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울산, 광주보다 예산 많지만 관광안내사 인건비 계속 줄어
"인천관광협의회, 부당한 업무지시, 고용불안 조장 발언 일삼아"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인천 관광안내사들이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실태를 주장하며 시에 개선을 촉구했다. 인천관광안내소 예산은 부산, 울산, 광주보다 많지만 임금은 가장 적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의당 인천시당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인천본부가 ‘인천관광안내사 고용조건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지난 18일 인천시의회에서 개최했다.

조선희(정의, 비례) 인천시의원을 비롯해 강동배 공공운수노조 인천지역본부장, 한재영 공공운수노조 인천지역본부 조직국장, 임승미 공공운수노조 인천관광안내사지회장, 오제휘 공공운수노조 인천관광안내사 부지회장, 고아라 정의당 인천시당 노동국장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정의당 인천시당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지역본부가 ‘인천관광안내사 고용조건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18일 인천시의회에서 개최했다.
정의당 인천시당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지역본부가 ‘인천관광안내사 고용조건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18일 인천시의회에서 개최했다.

인천관광안내소는 인천공항 3개소 등 총 11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인천관광협의회가 시에서 수탁해 운영하고 있고, 관광안내사 총 27명을 계약직으로 고용했다.

운영비 부산, 울산, 광주보다 많지만 인건비 비율 계속 줄어

시는 인천관광안내소를 위탁운영하고 있다. 인천도시공사와 인천관광공사가 2015년 10월부터 2020년 1월까지 관광안내소 사업을 수탁한 뒤 용역업체에 하청을 주고 운영했다.

이후 시는 2019년 4월 인천시관광협의회 설립을 허가했고, 2020년 2월부터 인천관광협의회가 관광안내소를 수탁 운영하고 있다.

관광안내사들은 수탁업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재계약 문제로 매번 고용불안을 겪고 있다. 또한, 근속을 인정받지 못해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 등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인천관광안내사가 취합한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광역시 4곳의 관광안내소 운영비는 인천이 14억71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 13억1800만원, 울산 12억5408만원, 광주 7억2000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인건비 비율은 광주(87%), 울산(82%)보다 인천(73%)이 현저히 낮다.

아울러 2019년 인천관광공사가 수탁했을 때 인건비가 관련 예산(13억6500만원) 중 86%(11억7800만원)이었던 것에 비해 2021년 인천관광협의회의 인건비 비율은 73%(10억7634만원)로 줄었다. 2019년과 2021년 근무자 수는 27명으로 동일하다.

인천관광안내소에서 17년 간 근무한 임승미 공공운수노조 인천관광안내사지회장은 “인천 관광안내소 운영 사업비는 광역시(부산, 울산, 광주) 중 가장 많지만, 대부분 인천관광협의회의 운영비, 업무추진비 등으로 책정됐다"라며 "관광안내사들의 임금과 처우는 최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관광안내사들의 고용불안은 결국 관광안내 서비스질 저하로 이어진다"라며 "시는 이를 직시하고 투명한 회계 관리를 위해서라도 관광안내사들을 직접 고용해야한다”라고 부연했다.

정의당 인천시당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지역본부가 ‘인천관광안내사 고용조건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18일 인천시의회에서 개최했다.
정의당 인천시당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지역본부가 ‘인천관광안내사 고용조건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18일 인천시의회에서 개최했다.

“인천관광협의회, 부당한 업무지시, 고용불안 조장 발언 일삼아”

관광안내사들은 인천관광협의회가 2020년 2월부터 12월 말까지 관광안내사들과 계약 당시 연말 계약갱신 때 정규직 전환을 해준다는 조건을 이용해 비상식적 업무지시와 고용불안 조장 발언 등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인천관광협의회는 올해 초 관광안내소 환복 공간 등 곳곳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관광안내사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통보했다. 관광안내사들이 시의회에 민원을 넣었고, 현재 CCTV 문제는 시정됐다.

오제휘 공공운수노조 인천관광안내사 부지회장은 “올해 초 CCTV를 관광안내소별 2~3개씩 달고, 환복 공간에도 CCTV를 설치했다. 안내사들이 각도 변경을 요청하자 업무방해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고 통보했다”라며 “이 과정에서 대표 안내사는 ‘왜 말을 안 듣느냐며 계약 종료를 원하나?’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인천관광협의회는 업무지침을 비롯해 각종 업무지시를 할 때 인사평가 감점과 징계를 수시로 언급하며 안내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옥죄었다"라며 “계절에 맞지 않는 유니폼 지급, 근무시간 외 휴일 SNS 홍보글 작성 지시, 임원들의 사적 이익에 관광안내사를 동원하는 등 부당한 업무지시를 일삼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조선희 시의원은 “이들의 얘기를 들으며 미추홀콜센터, 교육공무직 노동자가 생각났다”라며 “수탁기관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결국 시가 예산을 편성하는 권한이 있다. 따라서 관광안내사의 노동 개선을 위해 시가 소통자리를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라고 강조했다.

강동배 공공운수노조 인천지역본부장은 “외국인들이 공항에 내려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게 관광안내소이다. 이들의 관광편의를 도와주는 안내사들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라며 “고통받는 노동자의 문제 해결을 위해 시가 나서야한다”라고 말했다.

김현철 인천관광협의회 사무국장은 "CCTV 설치 관련해서는 직원과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 유니폼은 기본적으로 4계절용으로 제작했다"라며 "휴일에 홍보글을 작성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 그러나 직원들이 일하는 것은 인지하고 있어 보상을 어떻게 할지 협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김영신 시 관광진흥과장은 "인천관광협의회는 민주노총과 협상하고 있다. 시는 올해 예산 범위 내에서 관광안내사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예산을 조정할 예정이다"라며 "직접 고용은 타시도도 하지 않고 있다. 예산이 걸려있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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