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진료실서 알려주지 않는 성인병 이야기 ⑮

예전에는 당뇨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일단 당뇨병으로 진단되면 평생 보리밥에 된장국만 먹고 사는 수도사와 같은 삶을 운명처럼 여긴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에는 병마다 금기시되는 음식 목록이 불필요하게 많은데 당뇨병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당뇨병의 식이요법은 무엇을 먹지 말라는 계명을 주려는 것이 아니며, 어떻게 하면 적당량의 음식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체형을 고려한 식사 = 건강한 사람도 마찬가지이지만 당뇨병 환자는 특히 자신의 키에 알맞은 적당한 체중을 가지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은 지방이 몸에 많이 쌓여 있는 상태, 즉 에너지 과잉 상태를 의미한다.

너무 비만한 사람은 음식 섭취를 줄여 살을 빼려고 해야 한다. 반대로 너무 마른 환자는 에너지 부족 상태를 의미하므로 음식을 조금 더 섭취하여 체중이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마른 원인이 지방 부족이 아닌 운동 부족이라면 운동을 통해 근육을 늘려야 한다. 근육이 늘어나면 기초대사량을 늘려 혈당을 낮추기 때문이다. 복부비만이 있는 마른 당뇨병 환자는 음식 섭취를 늘리기보다는 운동의 양을 늘려 근육을 늘리도록 해야 한다.

균형 잡힌 식사 = 당뇨병 식이요법에서 중요한 점 중 하나는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은 곡류군(밥, 빵, 국수, 떡, 옥수수 등), 어육류군(고기, 생선, 두부, 달걀, 콩 등), 채소군(배추, 시금치, 토마토, 오이, 버섯, 당근, 미역 등), 지방군(식용유, 참기름, 마요네즈, 잣, 땅콩 등), 우유군(우유, 두유, 분유 등), 과일군(사과, 귤, 수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이 6가지의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

당뇨병 환자들은 많은 음식을 절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당뇨병 환자에게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지방이 너무 많이 들어간 어육류군인 갈비, 유부, 삼겹살, 프랑크소시지 등과 단순당질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 외에는 별로 없다.

칼로리가 낮은 음식 선택 =

칼로리가 낮은 음식 선택 =

 

칼로리가 낮은 음식 선택 = 당뇨병이라는 병은 영양소 중에서 당질(탄수화물)을 몸이 이용하지 못하는 질병이다. 따라서 가능하면 칼로리가 적은 음식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 칼로리(열량)가 있는 음식은 어느 음식이더라도 먹게 되면 간에서 당질로 전환이 되어 혈당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이 많은 음식은 다른 영양소보다 칼로리가 높으므로 좋지 않은 음식이다. 같은 고기를 섭취하더라도 기름, 껍질을 제거하고 살코기 위주로 먹는다.

요리할 때도 삶거나 쪄서 여분의 기름기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 기름기를 걷어낸 맑은 육수, 맑은 채소국, 당질 함량이 적은 채소, 해조류(김, 미역, 다시마), 홍차, 녹차, 토닉워터와 같이 칼로리가 낮은 음식은 자유롭게 먹을 수 있다. 땅콩, 콩은 당분이 적으니 많이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당뇨병 환자가 있다. 이러한 음식들은 밥이나 빵과 같은 곡류군에 비해 당분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음식물 속에 들어있는 단백질과 지방은 필요 이상 섭취 시 간에서 당으로 전환되어 혈당을 올릴 수 있고, 지방으로 몸에 저장되어 비만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당뇨병 환자는 아무리 좋은 음식이어도 칼로리가 높으면 몸에 부담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음식들은 몸에서 필요로 하는 양만 적당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

당지수 낮고 포만감 높은 음식 = 당지수(glycemic index, GI)라는 것은 음식을 먹은 후 음식에 포함된 당질(탄수화물)이 소화 흡수되어 혈당으로 변하는 정도를 수치로 표시한 것이다. 빈속에 당질을 포함한 음식을 먹고 2시간 동안 15~30분 간격으로 혈당을 측정하여, 혈당으로 변하는 당의 양을 산출하여 수치화하고, 같은 양의 포도당을 섭취한 후 혈당을 측정, 혈당으로 전환된 포도당을 계산해 이 값을 기준으로 백분율로 표시한다.

예를 들어 300g의 음식을 먹었다고 하자. 이 음식은 100g의 당질을 포함하고 있는데, 식사 후 2시간 동안 60g이 혈당으로 전환되었다면 이 음식의 당지수는 60이다.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짧은 시간 많은 당질이 흡수되어 당질을 처리하는 능력이 떨어져 있는 당뇨병 환자에서는 더 문제가 되어 혈당이 높아진다.

정상인에서도 당지수가 높은 음식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게 되면 당지수가 낮은 음식과 비교해 음식을 먹은 직후 혈당이 많이 상승한다. 그 결과 몸은 혈당이 높다고 인식하고 더 많은 양의 인슐린을 분비해 혈당을 지방으로 전환하고 더 많은 지방이 복부 및 피하에 쌓이게 된다.

같은 양의 탄수화물을 먹더라도 빨리 흡수되는 탄수화물을 포함한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순간적으로 많이 상승하여 고혈당의 원인이 되는 동시에 더 많은 인슐린이 분비되어 지방으로 전환되는 당질의 양이 많아져 비만의 원인이 된다.

단당류(單糖類)는 당이 이미 분해되어 나누어져 있어 섭취 후 소화 과정이 필요 없이 바로 흡수된다. 따라서 단당류를 많이 함유한 음식은 먹자마자 바로 혈당이 올라가므로 당지수가 높은 음식이다. 단당류가 많이 포함된 식품에는 설탕, 사탕, 꿀, 시럽, 엿, 조청, 양갱, 젤리, 껌, 빙과류(아이스크림), 잼, 초콜릿, 캐러멜, 파이류, 청량음료(콜라, 사이다, 환타 등), 코코아, 식혜, 과일 통조림, 도넛, 케이크, 머핀 등이 있다.

따라서 당뇨병이 있거나 복부비만이 문제가 되는 환자는 당지수와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선택하여 적게 먹는 것이 가장 좋다 하겠다. 그 외 수용성 식이섬유 섭취는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 조절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소장에 녹아 있는 음식을 감싸 배출시키기 때문에 식후 혈당을 내려 준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콩, 버섯, 미역, 다시마, 보리와 각종 채소, 과일에 많다. 과일의 경우 당질이 많으므로 과식하지 않고, 껍질에 수용성 섬유질이 집중되어 있으므로 껍질을 벗기지 않고 먹는 것이 좋다. 당지수에 대해서는 www.glycemicindex.com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전두수 인천성모병원 심장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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