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때마다 여당 후보들 대통령과 친분 과시
지방선거 부활 30년 지났지만 지방분권은 ‘반쪽’

인천투데이=이종선 기자 | 지난 3월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두 달여 만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안 돼 치른 선거이다 보니 여당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압승했다.

보통 대통령 취임 후 100일간을 ‘허니문 기간’이라 한다. 결혼 직후 신혼여행을 다녀온 부부의 달콤한 시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집권 초기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가 높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선거 후보가 26일 부평구 문화의거리를 찾아 유세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선거 후보가 26일 부평구 문화의거리를 찾아 유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제20대 대선이 0.73%포인트 차이로 역대급 초접전 결과를 보였던 만큼, 윤석열 정부의 허니문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시각도 있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취임 첫 주 국정수행 지지율은 긍정평가가 51.4%로 나타났다. 이는 1987년 직선제 이후 선출된 대통령 중 가장 낮은 지지율로 임기를 시작한 사례다. 당선인 신분일 때는 지지율이 30% 중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허니문 기간은 분명 존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과거 대통령들의 취임 시절보다 아무리 낮다고 하더라도, 유권자들은 새 정부에 힘을 실어줬다.

이를 기대해서일까 이번 지방선거 여당 국민의힘 후보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내세우는 유세를 펼치는 경우가 많았다. 윤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 공보물과 현수막 등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남 남해군수 선거에서 등장한 AI 윤석열 대통령.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남 남해군수 선거에서 등장한 AI 윤석열 대통령.

경남 남해군수 선거 과정에서는 국민의힘 후보가 ‘AI 윤석열’ 영상을 유세에 활용했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의 선거개입이며 탄핵감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인천에서도 일부 후보가 윤 대통령과 함께 찍은 것처럼 사진을 합성해 나란히 있는 모습을 공보물에 실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여당이 선거에서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하는 것은 4년 전에도 같았다. 당시 문재인 정권 출범 1년 뒤 치러진 2018년 지방선거에선 민주당 후보들은 각종 홍보물에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전면 배치하며 선거유세를 했다.

이쯤 되면 지방선거가 정부의 관선 단체장을 뽑는 선거인지 헷갈린다. 이는 한국 지방자치의 한계이기도 하다. 1991년 지방선거를 실시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중앙집권 권력구조는 그대로라 정부에 기댈 수밖에 없는 탓이다.

물론 각 당선인들이 지역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협치하는 것은 필수다. 하지만 지방자치가 아직까지 반쪽에 그쳐있어 정부에 대한 의존성이 심해지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보다 강력한 지방분권으로 국방, 외교, 통화, 금융, 통신 등을 제외한 지역 현안은 각 지자체가 보다 독립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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