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모임 오늘의상상 신봉훈 준비위원

올 해 지방선거에서도 선거연합, 후보단일화 논의는 있었다. 인천에서 있었던 여러 차례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대선 직후부터 시민사회단체, 민주당과 정의당의 공동정부 수준 선거연합, 후보단일화 논의였다.

연구모임 오늘의상상 신봉훈 준비위원장
연구모임 오늘의상상 신봉훈 준비위원장

지지부진한 논의에 물꼬가 터진 건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확정되면서부터다. 종로 보궐선거처럼 원인을 제공한 당이 후보를 내지 말고 인천시장과 계양을 선거에 야권이 선거연합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긴급한 대화들이 오갔다. 그러나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당마다 내부 사정들이 발목을 잡았다.

단일화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그건 아무도 모른다. 이재명 후보 공천이 지방선거에 도움이 됐냐는 분석만큼 단일화 효과 역시 측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모두 다 소극적 지지층에게 투표 동기를 부여하는 일이다. 그런데 진보정당 득표력에 의문이 있었고 이재명 후보의 경우 기성층은 지지만큼 부정도 함께 이동했다. 결국 젊은 유권자 투표 유인이 얼마나 가능할 것인가에 한계가 있었다. 계양을 보궐선거는 따로 얘기할 때가 있을 듯하다.

1997년 대선 DJP연합과 2010년 인천지방선거연대

선거에서 조정 또는 경선 방식의 후보단일화는 이기기 위한 수단이다. 핵심은 정당 간 선거연합이다. 선거연합은 정당과 후보의 이해보다 유권자의 이해를 따르는 정책과 가치의 연합이다. 다수파가 되기 위한 정당 간 상식적인 연합 집권전략이다.

1997년 대선 김대중 대통령 당선을 이끈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이 있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79석 국민회의와 50석 자민련은 내각제(물론 집권 후 깨졌지만)를 매개로 대선 선거연합을 추진했다. 대선 전 재보궐선거에서 후보단일화를 추진해 압승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역시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가 있었다. 이념과 지역 기반이 전혀 달라도 집권을 위한 선거연합을 추진했었다.

2012년 18대 대선은 정의당 심상정, 국민당 안철수 후보에 이어 진보당 이정희 후보까지 사퇴한 확고한 양강 구도였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는 108만표 차이로 패했다.

당시 민주당 경선에서도,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에서도 DJP연합처럼 승리를 위한 대승적 모습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가치의 연합이 아닌 정당과 후보의 이해 다툼으로 보이는 단일화만으로는 유권자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한 선거였다.

이후 민주당과 진보정당 사이 갈등이 심화됐다. 진보정당의 경쟁력이 위축된 것도 선거연합을 추진하는 데 동력이 떨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인천에선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20대 총선에서 부분적인 단일화가 이뤄지긴 했다. 하지만 선거연합이 가장 빛났던 때는 2010년 지방선거였다.

당시 인천은 국내 최초로 공동지방정부를 지향하며 광역의원선거까지 포괄하는 정책연합, 선거연합을 추진했다. 그 결과 민주당 최초 시장선거 승리와 강화군, 옹진군을 제외한 기초단체장 선거 8곳 모두 승리했다. 이 중 동구와 남동구 구청장은 민주노동당 후보가 당선했다.

당시 선거연합의 파괴력은 투표율이 말해준다. 2010년 국내 특광역시 16개 중 지방선거 투표율이 만년 꼴찌이던 인천은 2010년 선거에서 50.9%로 13위다. 2006년에 85만9506명에 불과하던 투표인 수가 2010년에 106만7431명까지 올라갔다.

진보개혁 진영의 선거 승리를 바라면서도, 당선은 어렵다고 본 소극적 지지층들이 투표장에 나온 것이다. 투표할 동기가 부여된 것이다. 참고로 올해 제8회 지방선거 투표율은 48.9%로 2006년 제4회 지방선거처럼 다시 40%대로 내려갔다. 소극적 지지층은 투표할 이유를 못 찾은 것이다.

정책·가치 선거연합은 민주진보진영의 집권전략

민주당과 진보정당지지 진영만으로 집권은 어렵다. 외연을 넓혀야 한다. 외연인 중도층은 이념보다는 복합적 이유를 갖고 스윙보터(Swing Voter)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은 ‘정권안정, 코로나19 대응’ 이슈로 중도층의 지지를 얻어 다수파가 됐으나,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는 ‘부동산과 공정, 정치 불신’이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선거연합은 2024년 22대 총선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치부터 연대하고 선거에서 연합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 다음 지방선거에서 공동정부를 지향하고 이 후 대선에서 민주, 진보진영이 함께 승리하는 길을 열어야 한다.

마침 인천은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돌풍 속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화로 성공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 모두 인천에 다음 대선 출마가 유력한 정치인을 품고 있어 정책·가치연합에 기초한 선거연합의 기치를 들기에 적합한 도시이다.

그냥 경쟁해도 이길 것 같을 때 오히려 연합해야 ‘우리’가 커진다. 오랜 경험이 서로의 한계를 걱정하지만 서로를 비판하기 전에 거울부터 보자. 안정적 집권을 위한 다수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낮은 대통령 지지율을 보며 또 다시 감나무 아래에 누워 있기만 할까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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