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7회 새얼아침대화 조승연 인천의료원장 강연
“고속도로 4km 건설할 돈이면 공공병원 1개 지어”
“코로나로 공공의료 중요성 드러났지만 여전히 미온”

인천투데이=김현철 기자│“국민건강보험은 100을 내면 117을 받지만, 민간보험은 100을 내면 74를 받는다. 의료 공공성을 강화할수록 국민이 누리는 혜택은 커진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3일 새얼문화재단이 주최한 제407회 새얼아침대화에서 ‘코로나19시대, 한국의료의 현실과 과제 - 공공의료 확충의 필요성’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밝혔다.

조 원장은 2001년 인천적십자병원에서 공공의료를 시작했다. 2010년 인천의료원장으로 부임했고, 2016년 성남의료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018년 다시 인천의료원장으로 복귀해 지금까지 인천의료원장을 맡고 있다. 2019년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에 선출됐다.

이날 조 원장은 “올해 공공의료계에 몸담은 지 만 20년 됐다. 현장에서 느낀 실무 경험을 나누겠다”며 강연을 시작했다.

“아시아가 감염병 펜데믹 더 잘 이겨내”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이 3일 열린 제407회 새얼아침대화에서 ‘코로나19시대, 한국의료의 현실과 과제 - 공공의료 확충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이 3일 열린 제407회 새얼아침대화에서 ‘코로나19시대, 한국의료의 현실과 과제 - 공공의료 확충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인류 감염병 역사는 기원전 430년 약 10만 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아테네 역병이 시작이다. 541년 창궐한 유스티니아누스 페스트가 유럽 인구의 절반을 사망하게 했고, 1300년대 흑사병이 유럽 인구 3분의 1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후 20세기까지 잠잠하던 전염병은 1905년 스페인독감으로 다시 시작됐다. 스페인독감으로 약 1억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후 1957년 아시아독감, 1968년 홍콩독감, 2003년 사스(SARS), 2014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MERS), 2019년 코로나19로 이어졌다.

조 원장은 “20세기 가장 큰 감염병은 스페인독감이었다. 이후 발생한 감염병은 에볼라를 제외하고 아시아에서 발생했다”라며 “유럽 시각에선 100년 만에 감염병 대유행을 겪고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는 많은 감염병을 겪으며 적응했다. 한국만 보더라도 ‘마스크를 쓰라’고 하면 마스크를 쓰고, 정부 방역 수칙을 잘 따른다”고 한 뒤 “유럽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우왕좌왕했다. 확진자 수도 아시아와 유럽의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2015년 메르스 사태가 큰 교훈이 됐다고 조 원장은 전했다. 당시 초기 대응 실패로 여러 공무원들이 징계를 받았고, 이후 만든 메뉴얼이 코로나19 방역의 기초가 됐다.

조 원장은 “메르스의 교훈으로 코로나19 국내 첫 환자를 찾아내는 일이 빨랐다”고 한 뒤 “당시 빠른 대처로 코로나19 초기 대응 시간을 벌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시민 도움도 컸다. 어느 나라 시민이 ‘개인정보를 쓰라’고 하면 쓰겠나. 의료진의 분투도 코로나19 대확산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코로나19로 우리는 다시 한번 공공의료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고 부연했다.

“코로나19 특징, 사람이 사람 못 믿게 해”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이 3일 열린 제407회 새얼아침대화에서 ‘코로나19시대, 한국의료의 현실과 과제 - 공공의료 확충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이 3일 열린 제407회 새얼아침대화에서 ‘코로나19시대, 한국의료의 현실과 과제 - 공공의료 확충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의료계는 감염병 종식을 위해 크게 4가지 전제를 언급한다. 백신 개발, 효과적 치료제 개발, 집단 자연 면역, 바이러스의 독성 약화 등이다.

조 원장은 “코로나19 확진자 중 대부분이 경증환자다. 30% 이상이 무증상자인데 무증상자가 전파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런 코로나19 특성 때문에 비대면을 강조하게 된다. 사람이 사람을 믿을 수 없게 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구도 못 믿는다는 공포심은 무섭다. 하지만 사망률이 낮은 것은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체 형성률도 낮다. 백신을 접종할 때 문제가 되는 대목이다. 백신을 맞아도 감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고 한 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항체가 생성된 뒤 면역 유지 기간이 4개월이라고 한다. 1년에 백신을 3번 맞아야 한다는 뜻이다. 백신 접종의 현실성을 우려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효과적 치료제 개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조 원장은 효과적 치료제라는 말이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조 원장은 “백신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 4차 대유행이 온다. 3차 대유행에서 미흡했던 것을 보완해야 한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염되지 않는 것이지만, 효과적 치료제가 대안이 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근본적 대안은 될 수 없다.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나고 모든 사람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자연 면역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제는 그 전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이다”라고 한 뒤 “바이러스와 싸운다는 것은 자연과 싸워 이기겠다는 것이다. 어불성설이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코로나19는 다른 감염병과 마찬가지로 완전 소멸, 국지적 존재, 계절 유행 등 3가지 패턴 중 1가지 패턴을 보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공공병원이 떠맡아...불평등한 구조”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의 90%를 공공의료가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병원의 비율은 국내 병원 중 10%가 안 된 않는다. 결국 공공의료에 복무하는 의료진에 가해지는 업무 하중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이미 공공의료 현장에서는 ‘버티기 힘들다’는 절규가 나온지 오래다. 하지만 조 원장은 ‘공공의료니까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이라는 시선이 불편하다고 했다.

조 원장은 “한국은 세계에서 의료광고가 가장 많은 나라다. 의료가 영리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병원 광고는 즐비한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건이 많다. 심지어 병을 치료하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벌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한국 사회가 공공의료를 대하는 시각은 크게 세가지로 ‘취약계층 대상 의료’, ‘병원  없는 곳의 진료’, ‘국가 돈으로 하는 것’ 등으로 나뉜다”고 한 뒤 “공공의료는 개인의 사적 이익이 아닌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의료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일제가 한반도에 공공병원 성격을 띈 자혜병원을 40곳 만들었다. 지금 지역의료원이 약 40개다.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공공병원이 하나도 늘어나지 않은 셈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내 공공병원 대부분이 300병상 미만이다. 다른 말로 코로나19 중증환자는 환자를 위해서라도 공공병원이 아닌 대형병원이 맡았어야 한다”라고 한 뒤 “결국 하중은 공공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이 지고 있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지원이 없는 게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국내 곳곳 공공병원 증설 요구 높아...인천도 함께해야”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사진제공 새얼문화재단)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공공병원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됐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지역의료원 성격의 공공병원 2곳을 증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자차체들의 관심이 높다. 다만 병원 위치가 문제다.

조 원장은 “시내 한복판에 있던 지역의료원을 외곽으로 옮기고 있다. 지역의료원이 있던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며 “대표적인 예가 진주의료원, 충주의료원, 천안의료원 등이다”고 말했다.

이어 “찾아가기 힘든 곳에 의료원을 지어놓고 공공병원이 수익을 못 낸다고 말한다”고 비판했다.

2015년 메르스사태 이후 정부가 발표한 보고서와 지금 정부가 발표하는 내용이 비슷한다. 바뀐 게 별로 없다. 국내 지역의료원 40개 중 3개만 500병상 이상이고, 7개가 300병상 이상이다. 나머지는 더작은 소규모 병원으로 제 역할을 하기 힘들다.

조 원장은 “정부 발표 이후 국내 지자체가 공공병원 신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에 짓는 병원은 500병상 이상 규모가 될 것”이라고 한 뒤 “해방 이후 정부가 공공병원을 새로 짓겠다고 공식 발표한 게 처음이다. 인천시도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고속도로 4km~7km 건설할 돈이면 500병상 이상 공공병원 하나 짓는다. 이것도 못한다고 하면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소리다”라며 “공공병원을 ‘돈 먹는 하마’, ‘미운오리새끼’라는 표현을 한다. 하지만 공공의료는 반드시 백조가 돼서 돌아올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 전화통에 불이 난다고 한다. 여러 지자체 단체장 공공병원을 지을테니 도와달라는 전화”라며 “인천도 그 아우성에서 빠지지 말아야 한다. 인천에 제2의료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시민들의 지혜를 모아 건강복지도시 인천을 실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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