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진료실서 알려주지 않는 성인병 이야기 ⑬

<증례> 51세 문아무개씨는 중소기업체 사장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유일한 낙인 문씨의 몸무게는 86kg, 키는 168cm, 허리둘레는 98cm로 복부비만이 있다. 담배는 하루에 한 갑 정도 피우고, 술은 일주일에 소주 2병정도 마신다.

건강진단을 받은 결과 공복혈당은 156mg/dL로 올랐다. 작년에 없던 당뇨병이 생긴 것이다. 현재 특별히 불편한 곳은 없다. 당뇨병 합병증이 무섭다는 것은 알고 있어 치료 상담을 위해 병원에 왔다. 그는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 지금처럼 식사를 하면서 인슐린으로 혈당을 조절하고 싶다고 한다. 어떻게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까?

▲ 당뇨병이란 당이 소변에 섞여 나오는 병이다. 당은 몸의 중요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은 소변에 당이 섞여 나오지 않는다. 혈당이 높아지면 당이 넘쳐서 소변으로 나오게 된다.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 수가 50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 수는 꾸준히 늘어 2025년에는 67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옛날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일부 사람들에서만 발생하는 ‘부자병’으로 알려진 병이었다. 운동량은 부족하고 먹을거리는 풍부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당뇨병은 더 이상 부자병이 아닌 일반인의 병이자 현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최대 역병(疫病)이 됐다.

당뇨병이 있는 사람의 사망률은 2.38%로 전 국민 사망률의 0.48%보다 4~5배 높다. 혈당이 110mg/dL 이하라면 정상, 110~125mg/dL는 경계, 126mg/dL 이상인 경우를 당뇨병이라고 한다. 당(糖)은 몸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혈당이 높아지는 것은 몸이 에너지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하므로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이해하면 된다.

신장은 당이 소변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댐과 같은 역할을 한다. 혈당이 180mg/dL 이상을 넘지 않으면 소변에서 당이 검출되지 않는다. 그 이상 혈당이 높아지면 당이 넘쳐서 당이 검출되기 시작한다. 따라서 당뇨병이 있어도 소변에 당이 검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당뇨병이 발견되기 전, 성인병 건강 진단을 받다 보면 해마다 혈당이 조금씩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5년 전에는 공복혈당이 98mg/dL이었는데 3년 전에는 105mg/dL, 2년 전에는 110mg/dL, 금년에는 125mg/dL로 상승돼 당뇨병 문턱에까지 와있다면, 아직 혈당이 경계구역에 있으니 금년에는 당뇨병 환자가 아니라고 안심하면 안 된다.

혈당이 경계구역에 있는 사람이 아직 당뇨병이 없다고 생각해서 폭음과 폭식, 흡연 등을 하면 내년에는 틀림없이 당뇨병 환자가 될 것이다. 경계 범위로 혈당이 올라가면 ‘생활습관병’ 발생 전 단계의 ‘기초질환’에 걸려 있는 것이다. 혈당이 경계구역에 있다면 건강에 자만심을 갖기보다는 성인병 예비환자라는 인식을 갖고 당장 건강관리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

+왜 당뇨병에 걸릴까? = 인슐린은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이다. 당뇨병은 인슐린이 부족하거나(제1형 당뇨병), 인슐린의 정상적인 작용에 문제가 발생해(제2형 당뇨병) 혈당이 상승하고, 소변에서 당이 검출되며, 이로 인해 급성 또는 만성 합병증이 유발되는 대표적인 성인병이다.

당뇨병은 유전적 원인과 환경적 원인이 결합해 생기는데, 특히 유전성이 강해 부모 중 한 사람이 당뇨병이면 자녀에게 당뇨병이 생길 가능성이 25∼30%, 부모 모두 당뇨병이면 5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후천적인 환경 요인이 더욱 중요하다. 특히 운동 부족, 비만(복부비만) 등이 발병을 앞당긴다.

혈당은 인슐린에 의해 조절된다. 인슐린이 췌장에서 충분히 분비되지 않거나, 분비되더라도 우리 몸이 인슐린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능력에 이상이 생기면 당뇨병이 발생한다. 성인병과 관련된 당뇨병은 인슐린의 작용이 감퇴해 발생하는 제2형 당뇨병이다.

몸의 인슐린 이용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몸이 노화돼 인슐린의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에서 엔진이 망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휘발유 소모가 늘어나고 매연이 증가하는 것, 즉 엔진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몸이 망가지고 있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인슐린의 효율이 떨어져 자동차에서 매연이 많이 나오듯 공복혈당이 올라가는 것으로 쉽게 알 수 있다. 간단한 혈당 검사로 몸의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 전두수 인천성모병원 심장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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