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후 기말고사 실시 관련 토론회 열려
부평지역 29개 중ㆍ고교 실시 예정

▲ 지난 27일 열린 '방학 후 기말고사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매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등교하고, 야간자율학습과 각종 활동에 치여 사는 고등학생들은 방학과 주말 외에는 숨 쉴 틈이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주말에도 학원을 운영하고 방학 때는 오히려 더 학원들이 쏟아져 나오는 추세라 학생들은 그저 속으로만 울고 있어요. 눈뜨자마자 공부로 시작해서 하루를 공부로 마무리하는 생활이 계속되고 있고, 집은 그저 몸을 잠깐 뉘이고 가는 곳에 지나지 않습니다. 일상과 공부에 찌들어있는 학생들에게 방학까지 뺏는다면 이보다 더 잔인한 일은 없을 거예요”<부광여고 손혜인 학생>

“인천시교육청이 추진하는 방학 후 기말고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과 흥미, 적성 등에 맞지 않는 교과서 내용을 방학 중에도 억지로 공부하게 만듭니다. 또한 방학 동안 스스로 학습 욕구를 진단해 독서, 여행, 박물관 견학 등 다양한 체험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합니다. 방학 후 기말고사를 통해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교육청의 주장에, 시범학교 학생들은 ‘그저 그렇다’를 포함해 부정적인 답변을 한 학생들이 82.6%나 됩니다” <신흥중 조수진 교사>


지난 27일 인천시의회에서 노현경 시의원 주최로 열린 ‘방학 후 기말고사 실시,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선 학생과 교사의 말이다. 특히 조수진 교사는 ‘방학 후 기말고사 시범학교 운영보고서 분석’을 통해 시범학교에서조차도 부정적인 의견이 높았음에도 시교육청이 이를 추진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조 교사의 분석 내용을 정리하면, 동암중의 경우 방학 후 기말고사 실시 전인 2007년 4월과 실시 후인 2008년 10월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방학 후 기말고사 실시에 대해 ‘그저 그렇다’를 포함해 ‘아주 불만족’이나 ‘불만족’ 등 부정적인 응답은 1차 설문에서 76.2%였다가 2차에선 82.6%로 늘었다.

조 교사는 “데이터를 비교해보면 ‘그저 그렇다’는 응답이 2차에서 ‘아주 불만족’이나 ‘불만족’으로 옮겨간 것으로 확인된다”며 “특히 ‘아주 불만족’이 1차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은 방학 후 기말고사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방학 중 학습 활동은 어떻게 이뤄지는가’에 대한 질문에서는 ‘학원 수강’이라고 답한 학생이 47%에서 45%로 소폭 줄었으나 여전히 45%를 웃돌았고, 오히려 ‘과외’라고 답한 학생이 늘어났다”며 “이는 시교육청이 주장하는 사교육 절감이나 자기주도학습, 교육의 공공성 보장과도 모순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병욱 인천국제고등학교 교감은 “주5일제 수업 전면 실시에 따른 학사일정의 안정화와 학생의 방학 중 학습 습관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방안, 집중이수제에 따른 평가 준비 시간의 충분한 확보, 학부모의 영향력이 학생의 학력에 미치는 영향의 최소화를 위하는 것”이라며 방학 후 기말고사 실시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정지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인천지부 사무국장은 반대 의견을 밝혔으며, 고종철 인천학교운영위원연합회 사무국장은 “모든 교육과정의 기획이나 시행에 있어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의견이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교육청에 전달돼 올바른 교육정책이 실행됐으면 한다”는 다소 중립적인 의견을 밝혔다.

토론자들의 발언에 앞서 류석형 시교육청 장학관은 “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학사일정 탄력적 운영(=방학 전·후 정기고사 분산 실시 즉, 방학 후 기말고사 실시)이 필요하며, 학교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는 내용의 발제를 했다.

조우성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정책실장은 시교육청의 ‘방학 후 기말고사 실시 계획’의 문제점과 반대 의견을 발제했으며, “교육청이 자율이라고 하지만, 일선 학교에선 ‘실시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는다’며 운영위원회 심의를 통과시키는 일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교육청의 ‘정기고사 분산 실시 현황’ 자료를 보면, 3월 18일 현재 인천지역 91개 인문계 고등학교 중 63개교(69.2%)가 방학 후에 일부 과목의 기말고사를 보겠다고 밝혔다. 중학교는 전체 113개교 중 70개교(61.9%)가 방학 후 일부 과목의 기말고사를 보겠다고 했다. 부평지역은 16개 인문계 고교 중 11개교(81.3%), 21개 중학교 중 18개교(85.7%)가 방학 후 일부 과목의 기말고사를 실시하겠다고 했다.(표 참고, 단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실시 학교가 늘어날 수 있음)

▲ 2012년도 부평지역 중ㆍ고등학교 방학 후 기말고사 실시(정기고사 분산 실시)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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