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진료실서 알려주지 않는 성인병 이야기 ⑯

<증례> 김아무개(45)씨는 주부이다. 평소에는 아픈 데가 없어서 병원에 갈 일이 없었지만 건강이 걱정돼서 건강 진단을 받았다. 그의 어머니는 65세에 뇌출혈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혈압은 160/110mmHg로 측정됐다.

혈액검사에서 혈당은 112mg/dL, 콜레스테롤 209mg/dL, 중성지방 282mg/dL, 고밀도지질단백 35mg/dL이다. 그 외에 다른 검사에선 정상이었다. 그는 심장내과를 방문했다. 머리가 아프지도 않은데 혈압이 높은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고혈압 약은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앞으로 고혈압을 어떻게 치료하면 좋을까?


세포가 생존하려면 산소와 영양을 혈액으로부터 공급받아야한다. 이 혈액을 온몸 구석구석까지 돌게 하는 것이 심장이다. 심장이 펌프 기능을 하면 혈압이 생기고, 그 혈압의 힘으로 혈관으로 혈액이 흐르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평소 재는 혈압 수치는 팔에 있는 동맥벽에 대한 압력인 ‘동맥압’의 수치이다. 혈압에는 ‘수축기 혈압’과 ‘확장기 혈압’ 두 종류가 있다.

수축기 혈압은 심장이 수축해 심장에서 형성한 혈액의 압력이 동맥으로 전달돼 만들어지는 것으로 ‘위 혈압’이라고 한다. 이완기 혈압은 심장이 쉬고 있을 때 측정되는 혈압으로 심장이 수축할 때 늘어났던 대동맥이 오그라드는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아래 혈압’이라고도 한다.

운동을 한 뒤 우리 몸이 산소와 영양을 필요로 하게 되면 혈액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혈압이 올라간다. 이는 정상적인 생리현상이다. 그러나 안정 상태에서도 혈압이 항상 올라가 있다면 그것은 ‘고혈압’이다. 높은 혈압은 건강에 두 가지 의미를 던진다.

첫 번째는 혈관 노화가 이미 발생했다는 것. 두 번째는 혈압이 높은 사람은 정상인 사람에 비해 혈관 노화가 빨리 진행돼 더 젊은 나이에 동맥경화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혈압은 우리나라 성인 20∼25%에서 발견되며, 나이가 들수록 발생 빈도가 높은데, 이는 ‘나이를 먹는 것’이 혈압을 높이는 위험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신장병이나 호르몬 분비 이상으로 혈압이 높아지는 경우를 ‘이차성 고혈압’이라고 한다. 그러나 특별한 이유 없이 혈압이 높은 경우를 ‘본태성 고혈압’이라고 하는데, 체질로 인한 고혈압이라는 의미겠다.

▲ 수축기 혈압 혹은 이완기 혈압 중 하나라도 정상 혈압 기준보다 높으면 고혈압이라고 한다. 혈압이 130/95mmHg라면 수축기 혈압은 고혈압 기준보다 낮으나, 이완기 혈압이 고혈압 기준보다 높으므로 ‘고혈압’이 있는 것으로 진단한다. 수축기 혈압 혹은 이완기 혈압 모두 고혈압 기준보다 낮고 정상 기준보다 높은 경우에는 혈압이 고혈압 전 단계에 있어 고혈압 발생 가능성이 높으므로 식사,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다.
피부 노화와 같이 원인은 매우 복잡하나 유전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한다. 그 외 흡연, 운동, 식습관이 일부 관여한다. 부모가 모두 고혈압인 경우 다음 세대에서 고혈압이 나타날 확률은 70%, 부모 한쪽이 고혈압인 경우에는 50%이다. 일반적으로 30대 후반부터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해 60대에서는 약 40% 이상에서 발병한다.

정상혈압은 연령에 따라 다소 다르나 수축기 혈압이 120mmHg 이하이고 이완기 혈압이 80mmHg 이하이다. 수축기 혈압이 140mmHg 혹은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으로 진단한다. 그러나 단 한 번의 측정으로 고혈압을 진단할 수는 없다. 하루 중에도 수축기 혈압은 30∼40mmHg, 이완기 혈압은 20mmHg까지 변한다.

수면 중 혈압이 가장 낮게 내려가고, 흥분하거나 활동 중일 때는 올라간다. 따라서 활동 직후 흥분했을 때, 혹은 두통 등으로 몸이 불편할 때 측정한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완기 혈압이 90mmHg 이상 높더라도 고혈압이 아닌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수축기 혈압이 높아지고 확장기 혈압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변화는 동맥경화증과 관계가 있다. 고혈압은 동맥경화증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동맥경화증으로 혈관이 딱딱해지면 수축기 혈압이 상승하게 되기 때문이다.
▲ /전두수 인천성모병원 심장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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