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협동과 공동체로 건강한 마을 만들기
4. 인천 부평구 인천평화의료생협

▲ 부개1동 327-11번지 건물에 위치한 평화의원과 평화한의원의 모습.
15년 전 평화의원에서 출발

올해로 창립 15주년을 맞이한 인천평화의료생활협동조합은 평화의원에서 출발했다. 평화의원은, 기독청년의료인회 회원 30명이 공장이 많은 인천 특히 부평지역 노동자와 서민의 건강 확보를 위한 1차 의료사업과 산업재해(이하 산재)ㆍ직업병 상담, 치료ㆍ예방 활동을 하기 위해 기금을 모아 1989년 세웠다.

부평역 인근에 세워진 평화의원은 초기에는 상업적인 병원이 아니라 지역주민과 노동자들을 위한 병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지역건강관리 활동과 산재ㆍ직업병 상담활동을 주로 했다.

인천에서 유일하게 산재ㆍ직업병 상담을 하면서 산재와 직업병 추방운동에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됐으며, TDI 직업성 천식과 LPG 관련 질환이 인천에서 처음직업병으로 인정받는 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1993년 부평구 부개동 한국아파트 지하저수탱크의 식수오염 사건과 남동구 고잔동 지역주민들의 괴질ㆍ괴종양 사건 등 환경성 질환의 피해조사 사업을 다른 단체와 공동으로 진행해 고잔동 괴질사건이 유리섬유에 의해 발생한 공해병이라는 사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도 했다.

하지만 그 후 산재와 직업병 등을 다루는 단체가 생기고, 노동조합에서도 자체적으로 산업안전보건활동을 하게 되면서 평화의원은 새로운 모색을 한다. 특히 그동안 논밭뿐이었던 일신동과 부개동에 1995년 2000여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부개역이 신설되면서 주민들이 찾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위해 고민했다.

평화의원은 1994년 안성에서 의료생협이 창립된 것을 보면서 주민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보건의료 활동을 할 수 있는 형태가 최선임을 확인하고, 준비단계를 거쳐 1996년 11월 30일 조합원 168명이 모여 총회를 열고 인천평화의료생협을 설립했다.

이후 인천평화의료생협은 1999년 평화한의원을 개원하고, 2000년에는 비영리법인으로 재 창립한다. 2002년에는 가정간호사업소를 개소했으며, 2008년에는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또 이때 노인복지센터를 설립하고 방문 간병과 목욕, 간호를 시작한다. 2010년에는 부개역 앞에 평화치과도 설립했다.

인천평화의료생협은 현재 평화의원과 평화한의원, 평화치과 등 의료기관 3개와 가정간호사업소, 노인복지센터, 건강검진센터, 평화의뜰(의료생협 사무국과 조합원 모임 공간 등), 평화나눔가게(지역화폐 마을 기업)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조합원모임, 건강해지는 공동체

▲ 12일 오전 8시 30분 평화의뜰 앞에서 만난 인천평화의료생협 산행모임 조합원들.
인천평화의료생협은 창립 초기부터 보건예방학교나 자원봉사학교를 수료한 조합원이 지역의 의료소외계층인 노인 단독가구나 장애인, 의료보호환자, 실직자나 노숙자, 외국인 노동자 등 혼자 힘으로 건강을 관리하기 힘든 주민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돌보거나 경로당ㆍ거리 건강체크 등의 자원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런 자원봉사활동은 노인 재활 소모임인 ‘등대’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2003년부터 주 2회 모임을 진행하는 ‘등대’는 노인들의 신체기능적ㆍ심리사회적 재활을 위한 모임이다.

인천평화의료생협 이원숙 사무장은 “소모임 ‘등대’를 하는 노인들은 ‘여기 오면, 젊은 사람들이 이렇게 반겨 줄 수가 없다’ ‘나는 이모임 때문에 살았어’라고 말한다”며 “2010년 치과가 개원할 때는 ‘등대’ 모임 한 조합원이 어려운 형편에도 출자금 50만원을 내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인천평화의료생협에는 다양한 조합원모임이 있다. 의료생협 창립 초기부터 시작해 14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무지개 체조교실’은 지역주민들에게 건강유지를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이다. 체조교실에 참가하는 조합원들은 어깨ㆍ허리ㆍ무릎 통증이 사라지고 혈압도 안정되는 등 건강이 좋아졌다.

토요일마다 떠나는 산행모임은 6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진행되고 있다. 2004년 몇몇 조합원들의 걷기모임으로 시작한 산행모임은 이제 20여명이 함께 하고 있다.

11월 12일 오전 8시 30분 평화의뜰 앞에서 산행모임 조합원 5명을 만났다. 5년 동안 산행모임에 참가하고 있다는 김영미씨는 “이제 가족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산을 다니면서 서로가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는 모습을 보여 좋다. 예전에는 업혀 다니는 날이 많을 정도로 건강이 안 좋았는데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산행모임을 하면서부터는 병원을 안 가도 될 정도로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디카영상모임’을 하고 있는 김성애씨는 “2008년 12월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카메라 강좌에 참가했다가 모임을 만들었다”며 “일주일에 한 번 씩 모여 출사도 하고 연말 송년회 때는 사진전도 열고 있다. 공동체가 건강해지는 데 소모임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래교실과 탁구모임, 관절염 타이치교실도 있으며, 고혈압이나 당뇨교실 등 만성질환 관리교실과 건강한 생활습관 실천 모임 등도 운영되고 있다. 건강한 생활습관 실천 모임에서는 올해 ‘현미밥, 나물반찬, 과일 간식 먹고 하루 30분 운동하기’ 실천 활동을 한 달간 집중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 6월 25일에는 2005년부터 소규모로 진행하던 인천평화레츠(지역화폐)가 행정안전부에서 지원하는 마을기업 사업에 선정돼 부개동 농협 건너편에 ‘평화나눔가게’를 개장했다. 이 가게에서는 조합원과 지역주민들이 서로 물건이나 품(노동력)을 거래할 수 있다.

거래할 땐 ‘평화’라는 지역화폐를 현금과 함께 사용할 수 있으며, 또한 재활용물품과 천연비누ㆍ화장품, 비즈공예제품, 홈패션제품 등을 전시ㆍ판매한다. 책ㆍ디브이디ㆍ가정용 의료기기를 빌릴 수도 있다.

의료생협, 건강한 마을 만들기에 기여

▲ 평화의료생협 디카영상모임 조합원들이 인천대공원에서 가을맞이 출사를 하고 있다.
인천평화의료생협은 ▲보건과 의료, 복지가 통합된 지역사회 중심의 새로운 건강모델 건설 ▲조합원의 출자와 이용, 운영 참여를 통해 민주적 운영구조 확립 ▲창조적인 노동과 혁신적인 경영활동 수행 ▲자치적이고 협동적인 지역공동체 건설을 장기 비전으로 밝히고 있다.

올해 11월 현재 인천평화의료생협에는 조합원 2900세대가 가입해 있으며, 연 매출 17억원을 올리고 있다. 비정규직을 포함해 직원 총45명이 일하고 있다.

인천평화의료생협 송일수 이사장은 “현재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은 치료 중심이라 예방은 보험을 적용받을 수가 없다”며 “인천평화의료생협의 모태가 된 평화의원은 이미 초창기부터 상담과 건강검진을 중시하는 예방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이런 일들이 건강검진이 제도화되는 데 역할을 하는 등 의료생협에서 실현해온 일들이 제도적 변화를 가져오는 데 기여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주민들이 조합원이 되고 모임에 참가해서 민주주의를 배우고 대의원과 이사가 되면서 의료생협이 건강한 마을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해왔다고 생각한다”며 “공공의료가 못하는 것들을 의료생협이 선도적으로 해오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가지도록 더 많이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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