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도서관 다문화 수업, 4개월 과정 마쳐

▲ 달팽이미디어도서관이 진행한 ‘다문화 세계여행 시끌벅적 토요일’ 수료식 장면.
“한국에는 ‘뽀로로’가 있죠? 중국에서는 ‘시양양’이라는 캐릭터가 인기 최고에요. 귀엽게 생겼죠? 이건 제기인데 한국 것과 비슷하지만 중국 제기에는 깃털이 달려 있고, 발로 차면 소리가 나요”

다문화강사 정춘홍씨의 설명에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집중한다. 수업을 듣고 있는 이들은 모두 한국 아이들. 지난 7월 21일, 산곡동 달팽이미디어도서관(관장 최선미)에서 진행한 ‘다문화 세계여행 시끌벅적 토요일’ 강의 현장이다.

달팽이도서관은 4월부터 초등학생 40여명을 대상으로 다문화수업을 진행했다. 아름다운가게에서 공모한 ‘우리동네 희망등대’ 사업에 선정돼 자금을 지원받았다. 교육과정은 달팽이도서관 책동아리 ‘가온누리’ 엄마들이 회의와 토론을 통해 결정했다.

베트남을 시작으로 필리핀, 몽골, 중국 등 나라별로 4주 동안 각 나라의 특색과 놀이, 음식, 문화를 주제로 강의가 진행됐다. 나라에 대한 설명을 영상이나 그림으로 보여주고, 그 나라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고, 몽골문화원과 차이나타운에 가보는 등 지루할 틈 없는 수업이 이어졌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 것은 각 나라의 전통놀이 시간. 이날, 중국 놀이에 대한 설명을 들은 아이들의 마음은 이미 놀잇감으로 달아난 지 오래. 선생님이 놀잇감 가지고 놀아도 좋다는 말을 하기가 무섭게 각자 마음속에 점찍어 둔 장난감을 집어 들었다. 남자 아이들은 만화경처럼 손으로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 관심을 보였고, 여자 아이들은 우리나라 고무줄놀이와 비슷한 줄놀이를 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더운 줄 몰랐다.

그리고 7월 28일엔 수료식을 진행했다. 수료식에 참여한 정희주(11ㆍ용마초)양은 “그동안 여러 나라 인사말과 인사법을 배웠어요. 나라마다 다른 방식으로 인사하는 게 재밌고 신기했어요. 놀이를 하는 것도 좋았고요. 수업을 하기 전에는 다문화 친구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다 똑같은 친구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히려 (다문화 친구를)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 프로그램은, ‘다문화가정은 늘고 있지만 그들과 관계의 물꼬를 트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최선미 관장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문제는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었다. 최 관장은 수업에 앞서, 가온누리 회원들과 함께 소수자와 인권에 관한 공부를 먼저 했다. 최 관장은 “공부를 하면서, 그동안 우리가 다문화가정을 ‘도와줘야할 존재’로 봐 왔다는 걸 알게 됐어요. 배척하지는 않았지만, 동네 이웃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던 거죠”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바뀌면서 그만큼 수업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가온누리 회원들은 각 나라에 대한 책과 자료를 찾아보며 회의와 토론을 거듭했다. 그러는 사이, 각 나라에 대한 지식이 쌓인 것은 물론 사람들에 대해서도 친근함마저 느끼게 됐다.

가온누리 회원 조선숙(41ㆍ산곡1)씨는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에게 가르친다기보다는 우리 엄마들이 더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이 동네에 다문화가정이 많은데 시장에서 필리핀 여성에게 먼저 말도 건네고, 도서관 소개도 했어요. 아이들이 수업한 나라로 여행을 가보고 싶다고 말을 할 때는 준비한 보람도 느꼈고요”라고 말했다.

최선미 관장은 “우리 도서관에서는 오랫동안 마을공동체를 꿈꿔왔어요. 다문화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편견을 깨지 않고는 우리가 원하는 공동체를 이룰 수 없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서도 기대 이상의 변화를 느낍니다. 내친 김에 소규모로 그룹을 만들어 원하는 아이들과 심화교육을 할 생각이고, 하반기엔 ‘다문화가정과 함께하는 유아책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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