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수대에서 SNS까지, 인천언론을 중심으로 번외편 ⑩

인천투데이=전영우 객원논설위원│

인천투데이는 매주 인천미디어변천사를 연재합니다. 원시 마을을 이루고 살던 시절 연기와 불을 피워 위급한 소식을 알리는 봉수대(烽燧臺)에서부터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르기까지 미디어(매체) 변천사를 기록합니다.

인천 언론을 중심으로 미디어 변천사를 정리해 인천 언론의 발달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연재글을 쓰는 전영우 박사는 인천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일했습니다. 이번에 쓴 글은 번외편입니다.<편집자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이다. 주인공 이름이 필자와 같아서 관심이 더 가는 것을 부인하지 않겠으나, 드라마의 흡인력이 워낙 뛰어나서 다음 회차를 기다리게 된다.

자폐 장애를 가진 주인공을 내세워서 우리 사회의 차별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거창한 메시지를 내세우지 않고 우리 일상에서 보이는 모습들을 담담하고 설득력 있게 그리고 있다.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장애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와 더불어 다른 일상적인 문화도 짚어내고 있다. 특히 변호사인 주인공이 살아가는 세계인 법조계의 특별한 관계 문화가 아무렇지 않게 툭 던져진다.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것이 아니고 그저 너무 당연한 우리네 일상으로 표현돼 아무런 거부감조차 들지 않게 만드는데, 곱씹어보면 어쩌면 장애에 대한 차별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를 짚었다.

주인공 우영우는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한 수재지만, 자폐 장애로 취직에 어려움을 겪다가 굴지의 로펌인 한바다에 입사했다. 애초에 불합격이었으나 로펌 대표가 직권으로 채용했다.

드라마에서 한바다 로펌 대표는 우영우 채용에 반대하는 직원에게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 졸업한 우영우의 천재성을 강조하며, 장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만일 우영우 아버지가 로펌 대표와 서울대 법대 선후배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면 우영우가 채용될 수 있었을까.

채널 ENA 홈페이지 갈무리.
채널 ENA 홈페이지 갈무리.

법정에서 펼치는 ‘설득력’이 변호사가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이기에 불합격 처리된 우영우가, 이런 특별한 관계가 없었다면 과연 로펌 대표가 직권으로 채용을 했을까.

로펌 대표가 우영우 아버지가 운영하는 김밥 집에 찾아가서 나누는 대화는 우영우가 장애로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장치이자 이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고, 그래서 문제의식을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이 장면은 법조계가 갖고 있는 끈끈한 관계 문화가 다른 어떤 차별도 뛰어 넘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굉장히 불편한 진실을 말하고 있다.

법조계의 관계 문화는 탈북민을 재판하는 법정에서도 보이는데, 검사와 변호사는 각자 자신들이 판사와 갖고 있는 특별한 관계를 내세운다.

검사는 판사와 동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에 변호사는 자신의 아버지가 같은 법원에 근무하는 판사라는 점을 내세운다. 그런데 이 장면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지나가기에 거부감을 느끼는 시청자는 거의 없으리라 생각된다.

법리를 다투는 법정에서 검사와 변호사가 판사와의 사적인 관계를 내세우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 장면이 드라마에 삽입된 것은, 법정 밖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기에 법정 안에서 보여줘도 그저 아무렇지 않게 툭 던져진 일상처럼 보이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판사는 검사와 변호사가 내세운 관계에 대해 반색을 하고 친근감을 드러내지만, 결국 판결은 공명정대하게 내리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과연 현실에서도 그런 사적인 관계가 판결에 전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전관예우라는 단어는 아무런 근거 없이 생겨난 말이 아닐 것이다. 재벌이나 사회 지도층 인사가 연루된 재판에서 변호사가 수십억 원의 수임료를 받는 경우가 종종 보도되고, 그런 경우 일반 상식과 동떨어진 판결이 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건을 맡은 변호사의 법률적 지식과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런 천문학적 수임료가 정당화된다고 믿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더킹’이나 ‘비밀의 숲’과 같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재벌과 권력과 언론이 서로 밀접한 관계로 얽혀서 법 위에 존재하는 모습이 결코 허구라고 느껴지지 않는 것은, 법조계의 타락상과 민낯을 우리가 현실에서 경험으로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검찰공화국이라고 불리는 현 정권에서 개인적 친분과 사적 관계에 바탕을 둔 일들이 정부 내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행해지는 모습을 보면, 역시 드라마는 현실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보여주는 법조계의 관계에 의한 영향력에 대해 아무도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냥 ‘당연한’ 일로 치부되기에.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사적 관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지만, 최소한 정부와 법조계에서 만큼은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야 하는데, 공정을 내세운 정부에서 자행되는 일을 보고 있으면 씁쓸하기 그지없다.

이런 이상한 현실에 대해 우영우 변호사가 한마디 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드라마에서라도 카타르시스를 느껴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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