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 새얼아침대화 강연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 입법화 필요성 역설

“현대 글로비스는 상장회사임에도 불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총수 일가의 사적인 이득을 취한 대표적 사례가 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참여정부에서는 이슈화가 안 되고 친(親)재벌적인 이명박 정부에서 오히려 규제하고 과세 방안도 마련 중이다. 시장의 안정성과 건전성을 위해서는 재벌이 우리 경제와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를 개선해야한다”

우리나라의 경제 민주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소장은 10일 열린 제305회 새얼아침대화에 강사로 참여해 재벌 지배구조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97년 IMF를 통해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지배구조 문제 등의 나쁜 관행을 버렸지만, 다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기업지배구조 이슈로는 주주자본주의 문제점(배당, 자사주로 인한 투자 부진), 경영권방어제도의 필요성 여부(적대적 M&A), 외국인투자자 논쟁(먹튀, 금융시장 불안정성), 주주행동주의와 경영 간섭 등이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처럼 재벌에 의존하는 경제력 집중 현상과 그로 인해 나타나는 독점의 폐해를 막으려면 소위 ‘일감(=물량) 몰아주기’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야한다. 현재 재벌들은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지배주주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고 있다. 또한 순환출자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재벌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짚었다.

이어, 대기업들이 기업 운영에 필요한 복사용지ㆍ필기구ㆍ설비ㆍ기계 등의 물품을 조달하는 MRO[Maintenance(유지), Repair(보수), Operating(운영)]를 설립해 일감을 몰아주는 특혜를 거론하면서 이것이 대기업 총수들이 편법으로 부를 대물림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의 압박으로 삼성 아이마켓코리아가 최근 매각을 선언했고, 한화 역시 MRO 사업을 포기했다”고 한 뒤 “대기업들의 시장 독점과 편법적인 상속의 개념이 아닌 중소기업과 함께 공존하고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구체적 방안 물색이 더욱 필요한 시기이다”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주식과 금융시장의 안정성과 건전성을 위해 재벌의 지배구조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외부 충격으로부터 한국경제를 견디게 하고, 중소기업 등을 보호할 수 있게 한다고 덧붙였다.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 김 소장은 사법 정의 확립과 공정한 규칙에 승복하는 사회 시스템을 운영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법을 농락한 삼성그룹이나 실형이 확실한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을 위해 법 적용을 포기한 것은 공정한 규칙에 승복하는 사회를 만들 수 없다. 미시적인 부분인 규칙과 집행으로 국가 경제시스템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 소장의 강연에 앞서 새얼문화재단 지용택 이사장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를 언급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 이사장은 “노사관계에 제3자가 옳고 그름을 말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흐르는 물도 앞에 있는 웅덩이를 먼저 채우지 않고서는 흘러 갈 수 없다”면서 “반년 넘게 52세 여성이 홀로 크레인 위에 올라가 생명이 경각에 달려있다. 그 사람이 강화 삼량고등학교 출신이라 이러는 것이 아니다. 재벌이 법 위에 있는 건 좋지 않다. 인천시민들이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이어 “반년 넘게 이 사회에서 (한진중공업 사태를) 버려두었다가 불상사가 생기면 그 상처는 5000만 국민에게 남게 된다. 내달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좌우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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