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근 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조현근 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조현근 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인천투데이|난 이른바 X세대다.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라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랫말처럼 나의 청춘은 개성과 자유가 중심이었다. 어느새 1997년 IMF 경제불황을 겪었던 20대를 지나 중년이 됐다.

국내 나와 같은 1970년대생 인구는 860여만명이다. 이번 선거 전체 유권자 가운데 약 20%에 해당할 만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 세대가 스스로 정치적으로 세력화하는 등 정치의 중심에 선 적은 없다.

지금 우리는 586과 MZ(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태어난 이른바 밀레니얼+Z세대)세대 사이에 ‘낀세대’ 혹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 ‘낀꼰대’로 불린다.

그러나 어느 세대든 ‘낀세대’와 ‘꼰대’는 없다. 젊음이 노력해서 얻은 상이 아니듯 늙음도 잘못해서 받은 벌이 아니다.

대한민국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 IMF경제불황 극복 과정은 언제나 당시 세대의 청춘을 밑거름 삼지 않았던 적이 없다. 우리세대의 부모 세대나 나는 적어도 시대를 탓하기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존엄과 자유, 평등을 지키기 위해 또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시대를 열기 위해 노력했다.

청년과 노인 모두 ‘오늘’이 ‘처음’이듯 이번 20대 대선도 처음이다. 선거엔 연습이 없다. 우리 마음이 결정한 선택의 크기에 따라 민주주의가 발전한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가 아니라 국민이 미래를 만든다.

일각에선 이번 대선을 역대 최악의 선거라고들 한다. 그러나 후보자 자질 문제와 비방은 늘 있었다. 대선 때마다 자기 진영이 지기라도 하면 마치 나라가 망할 것처럼 유권자를 다그쳤다. 마치 촉박한 시간에 사진 두 장을 주고 틀린 그림 찾기를 강요하듯 말이다.

1950년 6.25 참전용사도, 1960년 4.19 혁명을 주도한 사람도, 1961년 5.16 군사정변을 경험한 사람도,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울부짖었던 사람도, 2016년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온 사람도 모두 예외는 없었다. 내가 하면 맞고 상대가 하면 틀리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지도자 한 사람이 평범한 국민 이상 위대할 수 없다. 그러나 후보의 말과 글에 올라탄 무리들이 줄지어 내게 선택을 강요한다. 정치집단이 규정한 시대정신을 자꾸 이야기한다. 유독 선거철만 되면 흑백으로 편을 가른다.

정신이 사납거니와 말을 하는 것보다 듣는 게 더 힘들다. 이제는 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빠지는 것 같다.

가까운 지인들도 여론조사결과를 들먹이고 군중심리의 사표를 말한다. 대세를 따르라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대표성만 놓고 얘기하면 역대 대통령 가운데 초대 이승만 대통령 시대 이후 전체 유권자 과반 지지를 얻은 후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1/3 이하도 있었다. 통계를 보면 박정희 40.8%, 노태우 32.0%, 김영삼 33.9%, 김대중 32.0%, 노무현 34.3%, 이명박 30.5%, 박근혜 38.9%, 문재인 31.6%로 당선됐다. 선거에서 1등이었을 뿐이고 과반이 ‘사표’였다. 40여년 간 과반 지지를 받지 못하는 1등을 배출하는 선거제도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중학생 딸이 공부하는 교과서에 정치가 “구성원 간 대립과 갈등을 완화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함으로써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공동체가 발전해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것 같지 않다. 역사적으로 보면 ‘문자를 읽는 것’ 자체보다 ‘문자를 해석하는 권력’을 가진 계급이 실제 권력을 쥐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끔 딸들이 서로 “어쩔티비?”“저쩔티비?”라고 대화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너무 진지하거나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서는 잔소리를 들을 때 듣기 싫다고 하는 표현이다. “잔소리 그만 하시고 보던 TV나 계속 보세요”라는 의미다.

때로는 나보다 낫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기껏해야 “어쩌라고? 나는 나야!”정도를 외쳤는데 아이들의 언어는 더 개성 있고 자유롭다. 지금도 지상파, 종편, 신문, SNS에서 전문가들이 말과 글을 해석하고 떠드는 걸 보면 정말 ‘어쩔티비’이다.

누구를 뽑을 거냐고 남에게 묻지도 말고 강요하지도 말자. 우리 스스로 알아서 해석할 수 있다. 시대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이 만든다.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미래를 위해, 내 맘대로 투표하자. 뽑을 사람이 없더라도 투표하자. 어떠한 형태든 의사 표시를 해야 한다. 내 표가 꼭 1등이 아니어도 괜찮다. 선거는 권리가 아니라 의무다.

문득 중학교 딸 사회 교과서에 실린 문구가 떠오른다. “시민은 참여를 통해 정치권력을 감시하고 통제함으로써 스스로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