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재난지원금 효과로 기본소득 필요성 증대
“기본소득, 국민 생존권 위해 반드시 도입해야”
“기본소득 지역화폐로 지급해야 경제 효과 커”

인천투데이=이서인 기자│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발생한 고용 불안과 경기 침체 정도는 과거에 발생한 전염병(메르스ㆍ사스)과 2008년 금융위기를 이미 넘어섰다고 평가된다.

특히, 인천은 직접적 피해를 입었다. 국가 간 이동이 줄면서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 노동자들은 무급휴직이나 희망퇴직 상태에 놓였다.

국민 소득이 줄자 소비 또한 줄었다. 소비가 줄자 지역 상권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이에 정부는 국민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소득을 채워주는 게 국민 소비력을 키워 경제를 살릴 수 있다며 상반기에 모든 국민에게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소비 진작 효과뿐 아니라, 국민들이 기본적인 소득이 있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에, 그 필요성은 더욱 강조됐다.

지난 8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텅빈 인천공항 모습.
지난 8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텅빈 인천공항 모습.

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각종 경제지표가 살아났다. 이런 효과를 지켜본 경기도와 서울 일부 지역 등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기본소득은 지급 대상을 구분 짓지 않고 노동 유무에 관계없이 무차별ㆍ보편적으로 공적 소득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미국ㆍ일본ㆍ싱가포르ㆍ홍콩 등 다수 국가에서도 정부가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했고, 지금은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소득 논의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증명된 기본소득의 필요성

인천시는 정부 방침에 따라 1차 긴급재난지원금을 5월 11일부터 모든 가구에 지급했다. 소득에 상관없이 전체 가구에 신속하게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으며, 8월 말까지 사용하게 했다. 일시적 지급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기본소득 성격을 띠었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직후부터 경제 지표들이 살아났다. 소비 진작 효과를 보였으며, 지역화폐인 인천e음으로 지급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 인천본부에 따르면, 올해 인천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월 104.2 ▲2월 95.3 ▲3월 80.4 ▲4월 74.1 ▲5월 81.2 ▲6월 83.9 ▲7월 86.0 ▲8월 90.0 ▲9월 77.5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2월부터 낮아진 소비자심리지수는 4월에 최저점을 찍었고,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5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급이 끝난 9월에는 다시 낮아졌다.

소비자심리지수는 현재 생활 형편, 가계 수입 전망, 소비 지출 전망, 향후 경기 전망 등 주요 개별 지수 6개를 종합해 전반적인 소비자심리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100보다 높은 경우 긍정적으로 응답한 가구 수가 부정적으로 응답한 가구 수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2020년 1월~9월 인천 소비자심리지수.(자료제공ㆍ한국은행 인천본부)
2020년 1월~9월 인천 소비자심리지수.(자료제공ㆍ한국은행 인천본부)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의 1차 긴급재난지원금 신청률은 98.8%이며, 인천e음으로 지급받은 비율은 22.8%다. 총 123만9851가구 중 28만5598가구가 인천e음으로 지급받았으며, 발행액은 1898억100만 원에 달했다.

시가 공개한 ‘인천e음 소비쿠폰 업종별 사용 현황’을 보면, 인천시민이 인천e음으로 지급받은 1차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 1위는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유통업(28.0%)이다. 2위 일반음식점(19.1%), 3위 제과점 등 식품판매처(10.7%), 4위 안경점 등 보건위생업, 5위 주유소 등 연료판매점(4.4%)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인천상공회의소는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5월 인천 소매 판매액’이 185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3%가 감소했지만, 4월보다는 2.7% 증가해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소비 심리와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지역화폐로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이 특히 지역 골목상권에서 소비 진작 효과를 불러일으키며 경제 활성화 효과를 입증했다고 할 수 있다.

양준호 인천대학교 교수가 제2회 경기도 기본소득 국제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2020년 기본소득 박람회 영상 갈무리)
양준호 인천대학교 교수가 제2회 경기도 기본소득 국제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2020년 기본소득 박람회 영상 갈무리)

“기본소득, 지역화폐로 지급해야 지역경제 활성화”

양준호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소득이 어떤 효과에 초점을 맞추는가에 따라 복지정책이나 노동정책, 또는 경제정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소득이 없는 사람들에게 현금을 지급해 소득을 보장해주는 것으로 보면 복지정책, 국민의 실질소득이 늘어나면서 소비지출능력이 커지면 소비 진작으로 경제 활성화에 효과가 있다는 측면에서 경제정책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까지 노동시장에서 소외되고 미지불 노동인 가사노동을 하는 이들에게 노동임금을 지불하는 효과에 중점을 두면 노동정책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유럽과 미국에서는 여성운동가들이 착취되고 있는 가사노동의 임금을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기본소득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양 교수는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가사노동 같이 노동시장에서 배제되고 착취된 미지불 노동자를 구제할 수 있다”며 “특히 사람들의 생존권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을 지급하는 것이기에 인간 존중, 즉 인권정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본소득 도입이 소득 개념을 바꿀 수 있고,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인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양 교수는 “노동에 따른 소득 개념이 아닌, 각 개인 생존권과 필요에 맞춰 소득을 지급하게 되면 시민들이 소득 개념을 생산성이 아니라 생존권을 위해 받는 것이라고 인식하게 된다”며 “기본소득은 자본주의적인 사적 소유, 사유재산보다 더 진보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으며, 공정하게 소득 배분을 하는 민주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 자연적 공통부와 인공적 공통부를 분배해 재원을 마련해야한다고 했다. 이 경제적 가치를 자본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독점하는 자본에 중과세를 물려 기본소득 재원으로 써야한다는 주장이다.

자연적 공통부는 자연에서 오는 자원으로서 특정인에게 귀속된 게 아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사업체가 경제적 가치를 독점하지 말고 제대로 분배해야한다는 것이다. 인공적 공통부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인공 자원을 독점하면서 생겼는데, 결국 이 또한 세계 시민이 창출한 부이기 때문에 다시 시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인천 지역화폐 '인천e음'
인천 지역화폐 '인천e음' 결제.

아울러 양 교수는 기본소득 도입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스페인 바르셀로나 주민들은 지역화폐로 기본소득을 지급받아 효과를 봤다.

경기도가 주관해 9월 11일 열린 ‘제2회 기본소득 박람회’ 국제콘퍼런스에서 수사나 마틴 벨몬테 전 스페인 REC(지역화폐) 수석 경제학자는 기본소득 정책 실험에 참여한 바르셀로나 북동부 빈곤계층 600가구에 기본소득 25%를 REC로 지급했을 때 지역 승수효과가 54%나 상승했다고 전했다.

양 교수는 “기본소득을 지역화폐로 지급해 예금과 투자로 축적하지 않고 바로 소비하게 해야 경제 효과가 크다”며 “사용기간에 제한을 둔다면 소비 진작 효과와 더불어 지역경제, 나라경제가 살게 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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