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30분. 집에서 회사까지 출근할 때 걸리는 시간이다. 6분~8분을 걸어 버스를 타고 10분 이동. 다시 10분을 걸으면 회사에 도착한다. 버스 시간이 촉박할 때면 걸음을 재촉하기도 한다.

지각할 것 같으면 택시를 탄다. 택시호출 어플리케이션으로 택시를 부르면 5분 안에 택시가 도착한다. 택시가 안 잡히면 조바심에 짜증이 난다 ‘이럴 거면 버스탔지’라면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장애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장애차별철폐연대가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서울도시철도에서 벌이는 시위에 대해 '시민을 볼모로한 불법'이라고 한 데에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장애인 이동권 시위는)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 ‘비문명적 시위 방식’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2001년 서울도시철도 4호선 오이도역 리프트추락 사건이 계기가 됐다. 그 후 2002년 서울지하철 5호선 발산역에서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

어렸을 때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전철 선로 위에서 시위를 하고 있고 열차가 닿을 듯 말 듯 서 있던 사진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들의 요구는 20년 전이고 지금이고 동일하다. 장애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여전히 장애인이 이동할 수 있는 교통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장애인 이동권 시위 때문에 한 승객이 할머니 임종을 놓쳤다’, ‘장애인 활동가가 휠체어 바퀴를 승강장 사이에 끼워 열차 운행을 방해했다’라는 등 온라인 상에 올라온 글에 쉽게 묻힌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 틈을 교묘하게 파고든다. 그는 장애인 이동권 시위로 불편을 겪은 시민들과 장애인단체의 사이를 대립구도로 만든다.

결국 논쟁은 장애인단체가 출근길에 시위를 했고, 누군가가 이를 비판했는데, 다른 누군가가 이 누군가를 또 비판했다는 식으로 흘러간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예산 확보 방안, 실태 조사의 필요성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나는 출근하면서 장애인을 본 적이 없다. 내가 타는 버스 계단은 장애인이 오르기엔 너무 높고, 내가 타는 택시는 휠체어를 태우기엔 너무 비좁다.

이준석 당대표가 당대표로 출근하는 첫 날 그가 서울시 공유 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국회로 들어오던 모습이 선하다.

그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시성·편리함에 지하철과 함께 따릉이를 이용한다"고 말이다. 물어보고 싶다. 당신의 출근길에서 장애인을 본 적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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