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진료실서 알려주지 않는 성인병 이야기⑩

162cm에 체중 56kg이다. 비만은 없다. 건강검진에서 고혈압, 당뇨병은 없었으나 콜레스테롤이 높았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콜레스테롤은 정상 범위에 있었다. 총콜레스테롤 280mg/dL, 중성지방 160mg/dL, 저밀도지질단백 196mg/dL, 고밀도지질단백 52mg/dL이었다.

그는 바빠서 아침을 거르는 경우가 많다. 대신 커피와 스낵이나 빵, 케이크로 아침을 대신할 때가 많다고 한다. 점심도 바빠서 거르는 일이 잦단다. 그렇다면 어째서 콜레스테롤이 올라갔을까? 고혈압도 당뇨병도 없는데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될까?


콜레스테롤과 동맥경화증 = 콜레스테롤은 지방성분의 일종으로 그리스어로 담즙을 의미하는 콜레(chole)와 고체를 의미하는 스테로스(steros)를 합친 말이다. 중성지방이 신체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반면,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을 이루는 기본단위인 세포막을 형성하는 성분이며 호르몬, 비타민 D와 담즙을 만드는 원료 성분이다. 문제는 ‘잉여 콜레스테롤’이다.

쓰고 남은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이면 성인병의 주범인 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물질이 되는 것이다. 저밀도지질단백을 타고 혈관벽 내막으로 침투해 들어가 오래 머물게 되면 활성산소에 의해 산화되고, 산화돼 변성된 저밀도지질단백은 체내로 들어온 세균 등 해로운 물질을 통째로 삼켜 버리는 대식세포(大食細胞)에 잡아먹힌다.

콜레스테롤을 많이 잡아먹은 대식세포 내부가 콜레스테롤로 꽉 차게 되면 세포는 비눗방울 모양으로 변하는데, 이를 거품세포라고 한다. 혈관벽에 만들어진 거품세포는 내부의 콜레스테롤을 분해할 수 없어 계속 커지다가 결국 죽게 된다. 콜레스테롤은 그 자리에 남아 쌓여 ‘지질핵(脂質核)’을 형성하게 되고, 주위 여러 가지 세포들이 모여들어 ‘죽상종(粥狀腫)’ 혹은 ‘플라크’라는 덩어리를 만들어 혈액 순환을 방해하는데, 이러한 상태를 동맥경화증이라고 한다.

또한 주위 혈관이 탄력을 잃고 딱딱해지는 상태를 ‘동맥경화증’이라고 한다. 죽상종이 혈관을 90% 이상 막아야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하므로 40대 이전에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고콜레스테롤혈증 진단 기준 = 혈중 총콜레스테롤이 240mg/dL를 넘는 경우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있는 것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총콜레스테롤은 몸에 좋은 고밀도지질단백을 포함하는 값이기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잉여 콜레스테롤’의 양을 반영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아 몸에 나쁜 저밀도지질단백을 기준으로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진단하는 편이 적절하다.

저밀도지질단백 수치 기준은 동맥경화증에 의한 합병증, 주로 관상동맥질환이 발생할 위험도에 따라 바뀐다. 발생 위험이 낮은 경우에는 190mg/dL 이상인 아주 높은 경우에만 고콜레스테롤혈증으로 정의하지만, 이미 관상동맥질환이 있거나, 당뇨병 등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이 아주 높은 경우에는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저밀도지질단백이 130mg/dL 정도만 되도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치료 계획을 세운다.

당뇨병 환자에서는 고콜레스테롤혈증 기준을 낮게 설정한다. 제2형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 저항성으로 지질대사 이상이 발생해 중성지방이 증가하고, 몸에 좋은 고밀도지질단백이 감소한다. 또한 나쁜 저밀도지질단백은 크기가 작아져 혈관에 침착되기 좋은 상태로 변한다. 고혈당과 더불어 이러한 지질대사 이상은 상호 상승작용을 해 혈관에서 죽상종 형성을 촉진해 동맥경화증에 의한 관상동맥질환 발생률과 사망률을 높인다.

이러한 이유로 관상동맥질환을 앓지 않았더라도 당뇨병이 있으면 관상동맥질환을 앓은 환자와 같은 고위험군으로 취급한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저밀도지질단백 기준을 100mg/dL 미만으로 잡고 치료한다. 특히 당뇨병 환자가 관상동맥질환까지 있으면 저밀도지질단백을 70mg 미만까지 낮추는 치료를 한다.

최근에는 ‘스타틴(statin)’이라는 약물로 혈중 콜레스테롤을 제거하고 있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과 호르몬, 담즙을 만드는 원료이기에 수치를 너무 낮추면 부작용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수많은 임상연구에서 약물 치료로 콜레스테롤을 낮춘 환자에서 암, 뇌출혈, 호르몬 부족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보고는 없었다.

당뇨병처럼 혈액순환 장애가 있는 경우 저밀도지질단백 기준으로 70mg/dL 이하로 조절하는데, 부작용 없이 콜레스테롤이 낮을수록 동맥경화증 진행을 늦출 뿐 아니라 죽상반 크기를 줄여주는 효과까지 있어 앞으로 치료 목표 수치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 전두수 인천성모병원 심장내과 과장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