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영화 <그녀에게>

스페인 영화. 무지하게 낯설다. 프랑스 영화도 취향에 맞지 않아 잘 안보는 내가 스페인 영화 ‘그녀에게’를 봤다. 우연히 그 DVD를 얻었기 때문이다.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무용 공연을 보는 두 남자. 한 남자는 무용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무대에는 상처받아 괴로워하는, 그래서 모든 걸 파괴하는 듯한 춤을 추는 여자의 몸짓이 보이고, 그녀의 몸짓에 방해될까봐 열심히 의자를 치우는 어떤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여자를 향한 남자의 사랑이 보이지만, 여자나 남자나 외로워 보인다.
무용을 보는 두 남자가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다.
눈물을 흘린 남자 마르코(다리오 그란티네티 분)는 오랫동안 사랑하던 애인과 헤어지고 투우사 리디아(로사리오 플로레스 분)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 눈물 흘리던 마르코를 쳐다보던 베니그노(하미에르 카마라 분)는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알리샤(레오노르 발팅 분)가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자 그녀를 간호하며 지낸다.
두 남자는 마르코의 연인 리디아가 투우 도중 사고로 혼수상태가 되면서 병원에서 다시 만난다. 극장에서 마르코의 눈물을 유심히 봤던 베니그노가 그를 알아보고, 같은 처지의 두 사람은 우정을 쌓아간다.
두 남자, 그리고 그 남자들이 사랑하는 두 여자와의 이야기들이 시간을 넘나들어 교차 편집되고, 그 사이에 알리샤가 좋아하는 무용과 무성영화들이 겹치면서 영화는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실을 뒤집기도 하고 알 수 없는 일들을 설명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좀 어렵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그 치밀한 구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영화 후반부. 베니그노가 알리샤를 임신시켰다는 죄로 감옥에 갇히게 되면서 영화는 관객을 혼란에 빠뜨린다. 무의식상태에서 출산을 하던 알리샤는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나고, 베니그노의 누명을 벗기려 애쓰던 마르코의 의지를 뒤로하고 베니그노는 자살한다.
영화 초입에는 낯선 스페인어와 시간이 뒤죽박죽인 교차편집, 그리고 잘 외어지지 않는 주인공 이름 때문에 불편했지만, 점점 영화에 빠져드는 나를 발견했다.
베니그노가 자신에게 극진한 애정을 펼치고 있는 것을 모르는 알리샤와 그녀를 사랑하는 베니그노. 사랑했던 애인과 헤어져 힘들어하던 마르코와 잠시 그를 사랑했으나 사실은 그를 떠나고자 했던 리디아. 사랑을 하면서도 철저하게 외로웠던 군상들을 보면서, 그리고 그 사랑 때문에 상처받고 아파하는 그들을 보면서 난 ‘사랑’과 ‘외로움’은 이름은 다르지만 사실은 같은 뜻이 아닐까 생각했다.

추신 :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영화 중 삽입된, 알리샤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베니그노가 본 무성영화 장면이다. 도저히 글로 설명할 수 없는 장면이지만, 꼭 유심히 보기를 바란다.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슬픈 사랑이야기, 압권이다.

 

* 필자 최경숙씨는 다음 카페 ‘우리영화를사랑하는인천사람들’ 운영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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