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명도소송서 건물주 손 들어줘 … 노조 측 “판결 부당, 항소와 적극 대응”

▲ 콜트악기 부평 농성장에 한 미술가가 설치한 작품. <부평신문 자료사진>
콜트악기와 콜텍의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맞서 2000일이 넘도록 농성하고 있는 콜트악기 부평공장이 철거 위기에 놓였다.

콜트악기로부터 부평공장을 매수한 건물주 ㄱ씨가 제기한 ‘명도소송’에 대해 인천지방법원이 지난 23일 ㄱ씨의 손을 들어줬다. 명도소송이란 소유자가 부동산을 점유하기 위해 부동산 인도를 거부하는 점유자 등을 상대로 하는 소송을 말한다.

이날 판결로 ㄱ씨는 부평공장에 있는 전국금속노동조합 콜트악기지회 사무실과 천막 농성장 등을 강제로 철거할 수 있게 됐다.

ㄱ씨는 부평공장에 엘피지(LPG) 가스충전소를 건설하겠다며 부평구로부터 허가를 얻고 지난 6월 건물 멸실 신고를 했다. 이를 근거로 6월 16일에는 용역업체를 동원해 농성장 철거를 시도했으나, 노조의 반발로 실패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노조와 노동단체, 노조의 소송 등을 돕고 있는 법률단체들은 부당하다며 법원과 사측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과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은 23일 공동 논평을 내고 법원의 판결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논평에서 건물 매수인 ㄱ씨가 최근 대법원에서 공무원에게 뇌물 제공으로 배임중재죄 유죄 판결을 받았고, 2005년 가스충전소 허가 과정에서 ‘사문서 위조’로 허가가 취소된 전력이 있는 사람임을 지적했다.

또한 콜트악기 사측이 부평공장을 매수할 만한 재력가가 아닌 ㄱ씨에게, 부평공장 부지와 건물에 80억원이 넘는 근저당권을 설정해주면서 매도했다는 것은, 사측과 ㄱ씨가 특수한 관계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어 중도금을 납부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ㄱ씨가 운영하는 사업체의 본점이 소재지를 부평공장으로 이전했으면서도, 공장 건물 석면 해체 작업 신고를 하면서 발주자를 콜트악기로 한 점 등은 이번 건물 매매가 콜트악기 사측의 위장 폐업을 가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법원은 콜트악기의 부당노동행위 의사와 위장 폐업의 징표를 확인했음에도, 부평공장 매매가 가장 매매임을 충분히 사실 심리하지 않고 소유권 이전 등기가 됐으니 매매가 유효하다는 편의한 판단을 내렸다”며 “이번 판결은 부평공장의 노조 사무실과 천막을 빼앗기는 것으로 현재 진행 중인 부당해고 소송과 구제 신청을 통해 복직을 기다리는 노동자들의 꿈을 짓밟는 것이고, 헌법상 보장돼야할 노동3권을 명백하게 침해하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월 대법원이, 콜트악기의 2007년 정리해고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리자, 사측은 부평공장을 매각하고 돌아갈 공장이 없다며 노동자들에게 다시 해고를 통보했다. 때문에 해고자들의 복직을 막기 위한 매매라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노조와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공동행동’ 등은 23일 오후 서울 등촌동 콜트콜텍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 판결과 사측을 규탄했다. 노조는 항소할 계획이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이날 이후를 공동행동기간으로 선포한다”며 “부평공장에서 1일 농성과 공장 캠핑하기, 열린공장학교 421 등 참여 프로그램 운영, 콜트콜텍 공장 아트캠프 프로젝트 사업 등, 공장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매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부평공장 철거 시 석면이 다량으로 유출될 우려가 제기된 것과 관련해 부평구는 감리인을 지정해 안전을 확보하고 철거하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