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설 관리에 급급, 전반적인 밑그림 없어

지방선거 이후로 모든 계획 미뤄둔 상태


인천시가 올 예산 중 시 조례로 규정한 인천문화재단 적립금 전액을 삭감한 가운데, 문화재단 운영에 대한 문화예술단체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문화예술단체들이 비판하는 내용 중 가장 큰 것은 인천시가 인천 문화예술 발전에 대한 밑그림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보여주기식 행사에만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는 것과 문화예술 인적자원의 네트워크, 시민을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개발 및 지원 등 문화재단이 안정적으로 제 역할을 하게끔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의 많은 자치단체가 우후죽순으로 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있지만, 인천시처럼 아예 적립금을 제대로 적립하지 못해 불안정하거나 비전문적인 행사 운영단체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자치단체가 자기 지역의 문화예술 전반에 대한 발전 전망과 현존하는 지역의 문화예술인사들의 네트워킹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구 문화관광팀이 이름만 바꾼 부평문화재단


작년 11월 구 의회에서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부평문화재단 역시 다른 자치단체들의 문화재단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그대로 답습할 위험요소를 다분히 안고 있어 벌써부터 지역 문화예술인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부평풍물축제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기적의도서관 등 최근 들어 우리 구에 새로운 문화시설이 세워지면서 이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만든 임시적 기구의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역의 문화예술 전문가들이나 수용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다양한 통로를 열어두지 않은 채 문화시설 관리에만 급급하다면, 앞으로 부평 문화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솔직히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조례에는 부평문화재단의 역할이 정책 개발 및 자문, 공연·전시의 기획 운영, 관내 문화시설 관리, 부평구청이 주관하는 문화예술행사 진행 등으로 규정돼 있으나, 실제 부평문화재단을 책임 운영하고 있는 구 문화관광팀 관계자는 “현재 10일 기적의도서관 개관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말해, 부평문화재단이 문화시설 관리 이외에 별다른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또한 지금까지 구 주관의 문화행사를 담당해 온 문화관광팀 4명이 공무원이 부평문화재단 업무도 함께 담당하고 있어서 부평문화재단이 이전의 문화관광팀 업무 이외에 독자적인 사업을 담당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러운 형국이다.


지역문화 발전 위한 재단의 역할부터 명확히 해야


담당 공무원 역시 부평문화재단이 제 자리를 잡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계자는 “부평문화예술회관이 설립되고 나야 문화재단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계획하는 프로그램이 생길 것”이라며 “이 모든 논의는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부평문화재단이 단지 기존 문화관광팀의 업무에 시설관리 업무를 추가하는 수준에 그친다면 그 존재가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한국문예진흥원이 2004년 발간한 <문화예술>에서 경기문화재단 부설 기전문화대학 김보성 학장은 △기존의 중앙집권적, 관료중심적 문화예술정책을 민간으로 이전해 자율적으로 집행되는 새로운 문화예술정책 △문화소비만 담당했던 시민들이 문화적 욕망을 직접 실현시킬 수 있는 기능 △자기정체성과 자체동력을 가지고 아름답게 발전해나갈 수 있는 문화 보금자리로 지역문화 발전 등을 지역문화재단의 의의와 역할로 꼽고 있다.

지방분권화시대에 맞게 수도 서울에만 집중된 문화편식 현상을 지양하고 인천과 부평의 특색 있는 문화예술을 발전시키고, 문화적으로 소외된 구민들의 풍요로운 문화생활 향유를 위한 종합적 코디네이터 역할을 도모할 때, 부평문화재단은 제 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 사업 운영을 위한 기금 마련 등 제도적 밑받침과 더불어 지역의 문화예술단체, 시민사회단체와의 적극적인 연계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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