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재단 적립금 전액 삭감… 문화예술단체, 인천시 문예정책 총체적 검토 요구

인천시가 생색내기식 문화행사에 거액의 예산을 편성한 반면 정작 조례에 명시된 인천문화재단 적립금은 삭감한 것에 대해 문화예술단체,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인천시의 문화예술 예산이 인천 문화발전의 청사진을 그리지 못한 채 다분히 정치적이고 눈앞의 경제적인 이익에만 목적을 두고 집행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2일 남동구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인천지부 사무실에서 개최된 ‘인천시 문화정책,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는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 인천민예총,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스페이스빔, 해반문화사랑회 등 문화예술단체와 시민사회단체의 성토가 이어졌다.


“기금 삭감은 조례 위반이므로 명백한 직무유기”

“기금 조성 않으면 안 시장 낙선운동 펼칠 것”

 

이날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스페이스 빔’ 디렉터 민운기씨는 “인천의 문화예술정책이 휘황찬란한 백화점식 사업 속에 정작 시민은 없고, 보여주기식 예술 이벤트에만 치중하다 보니 예산 편성과 집행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일회성 행사인 데다가 송도와 문예회관 등 한정된 지역에 집중된 ‘인천 앤 아츠(arts)’와 ‘송도 락 페스티벌’에는 수억 원의 예산을 편성하면서도, 향후 인천시민을 위한 문화예술 지원사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천문화재단 기금 출연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인천시 문화정책의 맹점을 보여주는 것”이라 일갈했다.

이어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2006년도 문화예술 관련 예산편성에 대해 조목조목 되짚으며 “인천시가 ‘인천광역시 문화예술진흥조례’를 지키지 못하고, 급기야 ‘인천광역시 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매년 60억원씩 적립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명확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발제가 끝난 뒤 인천지역 시민단체와 문화예술단체 회원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조명조 인천시 문화관광체육국장은 발제자들이 강하게 비판한 ‘인천 앤 아츠’에 대해 “정명훈이라는 세계적 지휘자를 통해 인천과 송도국제도시를 전 세계에 홍보하고 높은 수준의 문화를 시민에게 주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 해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송도신도시를 국제적으로 알리기 위한 행사라면 경제자유구역청이나 시 경제통상국 예산으로 행사를 기획했어야 한다”며 “인천시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예산이 우선 편성돼야 했다”고 응대했다.

또 인천시 의회 안병배 의원은 “의원들도 대부분 인천문화재단 기금 적립에 대해 부정적이며, 올해 적립금 삭감에 대부분 동의했다”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지탄을 받았다.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최경숙 사무처장은 “인천시의 문화예술 예산은 극소수의 사람들만 향유할 수 있는 행사 지원에 치중돼 있다”며 “문화의 수용자인 시민들의 입장에서 일상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문화를 고민하고 문화예술을 통해 시민들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고민의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 지적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2006년도 인천시 예산편성에서 인천문화재단 적립금 예산이 삭감된 것을 계기로 인천지역 문화예술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인천시의 문화예술정책 전반을 진단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 참가 단체들은 향후 인천문화 발전에 공감하는 많은 시민사회단체를 모아 인천문화재단 2006년도 적립금을 시급히 조성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들어갈 방침이다. 또한 안상수 인천시장이 조례에 명시된 기금 적립을 하지 않을 경우 올해 지방선거에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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