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남편과 한국에 온 중국 한족 출신
이주여성으로서 이주여성을 공부하다
“이주여성 진짜 이야기 세상에 전할 것“

인천투데이=박소영 기자│“이주여성하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나요?” 인터뷰를 시작하자 이춘양 박사가 기자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이춘양 박사는 2006년에 한국에 입국한 한족 출신 40세 이주여성이다. 계명대학교 일본학과 국제학사,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문학석사, 인하대학교 다문화교육학과 교육학박사를 졸업했다. 현재 인하대학교 다문화융합연구소 초빙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춘양 박사는 중국 시안(西安)의 한 대학교에서 지금의 남편을 처음 만났다. 2년 교제 끝에 그는 대학교를 중퇴하고 한국행을 선택했다.

이춘양(40) 박사.
이춘양(40) 박사.

이주여성으로서 이주여성을 공부하다

‘안녕하세요’. 이춘양 박사가 한국 입국 당시 할 줄 아는 유일한 한국어였다. 그는 1년을 꼬박 한국어를 공부하는 데 보냈다.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그는 윤동주 시인과 나태주 시인의 시를 많이 봤다고 했다.

중국에 있을 때부터 시를 좋아했던 이춘양 박사는 한글로 시를 쓰기도 하고 시를 읽기도 했다. 어느정도 한국어가 익숙해진 이춘양 박사는 그만둔 학업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계명대 학사, 동국대 석사, 인하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인하대 다문화교육학과에서 공부할 때 그는 ‘한부모이주여성 삶의 성장 경험에 관한 생애사적 내러티브 연구’ 논문을 쓰기 위해 이주여성을 취재하러 다녔다.

이춘양 박사는 “연구에 맞는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지인과 한부모이주여성 관련 단체 담당자의 소개를 받아 이주여성들을 만났다”며 “이주여성하면 어떤 단어가 먼저 떠오르나. 아마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 도와줘야하는 사람, 문제덩어리 등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이주여성과 관련해 진행된 연구도 '어려움, 문제, 폭력, 우울, 스트레스, 차별' 등 문제 상황 탐색에만 머물고 있었다”며 “이같은 연구는 이주여성의 한국 생활적응 등에 어느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이주여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부연했다.

이춘양(40) 박사.
이춘양(40) 박사.

“이주여성이 처한 상황 극복 성장 과정 시로 담았다“

이춘양 박사는 논문을 쓰기 위한 목적으로 이주여성들을 만났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을 만나며 큰 위로를 얻었다고 한다. 이춘양 박사 본인도 이주여성이었다. 그는 논문과 별개로 이주여성들의 이야기를 시로 담기로 했다.

다음은 그가 쓴 시들 중 ‘다시 만나면’이다.

사랑인가
미련인가
미움인가
기대인가
그건 잘 모릅니다
다시 만나면
따뜻한 차 한 잔
함께 나눠 마실 수 있기를
다시 만나면
살기 위한 삶이 아닌
삶을 위한 삶이 되기를

이춘양 박사는 “지난 10년 동안 다문화가정 해체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이 시의 주인공도 남편을 따라 한국에 왔지만, 이혼을 한 사람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부모 이주여성들은 '한부모', '이주', '여성'이라는 3가지 이유로 연약하고 불쌍한 존재로 낙인이 찍힌다”며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실제로 들어보면 이들은 끊임없이 직면하는 상황에 대처하고 변화하며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시의 주제가 된 이 이주여성도 행복하기 위해 이혼을 했다. 이혼할 당시 슬펐지만, 지금은 극복하고 일을 하며 잘 살고 있다”며 ”즉 이혼이라는 문제와 상황을 겪었지만 극복해 성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춘양(40) 박사.
이춘양(40) 박사.

“이주여성의 진짜 이야기 세상에 전할 것“

이춘양 박사는 “도움이 필요한 이주여성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다만 이들은 경제활동, 지역활동, 봉사활동 등 적극적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는데, 이 부분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주여성들은 침입자도 손님도 아닌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다. 이들의 근본적인 자립을 위해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춘양 박사가 취재했던 이주여성들은 이춘양 박사를 ‘상담사’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첫 사람이자 같은 이주여성이니 깊은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춘양 박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더욱 전문성 있게 듣고자 내년에 심리상담 공부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 박사는 끝으로 “이주여성을 위한 상담센터를 차리는 것이 목표다”며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 상담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깊이 있는 연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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