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이웃] 봉사활동 위해 강릉서 부평까지 이사 온 ‘사랑의 호떡 부부’

▲ 봉사활동을 더 잘하기 위해 강릉에서 부평구 부개2동으로 이사와서 오징어 호떡집을 차린 ‘사랑의 호떡 부부’ 김영욱(오른쪽)씨와 김용자씨.
7월 22일, 장마가 끝나고 찌는 무더위에 호떡집을 찾아 나섰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위인데, 생각만 해도 뜨겁고 불이 날 것 같은 호떡을 사먹으러 호떡집을 찾아가다니. 미쳤나?

아니다. 호떡을 꼭 먹고 싶었다. 그것도 아주 특별한 호떡을. ‘사랑의 호떡 부부’라는 별칭으로 전국에서 유명한 ‘오징어 호떡집’이 부평구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됐다.

호떡장사를 40년 동안 하며 이웃사랑을 실천해 방송에 출연한 것만도 23회, 신문지면에 보도되고 책에 나온 것은 아주 많아 셀 수도 없을 지경이다. 이렇게 유명한 ‘사랑의 호떡 부부’가 만드는 호떡은 과연 어떤 맛일까? 궁금했다.

지난해 5월 이사 와 부흥초사거리서 장사

알고 보니 쉽게 찾을 수 있는 길임에도 두 번을 헤매 찾아간 ‘오징어 호떡집’은 부개2동 부흥초등학교 사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4000원 어치를 구입해 먹어본 호떡의 첫 맛은 달콤하고 부드러우며 바삭했다.

5평 남짓한 가게 테이블에서 호떡을 먹던 젊은 청년들이 물었다. “사장님, 이게 왜 오징어 호떡이죠? 오징어는 안 보이는데요?”

“오징어를 갈아 넣어서 그래요. 오징어 맛이 느껴지지 않아요?” 답변을 듣고 보니 오징어 맛이 느껴지며 더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호떡 부부’인 김영욱(남ㆍ63)씨와 김용자(여ㆍ61)씨가 부평구에 자리를 잡은 것은 지난해 5월. 강원도 강릉에서 30년 동안 운영했던 호떡집을 정리하고 인천이라는 낯선 곳을 찾았다. 까닭은 순전히 봉사활동을 잘하기 위해서다.

거의 전국을 돌며 봉사활동을 하던 부부는 좀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활동을 벌이고 한 달에 60만~70만원이나 드는 차량 주유비 등 경비를 줄이기 위한 선택을 한 것이다.

30여년간 호떡 장사를 하던 부부는 2000년 비수기인 여름, 남는 재료로 호떡을 만들어 양로원 등에 무료로 제공했던 것이 계기가 돼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노인들의 반응이 좋아 큰 보람과 뿌듯함을 느낀 것.

이후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던 부부는 2008년 말부터는 아예 봉사활동에 매진했다. 어려운 이웃들에게 즉석에서 따뜻한 호떡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에 트럭을 개조해 이동식 호떡차로 만들었다. ‘이웃과 함께하는 사랑의 호떡집’이라고 간판도 붙였다.

부부는 이차를 타고 2008년과 2009년 설날과 추석 연휴를 뺀 모든 날을 강릉ㆍ춘천ㆍ고성ㆍ인제ㆍ상주ㆍ예천ㆍ문경ㆍ안산 등지에 있는 고아원ㆍ군부대ㆍ양로원ㆍ복지관ㆍ장애인시설 등을 돌며 호떡을 나눠줬다.

김영욱씨는 “당시에는 1년 내내 쉬지 않고 봉사활동을 했고 하루 열 군데를 방문한 적도 있다”며 “봉사활동이 좋아서, 이왕 하는 것 매진해서 해보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부는 이런 선행 덕분에 지난 5월에는 코오롱그룹의 오운문화재단이 개최한 ‘제11회 우정선행상’에서 대상을 수상해 상금 3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부부는 이 상금을 모두 기부했다. 저소득층 지원에 써달라며 강릉시에 500만원, 인천사회복지협의회에 900만원과 양말 3400켤레를 기증하는 등 사회복지시설에 모두 전달했다.

‘오징어 호떡집’ 벽에 붙어 있는 한 달 일정표에는 하루 1~3개의 봉사 일정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빼곡하게 적혀 있다. 김용자씨는 “하나 씩 나누는 게 좋아서 할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봉사활동을 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장사 잘 안 돼 돌아갈까 고민

하지만 부부에게도 고민이 있다. 봉사활동을 잘하기 위해 이사 온 부평의 ‘오징어 호떡집’ 장사가 잘 안 되는 것. 부부는 돈을 못 벌더라도 가게 월세와 재료비, 봉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 나온다면 좋겠는데 계속 적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장사가 잘 되는 강릉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방법은 주민들이 호떡을 많이 사먹는 것밖에 없다. 날씨는 덥지만, 이웃사랑의 힘으로 무더위도 날려버릴 오징어 호떡을 먹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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