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진료실에서 알려주지 않는 성인병 이야기 ③

▲ 혈액순환 장애의 진행 : 혈액순환 장애는 다양한 속도로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혈관 내 노폐물이 수년 내지 수십 년에 걸쳐 천천히 쌓이는 경우에는 혈액순환 장애도 천천히 일어나므로, 노폐물로 혈관이 70~90% 이상 막힐 때까지는 증상이 없는 예가 많다. 노폐물이 혈관에 쌓이는 과정에서 혈전이 생기기도 한다. 혈전은 천천히 쌓이는 노폐물과 달리 몇 분 만에 형성돼 혈액순환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어 혈액순환 장애 정도가 더 심하다.
# 젊은 나이에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하는 사람은?

혈관 노화 현상인 동맥경화증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이를 먹으면 혈액순환 장애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다. 그러나 젊은 사람에게서 동맥경화증이 발생하는 것은 ‘노화’가 아닌 ‘질병’이다. 고혈압ㆍ당뇨병ㆍ고지질혈증ㆍ비만과 같은 성인병이 있거나 흡연자라면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심장병ㆍ뇌졸중과 같은 혈관질환을 가질 수 있다.

혈관질환으로 병원을 찾아온 환자에게서 의사는 흡연과 과도한 음주와 같은 나쁜 생활습관이 있는지 알아보고, 고혈압ㆍ당뇨병ㆍ고지질혈증과 같은 성인병이나 다른 혈액순환 장애가 있는지 검사하고 치료하게 된다.

# 몇 살부터 혈관에 노폐물이 쌓이기 시작할까?

생각보다 젊은 30세 이전으로 본다. 자각 증상이 없을 뿐이다. 욕조에서 허리까지 몸을 담가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다가 목까지 잠기면 비로소 숨쉬기가 거북해지기 시작하는 것과 같다. 노폐물이 쌓이기 시작할 때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노폐물이 혈관의 70~90% 이상을 막은 후에 혈액순환 장애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협심증(狹心症)은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관상동맥, 즉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좁아져서(狹) 심장(心臟)에 병(症)이 생겼다는 뜻이다. 그러나 혈액순환 장애는 협심증과 같이 천천히 진행하기도 하지만, 돌연사나 심근경색증처럼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좋은 예는 아니나 욕조에 몸을 담그다 갑자기 미끄러져 머리까지 물에 잠겨 질식사하는 상황과 비슷하다.

혈관에 쌓인 노폐물은 혈관을 직접 막아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키기도 하며, 혈전(핏덩어리)을 만들기도 한다. 혈관을 50% 정도 막은 노폐물은 심각한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노폐물에 혈전이 추가로 발생해 남은 50%마저 막아버린다면 협심증보다 더 심한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킨다. 이것이 심근경색증(心筋梗塞症)이다. 심근경색증은 심장근육(心筋)으로 혈액 공급이 완전히 차단돼(梗塞) 생기는 병이다.

혈액순환 장애의 원인은 노폐물이며, 혈액순환을 완전히 막은 것은 혈전이다. 협심증ㆍ심근경색증ㆍ뇌졸중과 같이 동맥경화증과 관련된 합병증이 있는 경우 혈전 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사용한다.

# 현재 나의 돌연사 혹은 심장발작 위험도는 얼마나 될까?

노폐물인 콜레스테롤은 혈중 농도가 높을수록 혈관에 잘 쌓이지만 나이ㆍ흡연ㆍ체질 등 여러 요인이 혈관 축적 속도를 결정한다. 나쁜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에게서 더 빠른 속도로 축적되는 경향이 있다.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빠른 속도로 쌓이는 사람은 돌연사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의 치료방침 결정은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에 따르기도 하나, ‘동맥경화증의 위험인자가 얼마나 많은지’가 치료방침 결정 요인이 되기도 한다. 위험인자가 많을수록 콜레스테롤 치료 목표를 낮추고 더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은 3단계 과정을 거쳐 치료방침을 결정한다.
▲ 전두수 인천성모병원 심장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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