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진료실서 알려주지 않는 성인병 이야기(34)

커피와 고혈압

=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이 교감신경을 자극해 일시적으로 혈압이 올라간다. 그래서 커피는 혈압을 올린다는 것이 상식이 돼, 혈압이 높은 사람은 커피를 마시지 않도록 권장됐다.

많은 임상 연구에서 1~12주 정도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하루 5잔 정도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수축기 혈압은 2mmHg 정도ㆍ이완기 혈압은 1mmHg 정도 약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커피로 인한 혈압 상승은 평소 커피를 먹지 않는 사람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반면, 평소 즐겨 마시는 사람에서는 변화가 뚜렷하지 않았다. 카페인에 대한 내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시는 사람에게서 고혈압이 발생한다는 근거는 희박하다. 일본에서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커피를 마시는 습관과 혈압과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은 오히려 혈압이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커피를 매일 1잔 마시면 수축기 혈압이 0.6mmHgㆍ이완기 혈압이 0.4mmHg 내려가는 결과를 얻었고, 매일 마시는 양이 늘어남에 따라 혈압 강하 정도도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진이 1976년부터 간호사 20만명의 건강과 생활습관을 관찰한 ‘간호사의 건강 보고서’ 자료에 근거해 1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카페인과 고혈압’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2005년 미국의학협회지에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커피는 일시적으로 혈압을 상승시키므로 장기적으로 고혈압 위험을 높이리라는 일반 관점과는 달리, 오히려 장기적으로 고혈압에 의한 위험을 약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카페인이 들어 있는 콜라는 가당이든 무가당이든 혈압을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를 하루 3잔 이상 마시는 여성은 거의 또는 전혀 마시지 않는 여성에 비해 고혈압 환자가 될 가능성이 7~12% 낮은 반면, 콜라를 하루 4캔 이상 마시는 여성은 고혈압 위험이 28~44% 높게 나타났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카페인 이외 다른 성분이 혈압 상승에 관여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임상 연구결과에 따르면 습관적 커피 음용이 혈압 상승을 초래한다는 우려에 대한 근거는 희박하다.

커피와 콜레스테롤

= 커피에 들어 있는 성분 중 ‘Cafestol’과 ‘Kahweol’은 콜레스테롤의 혈중 농도를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성분들은 커피여과지로 걸러지므로 커피여과지로 내려 마시는 커피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올리지 않지만, 방식이 다른 ‘터키식 커피’나 ‘프렌치 프레스 커피’는 Cafestol과 Kahweol의 농도가 높아 콜레스테롤을 올리게 된다.

흔히 마시는 자판기 커피에는 프림이 들어있는데, 프림의 주성분은 우유가 아닌 기름으로, 기름과 물이 잘 혼합되도록 하는 식품첨가유화제를 넣어 만든 것이다. 커피 프림 포장지를 보면 야자수 그림이 있고, ‘non dairy coffee creamer’ 즉 유제품이 아니라고 표기돼있다. ‘식물성 크림’이라는 문구도 볼 수 있다. 언뜻 건강에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 수 있다.

커피 프림은 식물성 기름인 팜유에 유화제를 섞어 물에 잘 녹게 만든 제품이다. 팜유는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된 다른 식물성 기름과는 달리 대부분 포화지방산으로, 매일 섭취할 경우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 있다. 커피가 콜레스테롤을 높이기보다는 커피에 첨가하는 프림 때문에 콜레스테롤이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섭취 후 콜레스테롤을 높일 뿐만 아니라 비만의 원인이 된다. 동물성 기름과 같은 기름이다.
▲ 전두수 인천성모병원 심장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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