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진료실에서 알려주지 않는 성인병 이야기 ⑥

혈액순환 장애는 혈관에 노폐물이 쌓여 생기는 동맥경화증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몸에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판단하는 기준은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키는 노폐물의 포함 정도에 따르는 것이 타당하다.

과거에는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 먹으면 살찌는 음식이자 영양가 있는 음식이었다. 지방은 다른 영양소에 비해 칼로리가 높으므로 이에 따르면 가장 영양가 있는 요소였으나, 지금과 같이 칼로리 높은 음식의 홍수 속에 사는 현대인에게는 가장 문젯거리가 된다.

지방은 비만의 원인이 되는 동시에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달라붙는 것을 촉진해 혈액순환을 막아 심장마비나 중풍을 야기한다. 따라서 혈관에 노폐물이 적게 쌓이게 하려면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적은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칼로리 과잉에 따른 비만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현실에서는 칼로리 과잉의 주적인 지방을 많이 함유한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방법이다.

‘영양가지수’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제시한 건강식을 기준으로 만든 것이다. 많이 섭취하면 좋지 않은 콜레스테롤ㆍ포화지방산ㆍ염분이 적으며, 몸에 반드시 필요하나 일상적인 식사만으로는 부족해지기 쉽고, 많이 섭취할수록 몸에 좋은 영양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는 식품은 5점에 가까운 높은 점수를 준다. 그 반대의 식품에는 0점에 가까운 점수를 준다. ‘포만감지수’는 영양소에서 칼로리만 고려한 지수다. 포만감지수가 5에 가까운 식품은 열량이 거의 없으나 포만감을 주는 식품이고, 포만감지수가 0에 가까운 음식은 열량은 높아도 먹어도 배가 고픈 음식이다.

영양가지수와 포만감지수로 판단할 때 배고픔으로 고생하는 비만이 있는 현대인에게 가장 좋은 식품은 오이와 토마토이다. 반면 보양식품으로 알려진 장어구이는 아주 좋지도 그렇게 나쁘지도 않은 평범한 음식이다. 햄버거ㆍ치킨ㆍ피자와 같은 패스트푸드와 스낵 종류는 배가 고픈 비만한 사람에게는 확실히 좋지 않다. 그 외에 다른 식품들의 영양가지수와 포만감지수 정보는 www.nutritiondata.com에서 얻을 수 있다.

2009년 권위 있는 과학지 ‘사이언스’에 붉은 털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영양 섭취가 수명에 미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원숭이는 인간과 가장 유사한 동물이다. 붉은 털 원숭이는 평균 수명이 27세로 최장 40세까지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는 원숭이 76마리를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38마리는 평소 섭취하던 대로 주고, 나머지 38마리에게는 평소 섭취 열량에서 30%를 줄인 식사를 주면서 20년 동안 관찰했다. 결과는 이러했다. 열량을 줄이지 않고 식사한 원숭이의 생존율은 50%인 반면, 열량을 줄여 식사한 원숭이는 80%의 생존율을 보일 뿐만 아니라, 당뇨병ㆍ심혈관계 질환ㆍ암ㆍ치매 등이 적게 발생해 건강 상태가 더 좋았다.

과식하는 생활습관은 체내 노폐물 축적으로 이어져 중년, 노년에 발생하는 여러 질환을 일으키고 수명을 단축한다는 가설을 입증한 것이다. 이 연구 결과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면 소식으로 평균 수명을 30% 정도 연장하는 것과 더불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복부비만 줄이기

비만 치료는 실패율이 90% 이상에 달한다. 굳은 결심으로 단기간 체중 감량은 가능하지만, 대부분 6개월 이후 체중이 다시 늘게 된다. 때문에 비만 치료는 이상적인 체중으로 줄인 뒤 이를 5년 이상 유지했을 때에야 비로소 성공이라 정의한다. 음식물 섭취 조절과 운동과 같은 근본적인 생활습관 개선 없이는 장기적인 체중 조절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음식 섭취 조절과 운동량 증가로 가능할 수는 있다. 그러나 과거 생활습관으로 돌아가게 되면 체중은 다시 는다. 살 빼는 데 왕도는 없다. 고열량 식품(단 음식, 기름진 음식, 술)의 섭취를 줄이되 단백질과 채소, 과일 섭취로 영양 불균형을 막고 규칙적인 운동(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수영)을 하는 것이 일상 생활습관이 될 때에야 가능하다. 쌀밥 한 공기가 300kcal이고, 이 열량을 소모하기 위해서는 1시간 30분 이상 걷기 운동을 하거나 30분 이상 수영을 해야 한다. 따라서 비만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식이요법을 바탕으로 한 운동요법이다.
▲ 전두수 인천성모병원 심장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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