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진료실에서 알려주지 않는 성인병 이야기 ④

비만이란 필요 열량, 즉 사용한 열량보다도 섭취 열량이 많을 경우 여분의 열량이 지방으로 바뀌어 피하와 복강(내장)에 과잉 축적되는 현상이다.

인간의 신체는 수분 50~60%, 근육 15~20%, 지방 15~25%로 이뤄진다. 따라서 체중이 동일하더라도 체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으면 비만으로 판정할 수 있다. 남성의 경우 정상 체지방 비율은 15~19%이며, 여성은 20~25%이다. 남성은 25%를 넘으면 성인병 위험이 높다고 보며, 여성은 30% 이상이면 비만이다.

지방을 저장하는 기능을 가진 지방세포 수는 성장 과정 중 일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늘어나는데, 생후 1년 이내, 사춘기, 임신기이다. 이때 지방세포의 크기는 변화하지 않고 수만 증가하기 때문에 ‘증식형 비만’이라고 한다. 일생 동안 지속하므로 ‘평생 비만’이라는 용어를 쓰기도 한다.

지방 축적이 팔, 다리, 배 등 전신에 걸쳐 일어나므로 비만 정도가 심하다. 일단 성인이 돼 성장이 멈추면 지방세포 수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 성인이 돼 발생하는 비만은 지방세포 수의 변화는 없으나 지방세포 크기가 커지는 것으로, ‘비대형 비만’ 혹은 ‘성인형 비만’이라고 한다. 체중이 줄 때는 지방세포 수가 아니라 크기가 줄어드는 것이다. 비만 정도는 심하지 않으며, 복부에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활동량이 줄어든다. 더불어 심장이 뛰고 숨을 쉬며 체온을 유지하는 데 사용하는 에너지인 기초대사량은 감소한다. 그런데 젊었을 때와 똑같은 양을 먹게 되면 결과는 뻔하다. 식사량을 줄이는 동시에 활동량을 늘리지 않으면 중년에 체중이 증가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

▲ 사진 위부터 증식형 비만과 비대형 비만. 복부의 피하지방과 내장지방.
지방은 축적되는 위치에 따라 피부 아래에 축적되는 피하지방과 복강 내 장 사이에 축적되는 내장지방으로 나뉜다. 엉덩이에는 피하지방만 쌓이고, 복부에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이 쌓인다. 엉덩이둘레에 비해 허리둘레가 크다는 것은 내장지방이 많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내장지방이 쌓인 정도를 반영하는 복부비만이 비만으로 인해 생기는 합병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체지방의 절대적인 양도 중요하지만 체지방의 분포 형태도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정상(=표준)체중은 신장에서 100을 뺀 뒤 0.9를 곱한 값[예로 키가 170cm이면, (170-100)×0.9=63kg이 정상체중]이라 보는데, 이보다 20% 이상 초과되면 ‘비만’이라고 한다. ‘체질량지수’도 비만 여부 판정에 많이 활용된다. 체질량지수란 몸무게(kg)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몸무게가 60kg인 사람이 키가 170cm라면 60을 1.7의 제곱인 2.89로 나눈 20.76이 체질량지수가 된다. 체질량지수가 18.5~22.9면 정상, 23~24.9는 과체중, 25 이상이면 비만, 18.5 미만이면 저체중이다. 운동선수처럼 근육이 많은 사람은 키에 비해 체중이 많이 나갈 수는 있지만 비만은 아닐 수 있다.

반면 운동 부족으로 근육이 적은 사람이나 여성은 키 기준으로는 체중이 정상 범위에 있어도 노폐물인 지방이 많이 축적돼있는 상태, 즉 비만일 수 있다. 통상적인 비만 측정 방법과 체질량지수를 이용한 비만 진단 방법은 ‘마른 비만’을 놓치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혈관 건강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체중이 얼마인가?’가 아닌 ‘어떻게 비만한가?’이다. 최근에는 비만의 기준을 체중보다 허리둘레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허리둘레가 내장지방이 쌓인 정도를 가장 잘 반영해, 비만으로 인해 생기는 합병증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키와 몸무게만으로는 비만에 해당돼도 복부비만이 아닌 경우, 즉 엉덩이둘레에 비해 상대적으로 허리둘레가 작은 경우는 건강에 큰 문제가 없는 ‘단순비만’으로 본다. 반대로 체중은 정상이거나 정상 이하인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배만 나온 ‘복부비만’인 경우에는 체중이 많이 나가지 않더라도 동맥경화성 혈관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에 속한다.

한국인의 경우, 현재 40대 이상 성인들은 대부분 젊은 시절 체중이 가벼웠기 때문에 정상체중 범위에 있더라도 팔다리가 가늘고 배가 나온 사람이 많다. 피하지방은 많지 않아 체중은 많이 나가지 않더라도 건강에 좋지 않은 ‘복부비만’인 경우다. 현재 한국인의 경우 배꼽 주위 허리둘레를 측정해 엉덩이둘레에 대한 허리둘레의 비가 남성은 0.9~1 이상, 여성은 0.8~0.85 이상인 경우 ‘복부비만’이 있다고 판정한다.

최근 더 간단하게 허리둘레를 측정해 ‘복부비만’을 정의하는데, 한국의 경우 남성은 90cm, 여성은 80cm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본다. 비만의 평가는 컴퓨터단층촬영을 이용하여 내장비만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이 가장 정확하다.

장수하는 사람들은 체중이 정상보다 덜 나간다기보다 체질량지수가 ‘23’에 가까운 편이다. 이러한 결과를 ‘어느 정도 뱃살이 건강에 좋다’고 해석하기보다는 ‘만성 질환이 없고 영양 상태에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고 하는 편이 좋겠다.
▲ 전두수 인천성모병원 심장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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