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신옥 다색빛공동체 대표

조신옥 다색빛공동체 대표
조신옥 다색빛공동체 대표

인천투데이|현재 대한민국 이주 배경 인구는 약 300만명, 그중 결혼이민자 가정 자녀는 30만명으로 다문화가정 자녀는 전체 출생아의 6%를 차지한다. 저출산 고령화가 한국의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으나 이주 배경 아동은 오히려 증가 추세이다.

2020년 11월 기준 통계에 따르면, 인천시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 인구는 7만3298명으로 전체 인구의 6.7%를 차지했는데 경기도와 서울시 다음으로 세 번째로 많다. 올해 인천시 부평구의 한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 중 다문화 배경 아동이 15%에 달해 다문화사회를 실감하게 했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고 따돌림을 당하는 사건이 비일비재하던 10년 전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교육 현장에서 11년 차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세계시민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필자는 다문화정책과 인식개선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는 다문화 관련 내용이 교육과정에 포함돼있다. 피부가 다르고 언어가 다른 것은 이미 학생들한테는 중요하지 않다. 교실에서 다문화 교육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자기보다 한국어가 서툰 외국 친구를 도와줘야 한다고 스스로 판단하고 선행을 베푸는 학생들이 많다. 티 없이 맑고 순수한 학생들을 보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주 배경 학생의 현황은 어떠할까. 사정을 잘 모르는 일부 일반인들은 다문화 학생들이 문제가 있다는 편견이 있다. 이주민들은 출신국도 다르고 문화 배경도 다르고 한국에 정착한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따라서 이주 배경 학생의 상황도 다양하다.

학교에서 문제가 되는 학생들의 경우 흔히 가정에서 잘 돌보지 못해서 학력이 낮은 경우가 많은데 다문화 학생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교육열이 높은 가정에서 성장한 학생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한글을 다 떼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정반대의 상황에 놓인다.

다문화 학생 중 한국어가 서툰 경우가 많다. 많은 학교가 이런 학생들을 위해 한국어교실을 따로 설치해서 한글을 집중적으로 배우게 하고 있다. 또 기초학력이 낮은 학생에게 국어와 수학도 가르치고 있다. 교육청과 학교의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역부족인 학생들이 있다. ‘중도 입국 학생’이라고도 하는 외국 출신 학생들이다.

인천의 경우 중도 입국 학생을 위한 기숙형 학교가 있는데 모든 중도 입국 학생이 원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학교에서는 당사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신청을 받아 학교 내에서 한국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한국어교육에만 국한되기 때문에 한국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됐다해도 다른 과목은 낙오되기가 쉽다.

특히 중‧고등학교 때 중도 입국한 외국 학생들의 상황은 아주 심각하다. 정체성이 형성되는 민감한 시기에 돌봐줄 인척이 없어 하는 수 없이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경우가 허다하다. 이들 중 대부분은 나중에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 오면서 모국어를 계속 습득할 기회가 거의 없는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서툰 한국어로 다른 교과목을 학습할 때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적지 않은 학생들이 어려운 학문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결국 포기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화시기에 다문화 교육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세심한 정책의 배려가 필요하다. 치열한 입시경쟁에서 출발선이 다른 원인으로 동등하게 경쟁할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한 진로와 직업교육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흔히 이중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이 다문화 학생들의 장점이라고 한다. ‘중도 입국 학생’들이 모국어를 지속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경쟁력을 갖추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이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차이를 극복하면서 세계시민으로서의 소양을 갖추도록 국제문화이해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또한 다문화에 대한 사회 인식개선에 도움이 되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언론과 방송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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