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은 원당중학교 교사

인천투데이ㅣ중고등학교에 다니던 35년 전은 학급당 학생 수가 정말 많았다. 중학교 때 70명, 고등학교 때 50명 정도가 한 교실에서 공부하고 생활했다.

또래 친구들은 그 시절을 회상하며 “요즘 학교 좋아졌어. 나 때는 말이야. 한 반에 70명씩 있어도 공부만 잘했어”라는 말을 던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1970~80년대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와 2021년 현재의 GDP 수준은 정말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국가의 위상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한국은 선진국 위치에 있다. 소득 수준도 높아지고 교양 있는 사람도 정말 많아진 것 같다. 그런데 많은 국가로부터 선진국이라 불리는 한국이 왜 교육 부문에선 그렇지 못할까.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7개국 중 중학교 한 학급당 학생 수가 24위이다. 1인당 GDP가 3만5000달러에 이르는 한국이 1인당 GDP 2만달러가 안 되는 그리스보다 평균 한 학급 당 학생수가 7명 가까이 많다는 사실은 그동안 얼마나 교육환경 개선에 소홀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생활 속 거리두기' 교실 모습.(인천투데이 자료사진)
'생활 속 거리두기' 교실 모습.(인천투데이 자료사진)

인천의 중·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요즘 우려가 깊다. 인천시교육청이 학교마다 많은 수의 학급을 줄이고 교사 정원을 감소하겠다는 2022년 중등교사 가배정 정원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검단·청라·송도·영종 등 신도심 인구 밀집 지역은 신설학교가 생기고 학급 수가 늘어나는 반면, 계양·부평을 비롯해 동구·미추홀구 등 원도심 지역의 학급 수 감축이 많다. 사실 원도심 지역의 학생들이야말로 신도심 학생들보다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학교가 더 세심하게 보살피고 교육해야 한다.

그런데 학생 수가 다른 지역보다 적다는 이유로 학급 수를 줄이고, 학생을 교육해야하는 교사도 줄이겠다고 한다. 원도심 지역의 학급당 학생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지, 그렇게 적다고만 볼 수 없는 학교도 많다.

교육청 한 관계자는 학급 당 26명힌 학생수를 30명 가까이 늘려 놓고는 다른 학교와 형평성을 맞췄으니 불만을 가지지 말라고 했다. 학급당 학생 수가 적은 학교에 맞춰야 하는데, 평균 보다 많은 학교에 비춰 기계적 형평성만 강조하는 답답한 변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환경 개선과 관련해 교육청이 얼만큼 의지를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청라·검단·송도·영종 등의 학교는 학급당 학생수가 현재 30명을 휠씬 넘고 있다. 근무 중인 원당중학교도 35명에 가까운 학생이 코로나19 시국에 한 교실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러면서 방역을 철저히 하라고 한다. 교실 한 칸의 규모가 20평(약 66㎡) 정도 되는데, 한 명의 아이가 생활하는 공간이 1평(약 3.3㎡)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30명이 넘는 아이들을 한 교실에서 공부하게 하고는 방역을 철저히 하라고 한다.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방역수칙을 어기는 최악의 정책이 아닐까 싶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방역하고 교육하는 교사를 돕고 아이들의 안전한 학습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학급당 학생수를 감축하는 길 밖에 없다.

세종시교육청은 얼마 전 2022년 입학하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이하로 하는 정책을 발표했고, 서울시교육청도 2025년까지 과밀학급을 80% 이상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인천시교육청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설마 학급당 학생수가 몇 명이건 간에, 무조건 열심히 가르치고 배우기만 하면 된다는 안일하고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닌지 우려스럽다.

올해 5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와 인천시교육청이 체결한 단체협약 24조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교육청은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 학급당 학생수가 20명 이하 수준이 되도록 추진한다.’

이 조항이 체결되는 자리에서 인천 교육의 희망을 봤다. 인천시교육청은 이미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학급당 학생 수를 단체협약에 구체적으로 명시한 지역은 국내 시·도교육청 17곳 중 인천이 유일하다.

부산보다 학생 수는 많으나 부산보다 학교 수가 적은 인천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인천시교육청이 당장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때이다. 그래야 인천에 살고 있는 학생들과 인천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이 행복을 느끼는 학교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인천의 학부모가 만족하는 인천 교육이 이뤄진다.

교사들은 행복한 학교에서 열심히 일할 준비가 돼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2021학년도 학급 수를 증설하거나 최소한 유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지금 당장 수립하고 실행하길 바란다. 교육 환경 개선의 시작은 학급당 학생 수의 감축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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