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진료실서 알려주지 않는 성인병 이야기(24)

소설가 김동인은 “흡연은 더울 때는 양미(凉味)를, 추울 때는 온미(溫味)를 주고, 우중에 떠오르는 연초 연기는 시인에게 시를 줄 것이며, 암중(暗中) 연초는 공상가에게 철리(哲理)를 준다.

식후ㆍ용변 시ㆍ기침(起寢) 시의 제일미(第一味) 쯤은 상식적이며 거듭 말할 필요도 없다”라며 일상생활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기호식품으로 담배를 극찬했다. 그러나 담배는 심장병ㆍ암ㆍ호흡기질환ㆍ정자 손상 등의 직접적인 원인이며 일상생활에서 분명 마약과 같은 존재다.

흡연으로 우리 몸에 유입되는 유해한 화학물질은 4000가지가 넘는 것으로 보고돼있고, 그중에는 60여 종의 발암물질이 포함돼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성분으로 니코틴ㆍ타르ㆍ일산화탄소 등을 든다.

니코틴은 마약과 비슷한 습관성 중독을 일으키고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맥박을 빠르게 하고 혈압을 올린다. 또한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동맥경화증을 악화시키며 소화기ㆍ내분비ㆍ호흡기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타르 성분은 한 번 폐로 들어가면 대부분 그대로 폐에 축적되는 발암물질로서, 폐암ㆍ후두암ㆍ기관지암 등 각종 암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일산화탄소는 혈액의 산소 운반 능력을 감퇴시켜 만성적인 저산소증 상태를 유발하며, 우리 몸의 신진대사에 장애를 줘 조기 노화 현상을 일으킨다.

담배가 백해무익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담배가 얼마나 나쁜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미국에서는 담배와 관련해 연간 3만 5000명 이상이 사망한다고 한다. 57만명에 달하는 심장병환자의 30%와 암으로 사망하는 42만명의 30%, 그리고 폐기종 등 만성 폐쇄성 폐질환에 의한 60만명의 사망자 전원이 모두 흡연과 직ㆍ간접적인 관계가 있다.

담배는 어째서 끊기 어려운가?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왜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담배를 피울까? 그것은 흡연이 갖는 헤로인보다 심한 중독성 때문이다. ‘담배 끊는 사람하고는 상종도 말라’는 말은 담배를 끊는 것이 그만큼 힘들고, 금연 성공률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일찍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사람은 중 독성이 심해 담배를 끊기도 어렵고, 더 심한 독성을 경험한다.

니코틴은 우리 뇌 세포에서 세로토닌, 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시켜 기분을 좋게 하기도 하고, 긴장을 풀어주기도 한다. 처음에는 철리와 제일미를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담배에 중독이 되면 철리와 제일미를 얻기 위해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아니라, 금단증상을 해결하기 위해 담배를 피우게 된다. 담배를 피워서 니코틴이 몸으로 들어가야만 안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단증상이 심할수록 담배를 끊기 어렵다.

금단증상은 사람마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가장 심한 금단증상은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망 그 자체이며, 더불어 초조해지고, 화를 잘 내며,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의욕이 저하되며, 졸음을 느끼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담배가 과연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까? 답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와 금단증상이 뒤섞여 흡연 욕구가 발생한다. 그러나 스트레스 자체보다 더 큰 스트레스는 금단증상으로 나타나는 담배를 다시 피우고 싶은 흡연 욕구이다.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 금단 증상이 사라지면서 흡연 욕구가 해결되므로, 마치 스트레스 자체가 해소되는 것처럼 착각하게 돼 계속해 담배를 피우는 것이다. 그러나 흡연은 기분 향상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지 못하며, 오히려 니코틴 의존이 감정기복을 심하게 만들어 장기적으로는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높인다.

기침(起寢) 시 첫 담배가 제일미(第一味)?

잘 때는 담배를 피울 수 없으므로 혈중 니코틴 농도가 떨어진다. 잠에서 깰 때(기침) 니코틴의 혈중 농도가 가장 낮으므로 금단증상을 가장 심하게 느낀다. 이때 피우는 담배는 밤 사이 부족했던 니코틴을 보충하는 효과가 크므로 기가 막힌 맛이 난다. 대부분의 흡연자는 부족한 혈중 니코틴 농도를 보충하기 위해
▲ 전두수 인천성모병원 심장내과 과장
오후보다 오전에 더 많은 담배를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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