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학설 뒤엎은 지구의 ‘자기방어능력’ 발견
서남극 빙하 모두 녹을 시 해수면 5.28m 상승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서남극 융빙수(빙하 녹은 물)가 ‘운명의 날 빙하(스웨이트 빙하)’ 등 빙붕의 붕괴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천 연수구 송도에 위치한 극지연구소(소장 강성호)는 이런 내용이 담긴 연구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스웨이트 빙하는 남극에서 가장 빠르게 녹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빙하가 전부 녹으면 지구의 평균 해수면이 65cm오르고, 서남극 다른 빙하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어 ‘운명의 날 빙하’라고 불린다. 과학계는 서남극 빙하가 모두 녹을 시 해수면은 5.28m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이원상 박사 연구팀은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경북대학교, 서울대학교, 미국 휴스턴대학교 등 국제 공동연구팀과 함께 융빙수가 빙붕의 붕괴 속도를 늦추는 현상을 발견했다.(사진제공 극지연구소)

빙붕은 남극 대륙 빙하와 이어진 수백미터 두께의 얼음 덩어리다. 바다에 떠있으면서 빙하가 바다에 빠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기존 학계는 융빙수가 빙붕 하부와 주변 해양의 순환을 도와 남극해 밖의 따뜻한 물을 빙하 아래로 더 많이 끌어들이고, 빙붕 붕괴를 촉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에 극지연구소 이원상 박사 연구팀은 해양수산부의 지원을 받아 경북대학교, 서울대학교, 미국 휴스턴대학교 등 국제 공동연구팀과 함께 융빙수가 빙붕의 붕괴 속도를 늦추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이들은 지난 2020년 1~2월 한국의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를 타고 스웨이트 빙하와 파인아일랜드 빙붕 인근 바다에서 직경 40km의 소용돌이를 추적해 융빙수의 새 역할을 찾았다.

소용돌이는 융빙수가 유입돼 형성한 것이다. 연구팀은 소용돌이가 반시계방향으로 돌 때 융빙수가 내부로 모이는데, 외부에서 온 따뜻한 물이 춥고 좁아진 소용돌이 내부 구간을 지나면서 열을 뺏긴 것으로 분석했다. 이로 인해 수심 400~700m에서 해수의 열용량이 12% 감소했고, 빙붕 하부가 녹는 속도도 함께 늦춰지는 것이다.

이원상 극지연구소 빙하환경연구본부장은 “지구는 ‘자기방어능력’으로 지구온난화에 저항하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남극은 빠르게 녹고 있다”며 “기후변화 영향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해수면 상승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빙하의 움직임을 추적·관찰하겠다”고 말했다.

아라온호 모습.(사진제공 극지연구소)
아라온호 모습.(사진제공 극지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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