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진료실서 알려주지 않는 성인병 이야기(17)
혈압은 흡연ㆍ불안ㆍ근심ㆍ노여움ㆍ운동ㆍ자세ㆍ식사ㆍ계절ㆍ온도 등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혈압 측정 시에는 원칙을 지키도록 한다. 3분 이상 안정을 취한 뒤 측정하고, 최소 30분 전에는 흡연ㆍ커피ㆍ식사ㆍ운동을 삼간다. 반드시 의자에 앉아 기댄 상태에서 팔을 책상 위에 놓고 심장 높이에서 측정한다.
2분 간격으로 2번 이상 잰다. 단 한 번 측정으로 높은 수치가 나왔더라도 고혈압으로 진단하지는 않는다. 몸과 마음이 가장 편한 상태,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에서 진찰할 때에도 2~3회 측정해 그 평균치를 얻고, 날짜를 바꿔 몇 번 더 측정한 연후에야 진단한다.
혈압은 하루 동안 변동이 크고, 몸 상태뿐 아니라 정신 상태에도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집에서 편안한 상태로 측정할 때와 병원에서 의사나 간호사 앞에서 측정한 혈압에는 차이가 생긴다. 따라서 혈압 상태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려는 목적으로 가정에서 측정할 것을 권한다.
아침과 저녁에 한 번 이상, 같은 시간에 측정하는 것이 좋다. 혈압이 잘 조절될 때는 일주일에 3일 정도 측정하는 것이 좋고, 약을 바꾸는 시기라면 적어도 5일 동안 재야한다.
아침에는 기상 뒤 1시간 이내에 재는 게 좋다. 또 소변을 본 뒤, 고혈압 약을 먹기 전, 아침 식사 전이 좋다. 어떤 상태에서라도 3분 정도 편안한 자세로 마음의 안정을 취한 뒤 2분 간격으로 2회 측정하도록 한다. 혈압을 잰 뒤에는 항상 기록해야 한다. 이때 잰 시각과 심장이 1분 동안 뛴 횟수인 심박수도 함께 기록한다.
1~2주마다 평균을 측정해 볼 수도 있다. 전날 밤 술을 많이 마신 것과 같이 혈압이 높게 측정될 이유가 있으면 과음을 한 사실을 같이 기록하는 것이 좋다. 평소 쓰는 팔의 반대 팔에서 재는 것을 권장하나, 양팔 혈압에 차이가 있다면 높은 쪽 혈압을 기록한다.
▪ 가면고혈압과 백의(白衣)고혈압
40대 중반의 부부가 함께 외래를 방문했다. 남편은 중견 기업의 과장이다. 직장에서 혈압이 160/100mmHg 전후로 측정돼 고혈압 치료를 받고자했다. 그러나 병원에서 측정한 혈압은 120/80mmHg으로 정상이었다. 부인은 자영업을 하고 있다. 건강검진 시 혈압을 측정한 결과 150/95mmHg로 나왔다. 그러나 집에서 쟀을 때는 항상 정상이었다고 한다.
남편은 ‘가면고혈압’ 환자이고, 부인은 ‘백의(白衣)고혈압’ 환자이다. 가면고혈압은 업무 등에 좇기는 등 항상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사람이 걸리기 쉽다. 병원에서 진찰받을 때는 오히려 업무 스트레스에서 해방돼 긴장을 푼 상태에서 혈압을 측정하므로 정상범위로 돌아온다.
가면고혈압은 흡연ㆍ과음ㆍ운동 부족 등 생활습관에 문제가 있는 사람, 당뇨병이 있는 사람, 과거 심혈관질환을 앓은 사람,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에서 호발(好發)한다. 가면고혈압 환자에게 중풍과 같은 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은 일반 고혈압 환자와 같으므로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의사 앞에만 오면 혈압이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 부인은 이에 속한다. 의사의 흰 가운을 보면 혈압이 올라간다해서 ‘백의고혈압’이라고 하는데, 백의고혈압은 환자가 병원 환경에 익숙해진다 해도 혈압이 내려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자칫 불필요한 치료를 받게 되기 쉽다.
고혈압으로 진단된 경우에는 불필요한 혈압 치료를 줄이고 적절한 치료를 위해 24시간 동안 활동혈압을 측정하거나, 1~2주 동안 집에서 안정 시 본인이 직접 측정한 혈압을 치료 기준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백의고혈압은 가면고혈압과 달리 후에 고혈압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만 뇌혈관질환으로 이행하는 일은 많지 않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긴장을 많이 하는 성격이라면 백의고혈압 환자가 되기 쉽다.
▪ 고혈압의 가장 흔한 증상은 두통일까?
일반인들은 두통이 있으면 ‘혈압이 높은 것 아닐까’부터 생각한다. 그러나 고혈압은 무증상이 특징이다. 암(癌)에도 증상이 없다. 서서히 진행하기 때문이다. 혈압도 갑자기 상승되면 두통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고혈압은 암처럼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심해져도 증상이 없다.
이 때문에 대다수 고혈압 환자들은 실제 혈압을 측정해보지 않고서는 자신이 고혈압인지 아닌지 모른다.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뒷목이 뻐근하다든지 하는 증상을 호소하면서 혈압이 올라간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 혈압을 측정해보면 대부분 혈압 수치와 이러한 증상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아프지 않은 고혈압도 치료 대상일까?
그렇다. 고혈압은 관절염ㆍ위궤양처럼 통증을 느끼는 질환이 아니다. 고혈압에 의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치료해야한다. 고혈압은 우리 몸의 중요한 장기인 심장ㆍ뇌ㆍ콩팥(신장)ㆍ눈을 손상시킨다. 고혈압으로 발생하는 병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뇌혈관질환(특히 뇌출혈)으로, 전체 뇌혈관질환의 50%가 고혈압으로 인해 발생한다.
협심증과 심근경색 등 심장병의 30∼35%, 신부전의 10∼15%가 고혈압 때문에 생긴다. 고혈압 합병증은 당뇨병 합병증만큼 무서운 것이다. 일단 발생하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경우가 많다.
부평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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