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진료실에서 알려주지 않는 성인병 이야기 ⑤

비만의 원인은?

▲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은 과식과 운동 부족이다.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은 과식과 운동 부족이다. 선진국의 비만 인구는 남성 20%, 여성 30%가량으로 추산되며 우리나라도 17%가량이 비만 환자로 추정된다. 특히 복부비만과 소아비만이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생활양식이 서구화될수록 육체노동보다는 정신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고, 식사가 불규칙한 반면에 과식과 과음을 자주하고, 운동 부족이 일상화되기 때문이다.

유전적 요인도 중요한데 부모가 비만이 아닌 경우 자식이 비만이 될 확률은 10%이지만 부모 중 어느 한쪽이 비만인 경우는 40%, 부모 모두 비만인 경우엔 60∼70%까지 상승한다. 따라서 부모가 비만한 경우 자식들에게 특별히 신경을 기울여야한다. 집안 구성원 모두가 비만인 경우에는 체질적인 문제도 있으나 나쁜 식생활이나 운동습관을 공유하는 경우가 더 흔하므로 ‘비만의 대물림’을 방지하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비만 관련 질환은?

비만은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이다. 비만해지면 혈압과 혈당이 같이 상승해 고혈압과 당뇨병이 발생하기 쉽고, 고지질혈증이 잘 동반된다. 이외에도 무거운 체중으로 인한 관절의 부담이 증가해 퇴행성관절염이 오고, 지방이 대사되면서 생기는 요산이라는 찌꺼기가 관절에 축적돼 통풍이라는 관절통을 유발한다.

여성에서는 월경불순과 불임, 남성에서는 정력 감퇴와 성기능 장애 등이 동반된다. 또한 비만한 사람들은 코를 많이 골며 심한 경우 잠을 자다가 숨을 쉬지 않는 수면무호흡증후군으로 진행해 돌연사하기도 한다.

그밖에 대장암이나 유방암, 자궁내막암, 전립선암과 같은 암 발생 빈도도 매우 높다고 보고되고 있다. 특히 비만한 사람은 사회활동 장애나 열등감 등으로 인해 심각한 정신장애까지 얻게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성인병을 예방하고 건강히 오래 살고 싶다면 뱃살부터 빼는 체중 조절이 선행돼야겠다.

당뇨병ㆍ고혈압ㆍ고지질혈증이 같이 있으면 혈압약ㆍ당뇨병약ㆍ혈액 속의 기름기를 낮추는 약을 따로 먹어야한다. 그러나 체중 조절로 이러한 성인병을 약물 복용 없이 한 번에 치료할 수 있다. 체중 조절은 일석삼조(一石三鳥)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복부비만에 뒤따르는 대사증후군

▲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은 과식과 운동 부족이다.
‘대사(代謝)증후군’이란 과거에는 ‘X 증후군’ 또는 ‘인슐린 저항성 증후군’으로 불리던 질환으로 대표적으로 복부비만ㆍ혈당 상승ㆍ중성지방 상승ㆍ고밀도지질단백 저하ㆍ고혈압 등의 여러 질환이 한 사람에게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사증후군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 두면 결국 심장혈관질환으로 사망하게 되며, 더욱 중요한 점은 이 질환은 잘 관리하면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대사증후군은 이름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신체의 ‘에너지 대사’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에너지를 태우는 보일러가 성능이 떨어져 연료를 잘 태우지 못하는 것과 같다.

에너지 공급은 정상인데 보일러 성능이 떨어져 에너지를 잘 태우지 못하면 기름 탱크에 기름이 많이 남게 되고(복부비만), 보일러로 들어가지 못하는 연료가 파이프에 정체돼있으면서(혈당ㆍ중성지방 상승) 매연이 많아지는 것(고혈압, 고밀도지질단백의 저하)과 같다. 복부비만, 혈당ㆍ중성지방 상승, 혈압 상승, 고밀도지질단백의 감소는 별개의 질환이 아니라 ‘잘못된 생활습관’이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해 서로 연결된 질환이기 때문에 40대 이후에 동시에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복부비만과 인슐린 저항의 결과로 혈중 인슐린이 상승하게 되면 다양한 신체 변화가 일어난다. 그중 하나가 혈당이 올라가는 것이다. 말초 조직에서 필요한 에너지는 대부분 혈당과 유리지방산에서 얻기 때문에 이 두 영양소가 이용되는데, 서로 경쟁관계에 있다.

내장지방이 늘어나면 지방산이 쉽게 유리돼 근육이 운동하는 데 지방산을 더 많이 이용하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포도당을 이용한 에너지 생산의 필요성이 줄어 혈당이 올라가게 된다. 또 하나의 변화는 혈중 중성지방이 올라가는 것이다. 그 원리는 어떻게 될까? 내장지방에서 유리된 지방산이 간문맥을 통해서 간으로 유입이 증가되면 중성지방의 생산과 분비가 증가돼 혈중 중성지방이 증가하고, 특히 식사 후에 뚜렷하게 증가된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식후에 혈당도 많이 올라간다. 건강한 사람은 올라간 당이 인슐린에 의해 열심히 세포 안으로 들어가 곧 정상 범위로 유지된다. 인슐린 저항성, 즉 인슐린 효능이 떨어져 있으면 당이 혈액 속에 남아 있다가 간에서 중성지방으로 전환돼 혈액 속으로 분비되지만 지방세포로는 잘 들어가지 못해 혈중 중성지방은 더 올라가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증가된 인슐린은 신장에서 나트륨과 수분 배설을 막아 혈압도 상승시킨다.
▲ 전두수 인천성모병원 심장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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