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인천투데이|역대 최강이라던 태풍 힌남노가 지나갔다. 며칠 동안 떠들썩했던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조용하다.

하루 전만 해도 태풍의 역대급 위력을 이야기했던 뉴스가 무색하게도 유독 맑았던 2022년 9월 6일, 수도권의 많은 학교들이 ‘악천후로 인한 비대면수업’을 진행해야 했던 것만이 이번 태풍이 남기고 간 하나의 해프닝으로 남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것은 정말일까. 예상보다 국내 곳곳의 피해가 적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태풍이 그저 소리 소문 없이 고요히 지나갔다는 것은 심각한 오해가 될 수 있다. 태풍이 훑고 지나간 제주와 남부 지방의 피해는 결코 약소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를 뒤흔들 만큼의 요란한 사전예보에도, 그리고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가버린 태풍임에도, 확인된 사망자만 10명에 실종자가 2명이라는 것은 충분히 문제적이다.

더구나 이번 태풍 힌남노의 사망자 다수가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모든 안전사고는 결국 인재라는 말이 다시금 확인되는 순간이다. 물론 주차이동을 안내한 관리사무소를 무작정 탓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안내방송을 하지 않았다면, 재산권 피해에 따른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므로 보다 본질적인 문제 해결은 정확한 안전 매뉴얼과 그에 따른 제도적 보완이다. 그래야만 안전상식이 무용지물이 되면서 발생하는 이러한 비극을 예방할 수 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할까. 지난 8월 초에 있었던 강남 일대의 수해로, 수도권은 태풍 경로의 외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극도의 경계태세를 갖췄던 것이 사실이다.

안전에 있어서만큼은 과유불급이 없다는 점에서 그것을 과도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지나치게 고요했던 수도권 상황으로 자칫 기상예보에 대한 ‘양치기 소년’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저어된다.

안타깝게도 모든 자연재해의 위협은 오직 그 고통을 직접 당한 사람에게만 공포로 각인된다. 수도권에 집중해서 북을 울린 탓에 정작 피해를 입은 지역의 사후보도가 미흡해진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이번 태풍 힌남노의 결과가 ‘다행’이나 ‘선방’으로 포장돼, 지난 8월의 중부권 호우에 대한 태만을 덮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그야말로 비극을 재생산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은 지속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반복적인 인재는 여기서 기인한다. 돌이켜 보라. 안전 불감증과 그에 따른 태만으로 사고가 사건이 돼버린 것은 얼마나 많은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그리고 세월호 처럼 거대한 사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매년 수해 때마다 비슷한 인명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언론의 태도 역시 여전히 아쉬운 지점이 많았다. 이번 태풍예보에서도 대부분의 방송사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대처방안이나 대피요령보다는, 알 권리라는 이름으로 제보 받은 위험천만한 현장사진이나 영상을 띄우기에 급급했던 것이 현실이다. 이 역시 또 다른 방식으로 비극을 전시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안전사고에 그저 요란한 꽹과리만 울려댄다면 그것은 하나의 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적어도 재난에 대해서만큼은 더욱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대처와 보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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