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기회일 수 있다지만... 주민들은 ‘씁쓸’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내년 하반기 투입 예정이었던 인천~백령도를 잇는 신규 카페리여객선이 아직 건조조차 하지 못해 뱃길이 끊기게 생겼다. 해당 항로를 오가는 하모니플라워호는 내년 5월이면 선령이 만료된다. 하지만 에이치해운은 아직 선박건조 자금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보통 대형여객선을 건조하는 데 1년 6개월가량 소요된다. 지금부터 짓기 시작해도 내년 말에나 투입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에이치해운은 한국해양진흥공사의 보증을 거쳐 계약금 약 50억원을 확보하려 했으나, 진척 사항을 알 길이 없다.

인천 연안여객터미널과 백령도 용기포신항을 오가는 하모니플라워호.
인천 연안여객터미널과 백령도 용기포신항을 오가는 하모니플라워호.

해당 사실을 알게 된 옹진군은 오는 8월 20일까지 대출금을 확보하고 선박 건조를 시작할 것을 요구했다. 옹진군은 지난해 12월 에이치해운과 인천~백령 항로에 2400톤급 카페리여객선을 투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업무협약을 했다. 아울러 향후 10년간 총 12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에이치해운이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계약은 파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신규여객선 도입 논의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서해3도(백령·대청·소청) 주민들이 염원하던 내용으로 신규여객선 도입 논의가 재개될지도 모른다.

주민 사이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민들은 지난해 옹진군에 3000톤급 이상 여객선 도입과 공영제 운영을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옹진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패배감을 느꼈던 주민들은 희망을 불씨를 살리는 모양새다.

특히,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윤석열 대통령, 유정복 인천시장, 문경복 옹진군수는 후보 시절 연안여객선 완전공영제를 약속했다. 인천~백령 신규여객선 도입이 일단 좌초된다면 공영제 공약이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서해3도 주민들은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우선 주민들은 십수년간 이동권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수없이 외쳐도 외면당했는데, 기껏 옹진군이 선정한 선사의 능력 부족으로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된 게 씁쓸하다.

불안함도 크다. 내년 5월부터 대체여객선이 임시로 투입돼야 하는데, 어느 규모의 선박이 운항할지 알 수 없다. 기존 하모니플라워호(2071톤급)보다 작다면, 주민들이 겪는 불편은 뻔하다.

이참에 섬과 육지를 이어주는 교통수단으로 여객선이 유일한 포항~울릉도 항로처럼 1만톤급의 초대형카페리여객선을 도입하는 구상까지 펼쳐놓고 논의해야 한다. 기상악화에 걸핏하면 결항하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가시거리 제한을 1km에서 500m로 완화하는 것도 동반돼야 한다.

이미 인천시는 지난해 인천~백령 항로 신규여객선 도입 논의 당시, 주민들의 요구대로 건조한 지 5~6년 된 3000톤급 이상의 중고여객선을 빌려 운항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문제는 의지다. 국민이라면 누려야 할 기본권인 서해3도 주민들의 이동권이 불통행정에 침해당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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