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성토대회가 된 송도캠퍼스 추진사업 보고회 … “재단 이사장이 직접 밝혀라”

“대학 캠퍼스 설명회가 무슨 부동산 분양 설명회냐?”

인하대학교(총장 박춘배)가 개교 60주년을 맞이하는 2014년 개교를 목표로 야심차게 준비한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제2캠퍼스(=송도캠퍼스) 추진 사업이 계획대로 될지 미지수다.

인하대는 1954년 하와의 동포들의 성금으로 세워졌다. 그래서 대학 이름도 인천의 ‘인’자와 하와의 ‘하’자를 따왔다. 일제강점기 하와이에 정착했던 동포들의 성금으로 세워진 대학이기에 대학 동문들은 ‘민족사학’에 대한 긍지를 자랑삼기도 한다.

그런 동문들이 최근 인하대에서 진행한 ‘동문 초청 송도캠퍼스 추진사업 보고회’에서 화가 단단히 났다. 인하대는 1회 졸업생 남종우(56학번) 명예교수와 홍승홍(60학번) 명예교수, 이응칠(67학번) 인하대총동문회장, 장석철(71학번) 총동문회 수석부회장 등 주요 동문 50여명을 초청해 보고회를 열었다.

인하대는 송도캠퍼스 추진사업이 당초 계획과 달리 부지 변경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에 대해 동문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이날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설명회는 시작된 지 1시간도 채 안 돼 파행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날 파행은 박춘배 총장이 간단하게 인사말을 한 뒤 바로 자리를 뜬 순간부터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박 총장이 자리를 뜬 후 진인주 대외부총장이 부지 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진 부총장의 설명이 끝난 후부터 동문들의 화가 폭발했다. 결국 보고회는 총장과 한진그룹을 성토하는 대회장이 되고 말았다.

제일 먼저 홍승홍 명예교수가 말문을 열었다. 홍 명예교수는 “여기 인하대 1회 졸업생 선배님들이 모교 발전에 대한 애착을 갖고 노구를 이끌고 앉아있다. 설명을 총장이 해도 모자랄 판에 대체 총장은 어디 간 거냐. 송도캠퍼스 부지를 동문들이 어떻게 확보한 땅인데 쉽게 얘기하느냐. 게다가 언제 매립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곳으로 옮긴다는 발표를 부총장이 하냐. 이게 무슨 부동산 분양 설명회냐. 제 의견에 뜻을 같이하면 회의 취소하고 일어나자”며 언성을 높였다.

뒤이어 남종우 명예교수도 “개교 60주년을 기념해 추진하는 중대한 사업을 논의하는 자리인데 대학 총장이란 사람이 동문들을 불러놓고 약속 있다며 다른 데로 가버리면 뭘 어쩌자는 것이냐.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게 뭐냐”라고 성토했다.

연로한 동문들부터 성토가 이어지자 이응칠 총동문회장이 다급하게 학교당국더러 ‘총장에게 연락을 취하라’고 했다. 그런 후 이응칠 회장은 “총장이 지금이라도 온다고 하면 잠시 정회를 한 다음 설명회를 지속하고, 못 오면 (설명회는) 여기서 정리하자”고 제안했다. 결국 이날 보고회는 무산됐다.

자리에 참석한 이아무개(91학번) 동문은 “최근 인하대와 한진그룹이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데다, 송도캠퍼스 추진사업마저 차질을 빚고 있어 궁지에 몰린 박 총장이 동문들의 거센 추궁이 두려워 일부러 자리를 피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날 박 총장은 오후 7시께서야 동문들의 식사자리에 나타나 “불가피한 일정이 있어 자리를 비웠다”며 사과하고 해명했다.

경제청 앰코 ‘투자유치’에, 인하대 송도캠퍼스 ‘공중부양’

인하대 송도캠퍼스 추진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경제자유구역 투자 유치를 위해 앰코테크놀로지(옛 아남반도체: 현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의 모회사ㆍ이하 앰코)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부터이다.

시와 인천경제청은 지난 5월 18일 앰코와 송도 5공구에 10억 달러(1조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해각서대로 하면 앰코는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에 18만 6000m²(5만 6000평) 규모의 연구개발(R&D)센터와 최첨단 생산라인을 건설한다.

앰코가 들어설 부지는 인하대 송도캠퍼스 부지와 인접한 곳이다. 그런데 학교보건법상 공장은 학교로부터 200미터 이내에 들어설 수 없게 돼있다. 이에 인천경제청장이 직접 나서서 인하대 측에 캠퍼스 이전을 제안한 것. 인하대는 전임 이본수 총장 때 계약금을 넘어 땅(5공구 내 6만 8000평) 값의 반에 해당하는 500억원을 납부했지만, 인천경제청으로부터 이렇다 할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진인주 대외부총장은 “송도 5공구에 있는 부지(6만 8000평)를 11-1공구로 이전하는 방안과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인천경제청과 협의하는 중이다. 아직 확정된 바는 없으나 이전할 경우 3만 3000평을 추가로 공급해줄 것, 부지 이전으로 캠퍼스 이전이 늦춰지는 만큼 현 산학협력관(1만평)의 용적률을 100에서 200%로 올리고, 현 건물 층수 5층을 갯벌타워 수준인 21층까지 허가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체 부지로 11공구 부각 … “그마저도 미지수”

인천경제청과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터라, 이 역시 확실히 보장됐다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구체적인 이전 부지로 부각된 송도 11-1공구는 현재 매립 공정율이 18%에 불과하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시가 계획대로 매립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때문에 인하대총동문회는 인천경제청과 한진그룹이 송도캠퍼스 이전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통해 진정성을 입증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인하대총동문회가 이처럼 적극 나서는 데는 동문들이 송도캠퍼스 추진의 ‘일등공신’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동문들은 캠퍼스 기금 출연을 비롯해 이른바 ‘10만 동문 서명운동’까지, 시로부터 캠퍼스 부지(36만여㎡)를 확보하는 데 앞장서왔다. 사실 이날 보고회도 총동문회의 요구에 따라 급히 준비된 것이나 다름없다.

2007년 시가 연세대와 토지(=경제자유구역 내 송도 캠퍼스 부지) 공급계약을 맺고 조성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3.24㎡당 50만원)으로 제공할 때 인하대총동문회와 인하대총학생회,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지역 대학에는 부지 선정도 안 해주는 시를 규탄하고 연세대 수준의 공급가를 요구하는 등, 인하대 송도캠퍼스 추진에 힘을 실어줬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재정위기가 심각해 송도 11-1공구가 언제 매립될지도 미지수지만, 그보다는 계획대로 2014년 매립이 완료된다 해도 인천경제청이 (그 땅을) 줄지 안 줄지가 더 미지수”라고 한 뒤 “인하대가 부지를 얻을 때, 지역사회가 지역 대학이라는 명분으로 부지 선정과 공급가에 인센티브를 실어줬다. 인센티브를 받은 인하대와 한진그룹은 그동안 계획대로 투자하고 있는지부터 공개한 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주어진 인센티브는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장석철(71학번) 인하대총동창회 수석부회장은 “나는 지금껏 한진그룹의 교육철학을 들어본 적이 없다. 어떻게 총장이 바뀔 때마다 계획이 바뀌느냐? 게다가 송도캠퍼스 부지는 학교와 재단이 마련한 게 아니라 동문들이 발 벗고 나서서 마련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 또 옮기겠다는 것은 한진그룹이 송도캠퍼스 건립에 진정성이 없음을 밝힌 것이다. 재단(학교법인 인하학원) 이사장(=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나와 동문들에게 양해와 도움을 구해도 모자랄 판에 이 무슨 짓인가? 다음에는 재단과 재단 이사장이 직접 나와 구체적인 자금 투자계획부터 제시하며 진정성을 밝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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