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인천투데이] 올해 문화계를 뒤흔든 가장 큰 사건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구동성으로 코로나19라는 답변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문화계만의 내부 이슈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답변은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는 문화계만의 이슈라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아무래도 베스트셀러 동화인 ‘구름빵’과 백희나 작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작가 자신의 말처럼, 백 작가에게 2020년은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였다. 수년간 이어진 저작권 침해 금지 청구 소송이 완패로 끝나면서 작가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다면,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하며 한국을 넘어 세계적인 아동문학가의 반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 작가에게 한 해의 시작이 이토록 드라마틱한 반전으로 이뤄지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백 작가가 겪어야했던 절망과 영광이라는 이 모순된 최저점과 정점은 현재 우리 출판계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출판시장의 협소화 속에서 불평등한 계약은 관례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돼 남용되고, 그것은 결국 창작 의욕 저하와 독자의 외면이라는 악순환으로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만한 베스트셀러의 저자조차 자신의 저작권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없다면, 한국 시장에서 어떤 출판 콘텐츠가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사실 그간 저작권 분쟁은 주로 소비자와 제작자 사이의 문제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2005년 현행 저작권법 안에 ‘전송권’(저작권자가 인터넷 저작물 파일 전송을 독점할 권리)이 포함되면서 가장 많은 이슈가 이 부분에서 발생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저작권 분쟁에서 제작사가 대체적으로 피해자로 분류되면서, 오히려 창작자와 제작사 사이에서 발생된 불공정한 계약 문제는 묻혔던 측면이 있다. 백 작가가 제기한 소송은 만연해있던 창작자에 대한 불공정한 관행들을 드러내는 시발점이 됐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그가 겪어야했던 이 양 극단의 상황이 실질적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모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백 작가의 ‘구름빵’을 통해 논란이 된 ‘매절 계약’ 즉, 일정 금액을 받고 저작권 전체를 양도하는 관행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창작자가 제기할 수 있는 ‘추가 보상 청구권’ 개념을 저작권법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예고했다. 실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출판계의 매절 계약 자체가 완전히 부정적인 것만으로 매도돼서는 안 될 것이다. 실제로 학술도서나 대학교재의 경우에는 출판사와 학술주체의 상생을 위해 일정 부분 매절 계약이 가지는 긍정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1차 저작물에 대한 것일 뿐, 2차 저작물까지를 포함한 개념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이번 저작권법 개정에서는 이 양자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방향이 적극적으로 모색돼야한다.

물론 저작권을 둘러싼 생산-유통-소비의 세 주체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 깊은 연구와 사회적 공감이 절실하다.

자칫 이슈에만 집중하면 오히려 창작자와 제작사, 그리고 소비자 모두에게 미봉책에 불과한 정책이 될 수 있다. 부디 달라지는 산업 환경까지 제대로 고려한, 2020년 발 저작권법이 구상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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