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고등학교 2학년 황가희

인천투데이가 10대 청소년들의 기고글을 담는 ‘10대의 자갈자갈’ 꼭지를 운영합니다. 우선 시범운영으로 인천 안남고등학교 학생들의 글을 싣습니다. 자갈자갈은 여럿이 모여서 나직한 목소리로 지껄이는 소리나 모양을 말합니다.

안남고 2학년 황가희
안남고 2학년 황가희

인천투데이│주변에는 수많은 차별과 혐오의 표현들이 존재한다.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비하하는 ‘절다’라는 표현은 랩을 더듬는 상황에 사용하거나, 이가 빠져서 입과 볼이 움푹 들어간 사람을 비하하는 ‘합죽이’라는 표현을 떠드는 학생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최근에는 ‘한남’과 ‘맘충’ 등 남녀 갈등의 현상을 드러내는 비하 표현도 서슴없이 쓰이고 있다. 한국에서 시선을 벗어나 세계로 눈을 돌리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만들어 낸 차별과 혐오의 모습이 드러난다. 바로 중국인과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다.

코로나19는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전 세계로 확산돼 2021년 6월 23일 기준 전 세계 확진자 1억7910만7019명이고 사망자는 388만874명이다. 한국 인구수의 3배가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에 확진이 됐고 인천시 인구보다 더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된 것이다.

세계의 사람들은 코로나19를 확산시킨 중국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졌다. 게다가 중국 우한의 한 연구소에서 코로나19를 만들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뉴스와 코로나19를 ‘우한 바이러스’로 부르며 국민들을 선동하는 몇몇 정치세력들의 행동 등이 더해져 중국인을 포함하여 아시아계를 향한 인종 차별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아시아 퍼시픽 정책기획위원회(A3PCON)의 발표를 인용한 2021년 2월 26일자 KBS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미국 47개주에서 2800여건의 증오범죄 피해 사례가 있었고, 이 가운데 한인 대상 범죄는 전체의 15%인 420건으로 41%를 차지한 중국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같은 보도에서 20대 한국인이 프랑스의 대중교통 ‘트램’ 안에서 20~30대 프랑스인으로 추정되는 일행 중 한 명에게 입에 담기조차 민망할 정도의 폭언을 들었다고 나왔다. 또한 2020년 3월 싱가포르 출신 유학생이 영국 옥스퍼드 스트리트를 지나던 중 현재인 3~4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해 얼굴뼈에 금이 가 수술을 받았다.

2021년 2월 29일 뉴욕 맨해튼 중심가 인근에서 필리핀계 여성이 흑인 남성에게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냐”라는 말과 함께 폭행을 당했다. 미국에서 인종차별로 피해 받던 흑인들이 아시아계 차별 행위에 동참한 것이다.

포에니 전쟁(기원전 264년)에서 승리한 로마가 점령지 중 북아프리카 주민들을 노예로 삼은 것에서 시작된 흑인들의 차별의 역사는 2020년, 백인 경찰에 의해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는 사건까지 이어지고 있다. 2000년이 넘게 지속된 인종 차별의 역사 속에서 피해자였던 흑인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인종차별의 가해자로 자리를 바꿨다.

미국의 백인과 유럽인, 그리고 인종 차별의 피해자였다가 가해자의 위치에 서기 시작한 흑인까지. 아시아계를 향한 차별과 혐오를 막을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유럽과 미국에는 인종차별을 막기 위한 차별금지법이 제정돼있다.

미국은 1964년 흑인 차별을 금지하는 미국 민권법을 제정했고, 유럽은 2000년 유럽 연합 기본권 헌장에 인종 등의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을 넣었으며, 오스트레일리아는 1975년 인종차별법을 제정해 인종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법으로 인종차별을 금지하고 이를 어긴 사람들을 처벌하고 있지만 인종 차별로 인한 피해자는 지금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

2020년 경찰의 체포 도중 사망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그를 추모하는 전 세계인들의 행동이 줄을 이었다. 사건이 알려진 후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시위와 한 쪽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 퍼포먼스는 세계에 알려져 인종 차별 금지의 한 의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한 예술가 단체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부터 아일랜드와 시리아에 이르기까지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그래피티를 그리고 있다. 이렇게 하나씩 세계시민들이 연대하기 시작했다. 아시아계를 향한 차별의 행동도 세계시민들의 연대로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미국에서는 아시아계 인종 차별에 대응하여 ‘Stop Asian Hate’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 기네스 팰트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Stop Asian Hate’라는 게시물을 올려 동참을 알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같은 문구로 해시태그를 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크게 일상이 바뀌었다. 수많은 확진자와 사망자, 그리고 완치 후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아시아계를 향한 차별로 돌린다고 해 나아지는 것은 없다.

세계시민으로 연대해 이겨내야 할 것이다. 개발도상국, 저개발국가에 경제적 원조나 백신 기부도 진행돼야 한다. 이런 연대의 정신으로 아시아계를 향한 차별의 몸짓도 멈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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