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은실 문학평론가

선우은실 문학평론가
선우은실 문학평론가

인천투데이ㅣ최근 인천근대문학관 특별 전시를 준비하면서 1970~80년대 인천지역 공장 노동자로 활동하면서 노동문제를 주제로 작품을 집필한 두 작가를 인터뷰했다.

한 작가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주물공장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서 탈의실조차 갖춰지지 않았다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보면서 노동 복지를 생각했고, 청결하지 않은 작업환경으로 인해 병을 앓게 된다는 구절에서 산업 재해를 떠올렸다. 이 문제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다른 작가에겐 노동운동의 당대적ㆍ현재적 성과와 관련한 의견을 물었다. ‘소설 속 노동자의 권리투쟁 양상을 보면 노동3권 보장과 위장 폐업 철폐 등이 당시 큰 해결과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의 당대와 현재적 의미가 무엇인지 듣고 싶다’는 내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직까지 노동과 관련한 많은 문제가 남아있지만 그래도 지금 이만큼의 환경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당대의 노동자투쟁 덕분이라는 것.

그가 답변했던 것과 같이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통해 노동자 기본권 쟁취 투쟁의 성과가 있었기에 이런 질문도 가능했을 것이다. 최소한의 노동권이 쟁취됐기에 ‘오늘날 다시 떠올려보는 당대의 의미’를 숙고해볼 수 있고, 오늘날 더 나은 ‘노동하는 삶’을 위한 요구도 할 수 있는 것이리라.

|약 50년 전과 지금의 노동환경을 비교할 때,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환경 개선 등의 세목은 조금씩 달라졌을지언정 이러한 목소리로 궁극적으로 묻고자하는 것은 ‘노동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일 것이다.

노동자대투쟁 시기의 과도한 업무량 시정, 작업환경 개선, 임금 인상 등의 요구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것이었을 테고, 오늘날 노동자들이 제기하는 문제의식 역시 이와 겹쳐있다.

당대의 성과가 분명하게 있음에도 노동량, 노동 환경ㆍ복지, 임금 인상 문제는 지금도 반복적으로 회자된다. 관련해 최근 택배노동자들의 파업을 떠올려본다. 택배노동이 고강도 노동임은 잘 알려져 있다. 국가 공휴일이 무색하게 쉬는 날 없이 사실상 주 60시간 이상 일해야 하며, 운반 물품 건당 수수료 600~700원이라는 저임금 상황에서 파업은 어쩌면 자명한 수순이다.

이에 더해 지난 21일 감행하기로 했던 택배노동자의 파업과 관련된 안건 중 하나로 ‘분류 작업’과 관련한 노동현장의 실상이 드러났다.

요컨대 별도의 임금 지불 없이 마구잡이로 쌓여 있는 물품을 택배노동자가 분류해야만 배송을 시작할 수 있었던 상황을 개선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분류작업을 선행하지 않으면 배송을 시작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배달시간만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 들일 수 있나?

배달시간만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하려면 노동자의 추가 작업 없이 바로 배송만 가능하게 만드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그런 환경이 구축되지 않았는데 노동자가 임금으로 셈해지지 않는 노동력을 투입해야만 하는 상황은 다름 아닌 노동 착취다.

택배노동자 파업을 돌아 우리는 노동시간이라는 것이 ‘무엇인가’가 아닌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물어야만 한다. 노동시간은 해당 업무를 일정한 속도로 처리하는 시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정한 양의 노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쉬는 시간과 휴일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간들 역시 노동시간에 보태어지는 것이라 생각할 때, 노동시간에 대한 이해는 좀 더 넓어져야한다. 노동에 바쳐지는 삶이 아닌, 삶을 위한 노동이기를 다시금 숙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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