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6개월 동안 매거진 ‘하이파이브 인천’ 제작
“원도심 무조건 개발보다 도시 자체로 인정해야”
“청년들이 원도심 접할 수 있는 기회 제공 필요”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인천 청년들이 인천 원도심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원도심을 낙후한 지역으로만 생각했다가 매거진 ‘하이파이브 인천’을 제작하면서 원도심의 매력을 알았다는 청년들. 이 청년들의 활동을 들어봤다.

이 청년 6명은 지난해 5월 ‘인더로컬’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인천 원도심에서 문화기획을 하는 ‘인더로컬’은 영어로 ‘In The Local’, 즉 지역 안에서라는 뜻과 인천을 뜻하는 한자를 써 ‘仁 The Local’, 즉 인천지역이라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사람부터 대학을 다니기 위해 인천에 온 사람까지 인천과 맺은 인연은 다양하지만, <하이파이브 인천>을 만들며 인천에 애정이 더 커졌다는 김아영(30) 인더로컬 대표, 옥우진(22) <하이파이브 인천> 편집장, 이다미(25) <하이파이브 인천> 기획팀원을 만나 인터뷰했다.

왼쪽부터 이다미 '하이파이브 인천' 기획팀원, 김아영 인더로컬 대표, 옥우진 '하이파이브 인천' 편집장.
왼쪽부터 이다미 '하이파이브 인천' 기획팀원, 김아영 인더로컬 대표, 옥우진 '하이파이브 인천' 편집장.

낯선 동네 ‘개항장’과 친해지기 위한 시간

이들은 지난해 6월 인천도시재생지원센터 주민공모사업으로 매거진 <하이파이브 인천> 제작 사업을 신청해 선정됐다. 인더로컬 6명을 포함해 청년 23명이 매거진 제작에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2월까지 1년 6개월간 매거진 제작에 몰두했다. 개항장 문화지구 뿐 아니라, 동인천역ㆍ인천역ㆍ신포역 일대를 삼각축으로 잡고 그 구석구석을 이 매거진에 담았다.

매거진 제작을 제안한 김아영 대표는 “지역 문화를 공부하다 보면 도시재생에서 청년 역할이 중요하고, 이에 관심 있는 청년도 많지만 일로 발전시키는 사례는 드물다”며 “지역을 소개하는 지역 매거진 제작과 더불어 청년들이 이 활동에 참여하면서 인천을 더 알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인천도시철도 1호선 끝자락에 있는 개항장은 한국에서 세 번째로 항구를 연 곳이다. 1980년대까지 인천의 중심지였으나 다른 곳들에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낙후한 원도심으로 전락했다. 그런데 이들은 <하이파이브 인천>을 만들어 개항장은 ‘낙후한 동네’나 ‘하루 놀다 가기 좋은 관광지’가 아닌, 다양한 매력과 이야기를 가진 곳으로 알리고자 했다.

낯선 사람과 친구가 될 때 단계가 필요하듯이, 낯선 동네인 개항장 일대도 차근차근 알 수 있게 내용을 구성했다. 개항장의 매력을 매거진에 담기 위해 80여 곳을 다니며 개항장 토박이, 청년 사장, 떡집을 운영하는 시인 등, 개항장과 인연이 있는 사람 수 십 명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기획부터 인터뷰ㆍ취재ㆍ답사와 원고 작성, 윤문ㆍ교정, 사진 촬영, 디자인 구성까지, 매거진 전 과정을 세분화해 기획팀 6명 뿐아니라 인천 대학생, 청년, 예술가, 작가도 함께 할 수 있게 역할을 나눴다. 매거진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본 적 없는 대학생이 많이 참여한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다. 원고 수정을 수차례 하며 원고 마감에만 1년이 걸렸다.

이 매거진을 만드는 것과 별개로 본업이 있는 청년이 다수인데, 이다미 팀원은 매거진 제작을 위해 다니던 직장에서 연차휴가를 쓰기도 했다. 그는 “원고 마감을 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결국 연차를 내고 작업했다”며 “개항장이 보이는 호텔에서 이 작업을 진행했는데, 마감을 마쳤을 때 개항장에 지던 노을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옥우진 편집장은 “원고팀도 처음이고, 작가를 처음 해보는 사람도 많아 원고 작업이 1년이나 걸렸고 가장 어려웠다”며 “원고 24개로 최종 결과물이 나오니 정말 뿌듯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긴 <하이파이브 인천>은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 오픈 24시간 만에 목표금액 100%를 돌파했고, 12월 19일 인천문화양조장에서 출간기념회를 열었다.

'하이파이브 인천-개항장편' 출간기념회가 12월 19일 인천문화양조장에서 열렸다.
'하이파이브 인천-개항장편' 출간기념회가 12월 19일 인천문화양조장에서 열렸다.

“원도심 무조건 개발보다 도시 자체로 인정해야”

이들은 <하이파이브 인천> 제작으로 인천을 더 알게 되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인천의 이미지가 더 좋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에서 나고 자라 첫 직장도 인천에서 다니고 있는 이다미 팀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스스로 ‘인천 진골’이라고 할 만큼 인생 전반을 인천에서 보냈지만, 마냥 자랑스럽기만 한 고향 이미지가 아니었고, 자격지심으로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며 “이번 활동으로 인천을 많이 겪고 인천 사람과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좀 더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 원도심인 개항장 일대는 바다가 보여 인천의 축소판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또, 사람이 찾지 않는 침체된 도시 분위기를 혼합해 많은 얘기를 갖고 있다”며 “인천 원도심이 어떻게 변해야하고 긍정적으로 홍보해야겠다는 생각보다 도시 자체로 인정받는 지점을 고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일 좋아하는 코스로 ‘온센텐동-자유공원-낙타사막카페’를 꼽았다.

고향이 마산인 옥 편집장은 인천으로 대학을 오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인천에서 이방인으로 지내다 개항장과 원도심 이야기를 알게 되면서 인천이랑 많이 친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원도심 개발에 대한 시선도 변했다고 했다.

“이전에는 원도심에 요새 인기 있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넣어 빨리 바꾸면 좋겠다고 단편적으로 생각했다. 매거진을 만들고 도시를 알게 되면서 원도심이 사라지는 게 아깝다고 생각했다. 도시 이야기와 역사를 담아 유기체적으로 아카이브 작업을 하는 게 필요하다.”

김아영 대표는 대학에서 지역문화를 전공하면서 인천 원도심에 관심이 많아 현재 동인천에 거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매거진을 제작하면서 인천에 대해 모르는 부분을 발견했다. 특히, 개항장이라는 공간이 작은 면적인데 오래된 주택도 있고, 차이나타운ㆍ동화마을 등 다양한 풍경과 장소가 많아, 대한민국에 이런 곳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는 “매거진이 210쪽 정도인데 원도심이 정말 많은 얘기를 갖고 있어 초반 기획보다 분량이 늘었다”며 “독자가 개항장 일대를 '관광'보다 는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만석부두에서 갯벌 낚시 하는 사람들, 잉글랜드 왕돈까스 식당에서 소주 먹는 할아버지 등, 인천 원도심만의 풍경이 인상 깊었다. 개발로 이런 풍경이 사라지면 어떡하나, 걱정도 했다.

그는 “예전에는 동인천역 광장에서 10시 이후 노숙자들이 술판을 벌이는 모습을 보며 치우거나 깨끗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있지 하며 동인천의 있는 모습 그대로 보게 됐다”며 “만석부두에서 갯벌 낚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여기만의 스웩(Swag)이라는 생각도 했는데, 부두를 개발하면 풍경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인더로컬이 '하이파이브 인천-개항장편'을 제작하는 데 1년 6개월이 걸렸다.
인더로컬이 '하이파이브 인천-개항장편'을 제작하는 데 1년 6개월이 걸렸다.

“청년들이 원도심 접할 수 있는 기회 필요”

이들은 이번 활동에서 본인들이 겪은 것처럼 청년들이 원도심을 접할 기회가 더 많이 생겨야 한다고 했다. 원도심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젊은 층 유입도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청년들이 원도심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적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인천 개항장에는 청년들이 좋아할만한 카페ㆍ음식점ㆍ갤러리 등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은데, 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개항장 인근 인하대ㆍ청운대 등 대학들이 있는데, 청년과 원도심의 접점을 계속 만들어야 청년들이 원도심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옥 편집장도 이에 동조하며 “원도심을 알릴 때 청년들이 생활권역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높은 것”이라고 했다.

이들이 이번 매거진을 <하이파이브 인천-개항장편>으로 이름 붙인 것은 다른 편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김 대표는 "또 만들게 되면 앞으로는 청년들이 원도심을 바라보는 시각, 느끼는 매력에 좀 더 집중해서 만들고 싶다"며 “매거진 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인천 원도심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다채로워질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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