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박지수 선생의 담벼락 글쓰기 ⑨

영상 ‘웰컴투 청백리’ 함께 보기

 

국가청렴위원회에서 ‘웰컴투 청백리’라는 영상물을 보내왔다. 어떤 내용인가 보았더니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보면 좋을 내용이다. 영상의 주된 흐름은 주인공 최청명을 둘러싼 반장 선거 이야기와 청명이의 아버지 최강직을 둘러싼 공무원 비리에 대한 내용이다.

청명이네 반장이던 주환이가 전학을 가게 되어 반장 선거를 다시 하게 되는데 청명이, 신경질, 호식이가 후보로 오르게 된다. 그동안 부반장으로 일하던 신경질은 당연히 자신이 반장이 될 줄 알았는데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되자 반 아이들을 협박해 표를 모은다. 호식이는 아이들을 찾아다니며 떡볶이를 사주는 방식으로 표를 모은다. 하지만 결국 모든 면에 성실하고 반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던 청명이가 반장이 된다는 내용이다.

“아버지 최강직의 이야기는 공무원으로 일하는 최강직에게 어느 날 어린 시절 친구 얌체식이 찾아와 복지회관 건설 입찰권을 넘기라면서 돈봉투를 건네는 것으로 시작된다. 최강직은 양심과 물질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양심을 지킨다.

반장선거 이야기

 

“신경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힘이면 뭐든지 다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 같아요” / “그래도 나중에 자기 모습을 반성해서 다행이에요”
“호식이는?”
“얘가 더 이상해요. 당선이 되고 나서 떡볶이를 사주면 되지 왜 그 전에 사주는지 모르겠어요”
“요즘은 반장 되면 먹을 것 사주니?”
“그럼요. 햄버거 세트 정도는 돌리는 걸요”
“왜? 1년 동안 고생해야 하는 건 반장이잖아”
“그래도 반장이 되면 좋잖아요. 그러니까 한턱내야죠”
“반장이 되면 뭐가 좋은데?”
“우선 아이들이 떠들 때 이름을 적을 수 있어서 좋아요. 자기 이름은 안 적히잖아요. 또 자기하고 친한 애들은 이름도 안 적어요”
“그건 너무 공정하지 않잖아”
“그래도 대부분 그러는 걸요”

 

우리 시대 반장의 자화상

 

“우리 이쯤에서 반장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지금 반장이 하는 일이 뭐지?”
“선생님께 인사하기” / “떠드는 애들 이름적기” / “선생님 심부름하기” / “선생님 안 계실 때 전화 받기” / “행사 때 반 아이들 뭐 사주기”
“이게 반장의 역할이야? 뭐 다른 건 없니? 반을 이끈다든가…”
“그런 거 없어요”
“너희들은 어떤 아이를 반장으로 뽑는데?”
“친한 애요” / “말 잘하는 애요” / “뽑아달라고 부탁하는 애요” / “공부 잘하는 애요”
“반장 뽑는 기준이 너무 심하지 않니? 그렇게 반장을 뽑고 나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걸 같은데?”
“네. 반장 선거 때 말한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도 않아요” / “반장이 더 아이들을 차별해요”
“뽑을 때 제대로 된 사람을 안 뽑았기 때문이야”

 

올바른 반장, 올바른 정치인

 

▲국가청렴위원회의 영상 ‘웰컴투 청백리’의 한 장면

“그럼, 역사 속에서 백성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었고 백성들을 위해 살았던 그런 반장의 역할을 했던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볼까?”
“세종대왕이요”
“왜?”
“세종대왕은 한글을 만들었잖아요. 백성들이 한자를 쓰기 어려워해서 한글을 만든 것은 백성을 사랑하는 모습이니까 이것도 반장의 한 모습인 것 같아요. 반 아이들을 모두 좋아하는 거”
“난 이순신이라고 생각해. ‘이순신을 만든 사람들’이란 책 본 적 있니?”
“책은 못 봤는데 드라마는 봤어요”
“이순신이 거북선의 설계도를 만든 나대용을 찾아내는 부분과 물길 연구가 어영담을 만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 이순신은 늘 병사들 곁에 있었기에 그 사람들이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떤 단점이 있는지 알 수 있었어. 그래서 제때에 그 사람들이 쓰일 수 있게 도와준 게 좋더라”
“그게 명량해전에서 일본놈들을 이길 수 있었던 힘 같아요” / “장군과 병사들이 한 마음이라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너희들은 학교라는 작은 곳에서 반장이란 지도자를 뽑지만 어른들이 살고 있는 사회도 마찬가지야. 어른들도 그들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를 뽑아”
“대통령 같은 거요?”
“맞아. 또 뭐가 있을까?”
“국회의원, 구청장이요” / “시의원, 구의원”
“5월 31일이면 우리 지역에서 일할 사람들을 뽑게 돼”
“어른들 선거 때도 먹을 걸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사람은 없죠?”
“솔직히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겠는 걸”
“왜요?”
‘웰컴투 청백리’의 호식이에게

일신초 3. 배경민

호식아, 안녕? 나는 경민이라고 해. 너 요즘 잘 지내니?
네가 반장선거 할 때 다른 애들한테 떡볶이를 사주면서 뽑아달라는 건 잘못된 일이야.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정정당당히 선거를 했으면 좋겠어. 그럴 수 있는 방법을 내가 알려줄게.
먼저 늘 친구들에게 잘 해줘야 하고 연설도 제대로 준비하면 넌 충분히 반장이 될 수 있을 거야. 나는 우리 반에서 부반장을 뽑고 나서 후회한 적이 있어. 내가 뽑은 사람은 부반장 노릇(애들을 위하는 일)도 안 하고 애들을 막 때려. 너는 그렇게 되질 않길 바란다.
내가 생각하는 반장은 자기가 연설할 때 말한 걸 꼭 지키고 늘 애들한테 잘 대해주는 거야. 그리고 반장이 되고 나서 변하지 않는 거야. 그럼 안녕.

2006년 1월 16일

“예전엔 그런 사람이 당선이 됐기도 했고, 요즘도 알게 모르게 그런 사람이 있는 것 같고” / “선생님이 어렸을 때 대통령이 된 사람은 반짇고리, 책받침, 시계 같은 걸 집집마다 다 나눠주고 됐는 걸”
“피이… 아까 영화에서도 그랬지만 먹고 안 찍어주면 되잖아요” / “그럼, 넌 호식이가 사준 떡볶이를 먹는 게 잘 했다는 거야?” / “먹고 안 찍으면 되잖아. 사준다는데 왜 안 먹냐?” / “너 같은 애 때문에 사회가 망가지는 거야. 안 주고 안 먹어야 제대로 된 사람을 뽑지”

“그러면 말만 잘하는 사람, 물질로 유혹하는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국민을 위해 일할 사람을 뽑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평소에 어떤 일을 해 왔는지 알아봐요” / “공약을 봐요” / “그런데 공약만 좋고 하나도 안 하면 어떻게 해? 우리 반 반장도 자기가 하겠다고 한 거 하나도 안 지켰단 말야” / “그럼, 우리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면 어때?”
“어디로?”
“국회로요”
“누구한테?”
“국회의원한테” / “아니면 우리 도서관으로 불러요”
“설마… 올까?”
“한 번 해봐요” / “야! 그 때 어린이 놀이터를 바꿔달라고 쓴 우리 글도 읽고 놀이터에 대한 질문도 하면 좋겠다”

 

토론을 하는 도중 아이들은 직접 국회의원을 만나자는 의견을 냈다. 설 명절 이후 국회방문 일정을 잡아야겠다. 아이들이 국회에 간 이야기는 다음 달에 싣도록 한다.

 

* 박지수(29세) 선생은 일신동에 있는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있는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늘 아이들에게 배우는 게 더 많다고 합니다.

아름드리어린이도서관 · 528-7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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