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공무집행방해로 ‘대상’ 측 고발… 대상, “중기청 탓에 여기까지”
중기청, 달인식자재마트와 ‘대상’간 거액 외상거래 추가 조사 예정

농성 40일째, 매출 감소… 문 닫는 가게도

인천 부평구 삼산동에 있는 달인식자재마트가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의 ‘사업 일시정지’ 결정을 무시하고 영업을 강행하면서 촉발된 삼산동대책위원회 상인들의 ‘대상그룹 식자재사업 진출 저지를 위한’ 농성투쟁이 40일을 넘어서고 있다.

중기청은 지난달 16일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에 의거한 ‘사업 조정 신청대상’ 여부(=‘대상’ 자본인지 개인사업자인지)를 판가름하기 위한 2차 현장조사를 마쳤다. 그러나 중기청은 유권해석 발표를 미루고 있으며, 그 사이 상인들의 피해는 커지고, 상인들과 달인식자재마트 간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달인식자재마트가 영업을 강행해 인근 상인들의 매출은 10~20%씩 감소했으며, 심지어는 문을 닫는 가게도 나오고 있다. 농성이 전개되는 동안 농성장에서는 달인식자재마트 측 소행으로 방화사건과 차량파손,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40일째 농성하고 있는 삼산동대책위는 여전히 ‘대상그룹이 중기청의 일시정지 권고 조치를 위계(=거짓으로 계책을 꾸밈)로 회피하기 위해 대상베스트코 삼산동 지점을 폐업한 후 상호를 달인식자재마트로 변경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폐업 당시 대상그룹 임원이었던 C씨(=당시 인천지사장, 달인식자재마트 대표의 처남)는 자신의 매형인 L씨에게 ‘대상베스트코 삼산동 지점’을 11억원에 매도했고, 이후 L씨가 건물 임대차계약을 체결했으며, ‘달인식자재마트’라는 상호로 변경해 일시정지 권고를 무시하고 사실상 ‘대상’의 위장계열사로서 영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중소상인ㆍ시민사회 삼산동공동대책위(이하 삼산동공동대책위)’는 ‘정당한 사업조정 집행을 가로막는 대상베스트코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고발한다며, 7일 오전 인천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실장은 “사업조정제도를 통해 무너져가는 중소상인을 지켜야할 중기청은 최근에 익산ㆍ수원 등에서 상생법의 한계를 운운하면서 사실상 재벌유통업체들의 편법 출점을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한 뒤 “그래서 우리가 직접 나서게 됐다. 대상재벌의 상생법 무력화 행태를 사법당국이 법적으로 엄단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고발 배경을 밝혔다.

사업조정 신청대상 여부, 법정에서 가려지나

삼산동공동대책위는 상생법 시행규칙 제9조의 2 제1항을 근거로 달인식자재마트가 대기업인 ‘대상’의 실질적 지배관계 아래에 있다고 해석한다.

시행규칙은 대기업(대상그룹)이 단독으로 또는 합산해 개인사업체(달인식자재마트)의 출자 지분 중 50%(5억 5000만원)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를 실질적 지배관계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동주 정책실장은 “달인식자재마트 대표인 L씨는 대상베스트코 삼산동 지점을 운영하던 당시 대상그룹 임원이었던 C씨의 매형이다. 11억원이나 되는 거금을 일시에 마련할 수 없었다. L씨는 처남 C씨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인수했다. 사실상 ‘대상’의 돈으로 인수를 한 것”이라고 한 뒤 “자금 출처를 확인하면 실질적으로 인수한 돈이 ‘대상’의 돈임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적 지배관계로 볼 수 있는 두 번째 정황은, ‘대상’이 개인사업체 ‘달인식자재’에 출자총액을 초과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자산을 대여하거나 채무를 보증하고 있는 경우다.

삼산동공동대책위는 달인식자재마트의 출자총액이 11억원인 반면, ‘대상’에서 무상으로 제공한 주차장 부지의 가치가 13억원 상당이며, 추가로 무려 10억원 상당의 외상을 제공(자산 대여에 해당)하는 편의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대상’과 달인식자재마트는 실질적 지배관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상인들이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이제 달인식자재마트의 사업조정 신청대상 여부 판가름은 중기청이 아닌 법정에서 가려질 공산이 커졌다.

이와 관련해 대상그룹 측은 상인들이 억지 주장을 펼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고발장까지 제출된 만큼 법률 검토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순겸 대상베스트코 사업본부장은 “상인들이 터무니없는 요구안(입점 조건ㆍ현금요구액)을 제시해 협상이 결렬됐다. 누누이 밝혔지만 우리는 사업 철회가 확실하다. 우린 사업 철수를 했음에도 불구, 우리를 물고 늘어지는 상인들의 저의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철회를 증빙하는 자료는 중기청에 이미 제출했다. 중기청에서 변호사 포함 자문위원 3명이 회사를 다녀갔다. 결국 중기청이 자료를 다 받고 나서도 (사업조정 신청대상 유권해석)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이런 상황까지 왔다. 고발장이 제출된 만큼 우리도 법률 검토하겠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중기청, 거액 외상 해명 못해… 추가조사 예정

상인들이 고발장을 제출한 7일 오후 중기청 사업조정 담당공무원은 인천을 방문해 상인들과 간담회를 열고 진행상황을 설명했다.

중기청 사업조정팀장은 “L씨가 처남 C씨로부터 빌린 인수자금은 대가성, 투자 지분에 따른 배당 등의 약정이 없기에 실질적 지배관계로 보기 어렵다. 또 유상계약으로 전환한 무상 주차장 부지의 임대료를 현실 가격으로 환산했을 때 출자총액을 초과하지 않기 때문에 이 역시 실질적 지배관계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산동대책위는 “중기청이 밝히지 못한 인수자금 출처는 법정에서 밝혀야한다. 또 주차장 부지는 점포 개설 당시 무상이었다가 문제가 되자 유상으로 전환한 것에 불과하다. 회사에 손실을 끼쳐가며 무상으로 대여하는 게 어디 있냐? 그건 앞뒤가 안 맞다. 또 10억 상당의 물품을 외상으로 공급한 거래는 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거래다. 담보도 없이, 보증기관의 보증도 없이 그런 거액물품을 외상으로 하는 거래는 없다. 장사꾼들에게 물어봐라. 어디에도 그런 것은 없다. 내부거래가 아니면 못한다. 이는 엄연한 자산 대여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에 중기청은 인수자금 출처에 대한 조사범위의 한계를 인정한 뒤,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또 상인들이 지적한 외상물품 제공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한 채 간담회는 마무리됐다. 중기청은 외상물품 제공과 거래 등에 관해 추가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한편, 삼산동공동대책위는 대상ㆍ씨제이(CJ) 등과 갈등을 빚고 있는 수원과 익산, 대전 등 국내 11개 지역의 상인들과 공동으로 19대 국회에 진상조사를 촉구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식자재사업을 둘러싼 사업조정 신청 공방은 이제 법정과 국회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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