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진료실서 알려주지 않는 성인병 이야기(25)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보다 각종 질병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흡연에 따른 혈액순환 장애는 결국에는 심장마비ㆍ협심증ㆍ부정맥 등과 같은 심장혈관질환, 팔다리 순환 장애와 같은 말초혈관질환, 뇌졸중을 포함한 뇌혈관질환을 일으킨다.

우리나라 전체 사망 원인의 50% 이상이 암ㆍ뇌혈관질환ㆍ심혈관질환이다. 따라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더 빨리 죽는 것은 당연하다. 수치로 환산하면,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면 생명이 약 11분 단축된다. 하루에 담배 20개비를 피우면 하루 기준으로는 3시간 40분, 1년 기준으로는 1개월 25일, 10년 기준으로는 1년 6개월이 단축되고, 50년 기준으로는 평균 수명이 7년가량 짧아지게 되는 것.

이를 근거로 미국 한 생명보험회사에서는 담배를 하루 두 갑 이상 피우는 사람의 수명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보다 12년, 한 갑을 피우는 사람은 7년가량 짧은 것으로 보험금을 책정하는 등 흡연자의 건강상 불이익을 인정하고 있다.

심혈관질환 = 담배는 혈관 노화, 즉 동맥경화증을 촉진하고, 혈관 경련, 즉 혈관에 쥐가 나게 하고 좁게 만들어 혈액순환을 막을 뿐만 아니라 혈전도 잘 생기게 한다. 거기에다 담배는 ‘만성 일산화탄소 중독증’을 만든다. 혈관이 좁아져 그나마 힘들게 유지하고 있던 산소 공급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 마치 겨우 자동차가 지나는 좁은 길에 폭설이 온 것과 같다.

혈액순환에 담배보다 더 나쁜 영향을 주는 물질은 없다. 담배를 피운 후 15분 동안은 혈액순환 장애가 더욱 심해진다. 팔다리 혈관이 수축하고, 심장은 마치 스트레스를 받은 것처럼 혈압과 맥박을 증가시킨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피운 담배는 심장과 혈액순환에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고 심장병을 악화시킨다.

또한 혈소판 응집 능력을 증가시켜 좁아져 있는 관상동맥에 혈전을 생기게 해 관상동맥을 완전히 막는다. 이러한 이유로 흡연자는 급성 심근경색증 발생 위험이 비흡연자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아지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다 금연을 해야 하지만, 특히 심장질환이 있거나 심장질환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은 사람, 즉 고혈압ㆍ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담배를 끊어야한다.

고혈압 = 흡연 도중 혈압을 측정한 결과,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고 5분 이내 수축기 혈압이 급격히 오르기 시작해, 이후 30분에 걸쳐 서서히 평상시 혈압으로 떨어졌다. 결국 흡연자의 경우 하루에도 수차례 급격한 혈압 상승을 겪는 것이다.

이러한 혈압 상승은 담배의 니코틴 때문에 일어난다. 니코틴은 맥박수를 증가시키고 혈관을 수축시킨다. 그 결과 혈관은 산소와 영양분 공급 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심장은 공급 능력이 떨어진 혈관에 피를 공급하기 위해 과도하게 일하는 것이다.

성기능 장애 = 발기 부전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심리적인 문제 등으로 정상적인 성적 흥분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와 성적으로 흥분했으나 음경동맥이 확장되지 않아 피가 음경으로 유입되지 않는 경우가 그것이다. 후자의 경우 흡연이 주범인 예가 많다. 니코틴의 혈관 수축 작용으로 음경동맥이 확장이 되지 않아 발기에 필요한 피가 음경으로 유입되지 않는 것이다. 음경동맥은 풍선에 공기를 주입하는 구멍으로 생각하면 된다. 구멍이 너무 작으면 풍선을 공기로 채울 수 없는 것과 같다.

여성은 성적 흥분을 받으면 질에서 분비액이 증가한다. 이 분비액의 대부분은 질을 둘러싼 혈관이 확장되면서 혈류가 증가한 결과로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흡연으로 인해 혈류가 저해되면 성적 흥분에 따른 질 주위 흥분액 분비가 줄어들게 돼 흥분 반응도 줄게 된다. 심해지면 성관계 시에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암 = 담배는 거의 모든 암 발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폐암ㆍ후두암ㆍ구강암ㆍ식도암ㆍ방광암ㆍ췌장암 등과 관계가 깊다.

미국 남성에서 담배 소비는 1960년 중반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폐암으로 인한 사망은 1990년대 들어서야 줄기 시작했다. 즉 흡연이 폐암을 일으키는 것은 평균 25년 이후이므로, 지금 흡연을 줄이더라도 그 효과는 25년이 지나야 나타난다는 것이다.

청소년 시기에 흡연을 시작하면 성인이 돼 흡연을 시작하는 것보다 폐암 발생의 상대적 위험도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남성을 대상으로 한 ‘폐암 사망률과 흡연 개시 연령과의 관계’ 연구에 따르면, 비흡연자의 폐암 사망률이 1이라고 할 때 15세 이하에서 흡연을 시작한 사람의 폐암 사망률은 18.7, 15~19세에 흡연을 시작한 사람은 14.4로, 일찍 담배를 피울수록 폐암 사망률은 높았다.

임신 = 산모가 담배를 피우면 유해물질이 태아에게로 넘어가 태아의 혈관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혀 훗날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 임신 중 담배를 피운 여성의 자녀는 30세가 되면 동맥경화증 발병 위험이 높고, 이러한 위험은 흡연량에 비례한다. 그밖에 임신 중 흡연에 노출된 태아는 자궁 내 성장이 지연되거나 출생 시에 저체중이 될 가능성이 높다.
▲ 전두수 인천성모병원 심장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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