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호 인하대 문화콘텐츠학과 3학년

박규호 인하대 문화콘텐츠학과 3년
박규호 인하대 문화콘텐츠학과 3년

인천투데이│신세계가 인천 SSG 랜더스 야구단 창단식을 서울에서 했다. 인천 야구팬들은 SSG랜더스의 서울 상륙을 멀뚱히 지켜봐야 했다. 인천의 오랜 야구팬으로서 정말 실망이 크다.

SSG랜더스가 정작 상륙하고 싶었던 곳이 서울이 아닐까. 아니면 쓱(SSG) 서울로 내빼려 하는 건 아닐까, 의심스럽다.

구단주인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도 좀 엉뚱했다. 인천에 대한 언급은 쏙 빼고 ‘롯데에게 마케팅도 야구도 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 부회장이 신세계 야구단을 부산 연고인 롯데의 라이벌 팀 정도로 착각한 것 아닌지. 하기야 인천이나 부산 모두 항구도시이긴 하다.

롯데는 최소한 부산 팬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치열한 마케팅을 한다. 그런데 신세계는 연고지인 인천을 위해 무슨 노력을 했나. 겨우 서울에서 창단식 하는 것이 마케팅인가. 하기야 이게 노이즈마케팅이라면 어느정도 성공은 한 것 같다. 인천 연고 야구단 창단식을 서울에서 했다고 시끌시끌하게 널리 알렸으니···

정 부회장은 알아야 한다. 시끌시끌한 마케팅 만큼이나 인천시민들의 분노를 샀다는 것을 말이다. 프로야구가 연고지 야구팬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성공할 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이미 롯데에게 진 것은 아닌지···

인천은 대한민국 야구가 최초로 시작된 곳이다. 인천 프로야구 시작인 삼미슈퍼스타즈의 아련한 추억이 깃든 곳이다. 신세계는 인천 야구의 자부심과 자존심을 건드렸다. 정 부회장이나서서 클럽하우스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정확히 말하면 인천시민들은 외면하고 서울과 야합한 것이나 다름 없는 것 아닌가.

더 허망한 것은 자존심도 없이 서울 행사에 참여한 인천시민의 대표들이다. 신은호 인천시의회 의장과 조택상 인천시 균형발전정무부시장은 서울 행사에 참여해 축사까지 했다. 인천 야구 팬들의 자존심을 대표해야하는 인사들 아니었는가.

인천시민으로서 창피해서 못살겠다. 지금 같아선 SSG를 도저히 인천에 상륙시키고 싶지 않다. 상륙이라는 단어 자체도 싫다. 상륙을 못하게 철조망이라도 쳐야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심정이다.

재벌들의 마케팅 잔치에 끼지 못한 인천 팬들은 ‘악’ 소리도 못하고 20년간 사랑했던 인천 프로야구를 떠나 보내야 했다. 인천시민들은 오랫동안 믿고 열광했던 야구단을 재벌들이 재산 상속하듯 넘기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했다.

재벌들에겐 인천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건 아닌지, 인천이라는 연고지는 그저 사고파는 물건일 뿐이라는 느낌이다. 이러다 인천 SSG가 정말 서울(S)서울(S)자이언츠(G)가 되는 것은 아닌지, 결승전을 인천 아닌 다른 지역에서 보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지 걱정이다.

외부기고는 본지 논조와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