마가 내가 하면 다친다고 하지 말랬어요”
“그래도 감자전은 우리가 만드는 거니까 조심해서 해보자”

“앞치마, 가져와요?”
“음식 만들 때 옷이 더러워질지도 모르니까 준비해보자”

둘. 쫀득쫀득 감자전 만들기


도서관에 도착해 보니 아이들이 벌써부터 준비물을 한 꾸러미씩 들고 한창 들떠 재잘대고 있다.

“얘들아, 이제 감자전 만들 거니까 손부터 닦자”
“손 안 닦으면 더러운 거 먹는 거죠?”
“그렇지. 음식을 만들기 전에는 꼭 손을 닦아야 돼”

“알이 큰 감자를 하나씩 골라보자. 어! 감자에 싹이 났네”
“이거 먹으면 죽어요?”
“식중독에 걸리지. 그러면 감자 싹을 어떻게 할까?”
“칼로 잘라요”
“그래. 선생님이 칼로 싹이 난 부분을 도려낼게”
“감자를 깨끗이 씻었으니까 감자깎기 칼로 껍질을 벗겨보자”

“선생님, 안 돼요”
“칼을 거꾸로 잡았으니까 그렇지”
“감자 모양이 이상해서 안 깎아져요”
“휴… 너무 힘들어요. 우리 엄마는 잘 했는데…”

“감자를 다 깎은 사람은 강판에 갈아보자”
“손이 잘라지면 어떡해요?”
“이렇게 감자를 잡고 조금씩 돌려가면서 갈아봐”
“선생님, 감자가 너무 작아졌어요. 인제 무서워요”
“와! 다 갈았어요”
“사과 같아요”
“먹어볼래요”
“응, 먹어봐”
“웩! 맛없어요”
“아직 아무 간도 안 했으니까 그렇지”
“그럼 소금 넣고 먹으면 맛있어요?”

감자의 물을 빼야 하는데 아이들 손으로 짜기도 어렵고 해서 투명비닐에 갈은 감자를 넣고 이쑤시개로 구멍을 뽕뽕 뚫은 뒤 아이들에게 물기를 짜보라고 했다. 처음엔 물이 나오다 조금 지나니 구멍 사이로 간 감자가 빠져나왔다.
“윽! 똥 같아요”
“토할 것 같아요”
“너무 더러워요”

물기를 뺀 감자에 베이킹파우더, 밀가루를 넣고 계란을 깨뜨렸다. 우리 어른들이야 계란 깨기가 쉬운 일이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껍질이 빠졌어요”
“야! 너는 계란을 바닥에 버리면 어떻게 해”
“괜찮아. 다시 해보자”

반죽을 하고 기름을 두르고 돌아가면서 반죽을 떨어뜨렸다.
“무서워요!”
“동그라미 모양이 됐어요”
“나는 곰돌이 모양 같은데…”

“잘 익었으니까 한 번 먹어보자. 간이 짜면 밀가루를 더 넣어야 돼”
“좀 짜요”
“아니에요. 맛있어요”
“이거 싸 갈래요. 우리 아빠 줄래요”


아이들은 자기가 만든 감자전을 봉지에 담아 의기양양하게 돌아갔다. 나중에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집에 돌아가 감자 껍질을 두개나 벗기기도 했고 사과를 직접 갈아먹기도 했단다. 엄마와 삼색 김밥을 만들 거라고 자랑하며 만들면 준다고 하는 녀석도 있다. 벌써부터 아이들이 만든 음식이 기다려진다.

 

* 박지수(29세) 선생은 일신동에 있는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있는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늘 아이들에게 배우는 게 더 많다고 합니다.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 · 528-7845

 

아이들 글마당

우리가 감자전을 만들었어요


일신초 1학년 오서영

감자를 씻는데 선생님이 씻어줬어요. 그리고 싹도 잘라줬어요.
그 다음에 감자깎기로 깎아요. 손도 같이 깎을까봐 무서웠어요. 건우가 제일 잘 깎았어요.
감자를 강판에 갈아요. 작아질수록 힘들었어요.
갈은 다음 밀가루랑 소금이랑 베이킹파우더를 넣고 비볐어요. 똥 같았어요.
후라이팬에 구우면 돼요.

엄마에게


일신초 1학년 안수민

감자전은 감자를 씻어요.
선생님이 감자를 씻어줬어요.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리고 감자를 재밌게 깎았어요.
감자를 강판에 갈 때 손이 갈릴 것 같았어요.
손을 갈 뻔 했는데 다행히 손이 안 다쳤어요.
그 다음 반죽해서 후라이팬에 구워서 먹었는데 맛있어요.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