쐐기문자 등 각국 문자 전시 계획
문자도시 인천 알릴 전시계획 없어

[인천투데이 이보렴 기자]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건립 과정에서 인천시는 땅만 내준 꼴이 되고 있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건립 과정과 전시 콘텐츠 등과 관련해 인천시 관계자는 24일 “고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쥐고 있다”며 사실상 이를 시인했다. 국비 100%인 사업이며, 시는 땅만 제공하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조감도.(제공ㆍ인천시)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조감도.(제공ㆍ인천시)

세계문자박물관은 송도국제도시 센트럴공원 내 교양시설로 계획된 송도동 24-8번지 1만9418㎡에 국비 950억 원을 투입해 건립된다. 지난해 11월 착공했으며, 2021년 준공해 2022년에 개관하는 게 목표다.

지하 1층에 전시실ㆍ수장고ㆍ학예실, 지상 1~2층에 전시실ㆍ도서관ㆍ다목적강당ㆍ세미나실ㆍ강의실 등을 갖춘다. 사업비는 유물구입비 등을 포함해 총 908억 원으로 추산됐다.

세계문자박물관 전시 콘텐츠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국립 “쐐기문자, 이집트 문자 등 인류 최초의 문자부터 라틴문자, 한자, 한글 등을 포함해 문자의 미래까지 종합적으로 소개할 예정”이라며 “아직 전시 계획 중이기에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전시 콘텐츠 어디에도 인천과 관련된 것은 없다.

인천은 세계문자박물관 건립지로 선정될 만큼 문자와 인연이 깊은 도시다. 인천 강화도는 몽고군 침략에 맞서 재조대장경을 만든 곳이다. 재조대장경은 강화도 선원사지에서 두 번째로 만든 대장경이라는 의미다.

또, 강화도에는 조선의 왕립도서관인 외규장각이 있었고,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조실록과 왕실 족보인 선원보가 보관된 정족산 사고도 있다.

아울러 시각장애인들의 한글인 ‘훈맹정음(=점자)’을 만든 송암 박두성 선생이 강화도 출신이다. 15세기 세종이 창제한 ‘천지인 한글’은 20세기 ‘디지털 한글(=한글과컴퓨터)’로 이어져 한국이 21세기 IT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됐다. 이 한글과컴퓨터를 만든 이찬진 씨는 인천 부평 사람이다. 더불어 추사 김정희 이후 최고의 서예가로 평가받는 검여 유희강 선생도 인천 사람이다.

그러나 이러한 배경은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있으며, 세계문자박물관 건립위원회 일부 위원은 인천이 왜 건립지로 선정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인천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국립박물관이라 해도 인천에 건립되는 이상 적어도 문자 도시로서 인천의 전통은 박물관에서 알려야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2015년 7월 문체부가 진행한 세계문자박물관 건립 공모에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같은 달 15일 최종 심사에서 세종시와 경기도 여주시 등 국내 8개 시ㆍ도를 제치고 건립대상지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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