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ㆍ홈플러스ㆍ신세계, 행정소송 … ‘숨통 좀 트이나 했는데’ 당혹

대형마트 쉬던 날, 슈퍼마켓 매출 50만원 늘어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과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이 개정되고 이를 바탕으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을 규제하는 지방자치단체 조례가 통과되면서 4월부터 둘째 넷째 일요일 의무휴일제가 도입됐다. 부평구의 경우, 기업형슈퍼마켓은 지난 8일부터, 대형마트는 22일부터 적용됐다.

대형마트 의무휴일제가 처음 시작된 22일, 지역 중소상인들의 매출이 눈에 띠게 늘었다. 유통법과 상생법을 통한 유통재벌 규제가 고스란히 지역 중소상인들의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부평4동에 있는 동양슈퍼 김영화(60) 대표는 “하루 평균 매출이 150만원 내외였다. 그런데 대형마트가 처음으로 쉰 이날 매출이 200만원을 넘겼다. 특히, 저녁에 손님들이 많이 찾았다”고 말했다. 부평종합시장 이상복 한냉식품 대표는 “이날 우리 가게도 늘었지만 부평시장 전체적으로 매출이 20~30% 늘었다”고 말했다.

부평구 상인들은 22일 대형마트가 하루 쉬었을 뿐인데도 동네 슈퍼마켓 상인들과 전통시장상인들의 매출이 눈에 띠게 늘자, 의무휴일제를 반기는 분위기다. 향후 현재 월2회에 머물고 있는 의무휴일제를 확대하자는 중소상인들의 요구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인천도매유통연합회 조중목 회장은 “대형마트의 하루 평균 매출이 3억원 내외이고, 기업형슈퍼마켓 매출이 몇천만원이라고 하면, 부평에서 대형마트 4곳과 기업형슈퍼마켓 9군데가 동시에 쉴 때 약 15억~20억원이 지역에서 순환되는 것”이라고 한 뒤 “유통재벌이 공룡으로 성장하는 동안 동네상권과 전통시장은 거덜 났다. 의무휴일제 등은 유통시장의 정의를 바로잡는 것이다.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꾸고 휴일제도 더 확대해야한다”고 말했다.

▲ 유통재벌이 부평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부평전통시장상인연합회와 시민사회단체, 부평구의회 등은 22일 오전 롯데백화점 부평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벌을 성토했다.

유통재벌, 부평ㆍ강동구와 수원ㆍ성남시 상대 행정소송

인천에서는 부평구와 남구에서 의무휴일제가 먼저 시행됐다. 그리고 내달부터는 남동구에서도 시행될 전망이다. 반면 유통재벌은 의무휴일제를 도입한 지자체를 상대로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전북 전주시가 가장 먼저 영업시간 규제 조례를 제정하자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을 제출하고, 전주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 재판은 진행 중이다. 이번에는 여러 지자체를 상대로 무더기 소송을 제기했다.

롯데와 신세계, 홈플러스, 지에스(GS) 등은 조례를 통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규제하고 있는 인천 부평구와 서울 강동구, 경기도 수원시와 성남시 등 지자체 4곳을 상대로 ‘조례에 대한 행정소송’과 ‘영업시간 제한처분 집행정지 소송’을 냈다.

이 대기업들은 지자체 조례가 ‘직업의 자유와 평등 및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고 무효’이고, ‘일요일 휴일제는 막대한 피해가 예측’되며, ‘조례가 상위법(=유통법)에 저촉’된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한 부평구의 입장은 단호하다. 부평구 관계자는 “위헌 여부는 헌법재판소에서 다룰 사안이지만, 유통법 37조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할 경우 제한할 수 있다고 돼있다. 또 전통시장 주변에 대형마트가 진출해 기존 상권과 골목상권 등 지역상권이 몰락한 것은 이미 입증됐다”고 한 뒤 “다른 지자체와 더불어 공동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소상인들 “기업윤리도 모르는 행정소송 즉각 철회하라”

유통재벌이 부평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자,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원회ㆍ부평전통시장상인연합회ㆍ인천도매유통연합회ㆍ전국유통상인연합회ㆍ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ㆍ부평구의회 등은 22일 오전 롯데백화점 부평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벌을 성토했다.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신규철 집행위원장은 “재벌이 자본력을 앞세워 법적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 이는 떡볶이ㆍ치킨ㆍ빵집, 식자재납품점, 슈퍼까지 진출하는 재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경제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여론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천박한 기업윤리 의식의 발로”라고 비판한 뒤 “이제 좀 숨통이 트이나 했는데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1%와 99%의 대결이다. 상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과 공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조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던 부평구의회 신은호 의장은 “1997년 대형마트 입점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된 이후 대형마트는 연매출이 7조원에서 36조원으로 5배 이상 급성장했다. 반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영세제조업체, 도매납품업체들은 몰락했다”고 한 뒤 “서구 유럽 독일ㆍ프랑스ㆍ영국 등에 비하면 그야말로 턱없이 모자란 규제다. 양심도 없이 오직 돈 벌이에만 눈먼 대형마트들의 이번 행정소송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즉각 철회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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