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 선생의 담벼락 글쓰기⑬

그림책은 유아들만 보는 책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건 그림책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림책에는 세상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에 대한 따뜻한 정이 담겨 있는 ‘우리 가족입니다’(보림)를 읽고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기로 했다.

‘우리 가족입니다’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 한다. 여자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게에 딸린 작은 방에 어렵게 살고 있는 가족. 어릴 적 아빠를 버리고 떠난 할머니가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가난한 집에 치매 할머니란 존재는 짐일 뿐이다. 아이는 어느 날 나타난 할머니를 받아들이지 못해 보내라 하지만 아버지는 묵묵히 할머니를 감싼다. 이런 모습을 보며 아이도 할머니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된다는 이야기다.





마음대로 이야기하기


“이 할머니 정말 이상해요” “자기가 아빠를 버리고 갔으면 나중에라도 찾아오지 말아야죠” “그래요. 자장면집 하면서 어렵게 사는 엄마, 아빠한테 너무 일만 시키잖아요” “반찬투정하지, 토하지, 오줌싸지, 똥싸지, 길거리에서 자지” “가게에서 옷도 훌렁훌렁 벗잖아요” “치매에 걸리면 낫지 못해요?”

“그래. 아직은 치료법이 나오지 못했대”
“치매에 걸리면 정말 이런 행동을 다 하는 거예요?”
“정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몸에 걸리는 병이 아니고 머리에 걸리는 병이니까 사랑하던 사람도 몰라보거나 본인이 누군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지”

“저는 치매에 걸리면 죽을래요”
“치매 걸린 게 죄는 아니잖아. 그것도 병인데”
“그래도 그냥 몸 아픈 거하고는 다른 것 같아요”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거잖아요” “가족들을 너무 괴롭게 하는 병인 것 같아요” “그건 어떤 병이라도 그런 것 같은데…”

“그래, 누가 병에 걸릴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 가족이면 따뜻하게 감싸줘야 하는 거 아닐까?”
“물론 그런데요. 이 집은 좀 다르잖아요” “그래요. 할머니는 아빠가 어렸을 때 아빠를 버리고 간 거잖아요. 그래서 아빠는 혼자 어렵게 컸는데 병에 걸렸다고 찾아오면 안 되죠” “제가 아빠라면 절대로 할머니를 집에 오게 하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아빠는 할머니를 왜 받아들였을까?”
“모르겠어요. 이해가 안 돼요” “그래도 가족이니까요” “할머니가 불쌍하니까요”
“난 버림받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그럴 수 없었던 거라고 생각해. 버려지고 혼자 살면서 얼마나 엄마가 그리웠겠니”
“그러니까 할머니도 그걸 느껴야죠. 얼마나 슬펐는지…” “그건 너무 심하다. 그래도 엄만데…”





우리 할머니


“그럼 너희들 할머니는 어떠니?”
“용돈을 많이 주세요” “야! 할머니가 돈 주는 사람이냐?” “그래도 명절 때 보면 주신다고. 넌 안 주냐?” “누가 그렇대? 우리 할머니는 오빠를 더 좋아해” “우리 할머니도 동생을 더 좋아하는데” “그래, 할머니는 남자를 더 좋아해”

“옛날 분이니까 그렇지. 옛날에는 남자는 집안을 이끌고 여자는 결혼하면 남의 집으로 간다고 생각했잖아”
“전 결혼해도 우리 집에 있을 건데…” “그래, 남자만 집에 잘하는 건 아니잖아”
“그래도 할머니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니?”

“항상 우리를 반겨주시는 분이요” “우리가 놀러오길 기다리는 분이요” “먹을 것 주시는 분이요” “우리를 사랑해 주시는 분이요”
“그럼, 우리 모처럼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편지를 써보는 건 어때?” “꼭 할머니에게 편지 부치기다!”


<더 읽어 본 책>

·우리 할머니는 달라요(봄봄)

·할머니가 남긴 선물(시공사)


* 박지수(29세) 선생은 일신동에 있는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있는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늘 아이들에게 배우는 게 더 많다고 합니다.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 · 528-7845

 


 

할머니께


▲ 일신초 5학년 문지영


일신초 5학년 문지영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 지영이에요.
지금 날씨가 추운데 감기는 안 걸리셨어요? 지금은 춥지만 곧 따뜻해질 것 같으니까 그때까지 조금만 기다리세요.
날씨가 좋아지면 엄마, 아빠랑 기차 타고 할머니 집으로 놀러 갈게요.

상천이는 이제 2학년이 되었어요. 그리고 저는 5학년이에요. 저는 반에서 부반장이 되었어요. 또 상천이는 반장이 되었어요. 저는 벌써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어요. 우리 담임선생님은 무서운 분이어서 힘들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제가 쉬는 날도 전화를 자주 할게요.
오늘은 화이트데이란 날인데요 1년에 한 번씩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주는 날이에요. 오늘 친구들에게 사탕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정말 기분이 좋아요.
할머니가 사탕을 좋아하시니까 제가 예쁜 사탕을 사서 보내드릴게요.

할머니! 제가 다시 갈 때까지 건강하세요.
할머니, 사랑해요!

2006년 3월 14일

할머니를 사랑하는 지영 올림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