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신옥 다색빛공동체 대표

조신옥 다색빛공동체 대표
조신옥 다색빛공동체 대표

인천투데이지난 21일 저녁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TV토론회를 아주 진지하게 시청했다. 대선후보들의 열띤 토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으나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한국에서 소수 정당은 거대 정당 후보들과 나란히 방송토론회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 것 같다. 다문화 포용 사회를 주장하는 한국에서 대선을 앞두고 이주민 관련 언급이나 정책공약이 없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2021년 7월 기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 수는 222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3%를 차지한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로 한국 사회는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으나 다문화 세대의 출생아 수는 오히려 해마다 증가해 전체 출생아의 5.9%에 달한다. 인천의 경우 2020년 11월 기준 다문화가족의 비율이 6.7%를 차지한다.

국내 학생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해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이주민 가정 아동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부모를 따라 중도 입국하는 이주 청소년도 늘어나고 있고,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했거나 군복무 중인 이주민 2세 유권자도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체류자격은 아주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러나 한국 국적이나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만 투표권이 있다. 매번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선거권이 있는 이주민에게도 관심을 보인다. 그중 진정성을 가지고 이주민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정치인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선거가 끝나면 믿었던 정치인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배신감을 느낀 사람들이 나오고, 이들로부터 이주민을 선거에만 이용한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온다.

한국 사회에 분명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선진국 출신이라면 글로벌, 후진국 출신이라면 다문화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때문에 문화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다문화는 원래 좋은 의미였으나 왜곡된 인식 때문에 당사자들은 정작 ‘다문화’로 불리는 것을 싫어한다. 2년 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이주민을 ‘다문화’라고 부르지 말라는 캠페인을 한 적도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더욱 부각됐다. 이주민도 실직, 해고, 임금 차별, 사회적 관계 축소, 의료기관 접근성 악화 등 재난을 정주민과 마찬가지로 겪고 있다. 코로나는 인종이나 국적을 가리지 않는 만큼 이주민 취약계층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과 행정의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거주 동포, 다문화가족, 외국인 등 이주민 관련 정책은 9개 이상의 부처가 각 부처별로 다른 법률에 따라 예산집행을 하고 있다. 중복사업과 일회성 사업으로 인한 예산 낭비, 정책의 비효율, 이주민 당사자들의 불편 호소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학계와 시민시회단체가 이주민 정책을 통합적으로 펼칠 컨트롤타워 설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했다. 그러나 부처 간 이해관계 충돌로 인해 정권이 여러 번 바뀌어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 증가와 함께 건강보험료 납부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의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최근 4년간 약 1조5950억원 흑자를 달성했다. 그런데 외국인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는 내국인과 다른 건강보험 가입기준과 보험료 산정방식을 적용받고 있어 차별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2019년 기준 국내 외국인은 약 1조3000억원 이상의 세금을 납부했다. 정부가 정한 각종 의무와 책임을 다했으나 권리는 오히려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영유야 무상보육이다. 내국인의 경우 영유아 무상보육 정책 시행으로 아동수당을 받는다. 반면 이주민 자녀는 보육료 지원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다. 이는 ‘납세 의무를 다하고 있는 외국인 주민과 모든 아동은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어긋난다.

2021년 7월 민주당 고영인 국회의원(경기 안산단원갑)이 영유아 보육에 있어 국적에 따른 차별을 받지 않게 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의 경우 작년에 아동재난보육수당 지급, 재난극복 및 일상회복 지원금 지급이 있었다. 초기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주민을 배제했다. 이주민단체의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천시의회의 노력이 있었다.

인천시의회 조선희(정의당, 비례) 의원이 대표발의 한 외국인주민지원조례 개정안을 시의회가 통과시켰다. 인천시는 이 조례에 근거해 합법 체류 외국인 주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3월 9일 치러지는 대선을 눈앞에 두고 있는 현시점에서도 이주민 관련 정책공약 발표는 감감무소식이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이주민 유권자들은 소중한 한 표를 어떻게 행사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치권은 이주민을 선거용으로만 이용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이해하고 존중해야 만이 적극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적지 않은 이주민 활동가들이 각 정당과 후보 캠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심지어 전국적으로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이주민 출신 예비 정치인도 적지 않다. 당사자 문제는 가장 절박한 본인들이 직접 나서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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