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주영·인천여성회 사무처장

‘연쇄성폭력사건’으로 ‘발바리 검거’ 바람이 불기 시작한 이후 성폭력 문제로 전국이 어수선하다. 이번에는 국회의원이다.

참 겁도 없다. 요즘시대에 기자에게 성추행을 하다니 간이 너무 컸다. 뒤이어 식당주인인 줄 알았다며 꼬리를 내렸지만 그런 변명은 안 하느니만 못했다. 물론 최연희 의원이 일반 식당 여주인이라고 생각했을 리는 만무하다. 사회적으로 아무런 비난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끌어안을 수 있는 여성을 떠올렸을 것이다. 결국 그런 행동이 익숙한 일상이라는 소리다.

하필이면 성폭력 문제가 한창 시끄러운 때 걸린 최 의원은 겁이 없던 게 아니라 운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기자를 추행한 최 의원을 옹호하며 취중의 행동이니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는 정의화 의원이나 국회에서 망치로 폭탄주 잔을 깨며 음주문화를 바로잡겠다는 박진 의원의 모습은 기가 막히다 못해 헛웃음도 안 나온다. 이제 막 잡혀온 성폭행범이 “나 술에 취해 그랬소” 하면 용서해줘야 한다는 건가? 그렇지 않아도 난장인 국회에서 술잔까지 깨는 건 과장된 쇼로밖에 안 보인다.

한광원 의원은 아름다운 꽃을 보면 만져보고 싶은 게 순리라며 오히려 가해자 소명의 기회도 주지 않고 매도를 한다고 안타까워하기까지 했다. 평소 여성을 맘에 들면 방안에 두다가 시들면 내다버릴 수 있는 식물쯤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기껏 나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더 이상 구구절절 나열하고 싶지도 않다. 이런 사람들이 현재 우리사회를 이끌어 간다는 국회의원들이다. ‘성폭력’이라는 개념은커녕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여기지도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성평등한 정책을 펼친다고 떠들고 있으니 심히 괴로울 따름이다.


국회의원 성추행 사건으로 여론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동안에도 여전히 성폭력사건은 진행 중이다. 90세 할머니를 성폭행하려던 50대가 잡혔다. 60대 할아버지가 지체장애인을 성폭행했다. 동거녀의 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남자가 잡혔다. 성폭행을 당하고 사후피임약을 사려던 고등학생이 약사에게, 도움을 청했던 사람에게 또 택시기사에게 연이어 성폭행을 당했다.

비록 국회의원 성추행사건으로 단편기사가 되었지만 연이어 성폭력사건이 뉴스란을 채우고 있다. 사회에서 관심을 갖지 않았을 뿐이지 성폭력사건은 언제 한번 멈춰본 적 없이 365일 발생하는 사건이다. 단지 어둠의 자식처럼 뒷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을 뿐이다.

어렵사리 사회적 관심이 되고 있는 성폭력 문제가 여야공방의 소재로 전락하지 않아야 한다. 성추행한 의원의 사퇴와 반성도 중요하지만, 이 사회에 왜 이토록 성폭력이 난무한지 국회는 어디서부터 변화해야 하는지,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아무튼 다 발바리 덕분이다. 발바리 덕분에 성폭력에 대해 집중조명도 해보고 발바리 덕분에 국회의원이 기껏(!) 성추행 한 번 한 것 가지고 금배지가 왔다갔다하게 됐다. 이쯤에서 발바리에게 인사를 해야겠다. 발바리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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